[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펜타곤(미국 국방부)을 이끌 자격이 없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언론이 남의 나라 국방부 장관, 그것도 최대 우방인 미국 국방부 수장의 자질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사설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지도자의 역량이 담보돼야 제대로 작동한다며, 최근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마약 밀수 의심 선박 공격 논란 이전부터 헤그세스 장관의 부적격성이 이미 드러나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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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가 된 작전은 지난 9월 2일 벌어졌다. 당시 미국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겨냥한 첫 타격을 가했는데, 워싱턴포스트(WP)는 헤그세스 장관이 선원 전원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초기 타격에서 선원 2명이 생존한 상황에서 이뤄진 2차 타격은 사실이라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쏟아졌다. 미 의회 군사위원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카리브해 작전에 대해 엄격한 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백악관과 헤그세스 장관은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백악관은 당시 헤그세스 장관이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에게 작전 권한을 위임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과정에서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돼 사태는 더욱 확산됐다.
이날 댄 케인 합참의장과 브래들리 제독은 여야 의원들에게 비공개로 작전 영상을 공유하고 경위를 설명했다. 브래들리 제독은 초기 타격에서 살아남은 2명이 마약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무전기를 통해 다른 조직과 교신한 정황이 있어 공격이 합법적 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에 동의했으나, 다수 민주당 의원들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전체 영상 공개를 요구했다. 애덤 스미스(하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와 짐 하임스(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는 공동 성명에서 "영상에는 위협적 행동이 아닌 난파된 선원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장관 해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FT는 헤그세스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전투 명령의 합법성을 검토하는 국방부 고위 법무관(JAG)들을 해임하는 등 자신의 의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성급 지휘관들을 상대로 '정치적 올바름(PC)'에 기반한 교전수칙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성 전투 배치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FT는 "지난 10월 전 세계에서 모인 800명의 미군 장성·제독들이 그의 '전사 정신(warrior ethos)' 강연을 냉담한 침묵 속에 들어야 했던 것은 그의 군 내 입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카리브해를 관할하는 미 남부사령부의 앨빈 홀시 사령관이 임기를 2년 남겨두고 최근 조기 퇴임을 결정한 것 역시 헤그세스 장관의 압력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홀시 사령관이 마약 운반선 격침 작전의 합법성에 우려를 제기하자, 헤그세스 장관이 사실상 불신임 의사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FT는 책임의 최종 귀결은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부터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헤그세스를 눈여겨봤으며, 이라크·아프간 전쟁에서 전쟁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군인들에 대한 사면을 적극 옹호했던 그의 태도를 높게 평가해 국방 수장에 발탁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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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9월 15일 공개된 영상을 캡처한 장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던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선박에 미군이 군사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신문은 9월 이후 국제 해역에서 20건 넘는 공격으로 8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점을 짚으며 여러 군 법무관들은 이 작전이 '전쟁'이 아니라 '법집행'에 해당해 표적을 전투원으로 볼 수 없으며, 의회 승인 없이 이루어진 작전 자체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의원들마저 조사를 요구하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FT는 헤그세스 장관이 9월 2일 생존자들에 대한 후속 타격을 직접 명령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고위 제독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으나, 공격 일련의 작전 전반이 불법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펜타곤 내부에서 그의 행동을 문제 삼는 목소리와 정보 유출이 이어지고 있으며, 사기가 바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FT는 문제의 핵심은 이번 논란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드러난 장관의 판단력 부족이라고 강조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올해 3월 예멘 타격 직전 기밀 정보를 보안이 확보되지 않은 시그널(Signal) 단체 채팅방에 올렸던 '시그널게이트(Signalgate)'를 들었다. 채팅방에는 헤그세스 장관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언론인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문은 "이는 자신의 판단력 부족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이 같은 인물을 그토록 중요한 직책에 두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아야 한다"고 사설을 마무리했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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