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장 모두 이해…정책 설계 초기부터 참여해야"
"각자도생 아닌 공동 대응…업권 간 이해 조정 맡아야"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제24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업계의 관심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협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자본시장 구조 변화와 연금제도 개편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협회장의 역할은 단순한 정책 전달 창구를 넘어, 현장의 언어를 제도 안에 반영하는 실질적 실행력이 요구되고 있다.
후보로 등록한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는 21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금투협은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며 "따라서 협회의 첫 번째 고객은 정부가 아니라 회원사"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정책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파트너'로 규정하고, "정책 수용기관을 넘어 현장의 언어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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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2025.11.21 |
이 전 대표는 협회의 역할을 네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정책의 사후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설계 초기부터 시장의 의견을 담아내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현장 변화는 하루가 다르지만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거리와 시간'을 줄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둘째는 업계 공동 대응의 중심축 역할이다. 규제·세제·인력·시스템과 같은 구조적 이슈는 개별 회사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회가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자도생이 아니라 공동 해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협회의 존재 의의는 회원사의 성장과 가치 증대에 있다"고 말했다.
셋째는 업권·규모 간 이해 조정이다. 증권·운용, 대형사·중소형사, 전통 금융과 신산업, 국내 기준과 글로벌 스탠더드 간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의 방향성과 시장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조정자 역할이 협회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보호를 기반으로 한 신뢰 구축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의 궁극적 고객은 투자자이며, 투자자의 부를 증진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시장이 지속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본인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시장과 정부의 언어를 모두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꼽았다. 1988년 행정고시를 통해 재정경제부에 입문한 뒤 12년간 정책 설계와 집행을 경험했고, 이후 증권사와 운용사 CEO를 16년 역임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체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영역 모두 오래 경험한 사람만이 정책과 시장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다"며 "금투협은 정보 전달처가 아니라 소통과 실행의 허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공약 중 강조한 분야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이었다. 그는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는 세금인데, 현행 제도는 복잡해 실제 수익률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펀드까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확대하고, 세율도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부동산에만 적용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소액주주에게도 적용하고,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비과세 청년도약펀드 도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협회 내에 '금융투자 조세지원센터' 설립안도 제안했다. 협회와 회원사 세무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세제 분석과 정책 설계까지 수행하는 구조로, "상품 개발부터 제도 개선까지 연결되는 설계 허브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향후 1년간 금투협이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금융투자인가센터(가칭)' 신설을 꼽았다.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가 절차의 불확실성과 지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등록제임에도 실질적으로 인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표준 템플릿 제공, 사전 컨설팅, 심사 동향 분석을 통해 당국과 회원사가 모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윈-윈'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협회는 목소리를 내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 가능한 정책환경, 이해 가능한 세제, 수익을 내는 연금구조가 만들어져야 자본시장이 경쟁력을 갖는다"며 "그 시작점이 바로 금투협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