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공격 패턴·정적인 움직임으로 빌드업 답답함 유발
가나, 수비형 미드필더 배치로 홍명보호와 중원 싸움에서 승리
이강인 "대표팀 보완해야 할 부분 많아···더 많은 준비 필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승리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또 한 번 의문을 남겼다. 홍명보 감독이 가나전에서 다시 꺼내든 3백 전술은 경기 내내 불안정을 드러냈고, 공격과 수비 어느 쪽에서도 확실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18분 이태석의 결승골을 앞세워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파라과이전(2-0), 볼리비아전(2-0)에 이어 11월 두 번째 평가전까지 승리하며 A매치 3연승으로 2024년 일정을 마쳤다. 결과만 놓고 보면 긍정적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더 뚜렷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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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18일에 펼쳐진 가나와의 축구 평가전에서 조유민(왼쪽)과 이강인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SNS] 2025.11.18 wcn05002@newspim.com |
이번 경기는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대폭적인 선발 로테이션이 이뤄졌다. 손흥민(LAFC), 이강인(PSG),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대표팀의 중심축을 제외한 채 8명의 새로운 선수가 선발로 나섰다. 김민재의 수비 파트너로 조유민(샤르자)과 박진섭(전북)이 나서 3백을 형성했고, 중원에는 묀헨글라트바흐의 옌스 카스트로프와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권혁규(낭트)가 투입됐다.
대표팀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부상으로 붕괴된 미드필더 라인이었다. 황인범(페예노르트)이 빠진 데 이어 박용우(알아인), 백승호(버밍엄)까지 합류하지 못하면서 빌드업 구조 자체가 흔들렸다. 볼리비아전에서는 김진규(전북)와 원두재(코르파칸)가 투입돼 고전했고, 가나전에서는 옌스와 권혁규가 호흡을 맞췄지만 개선된 모습은 거의 없었다.
가나는 기존에 쓰던 3백을 버리고 한국전에 맞춰 4백으로 변화를 줬다. 특히 칼레브 이렌키(노르셸란)를 최후방 미드필더로 배치해 한국의 핵심 자원인 손흥민·이강인을 동시에 마크하는 역할을 맡겼다. 여기에다 2선·3선이 촘촘히 압박하며 한국 선수들을 1대1로 전담 마크하자, 한국은 빌드업이 완전히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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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18일에 펼쳐진 가나와의 축구 평가전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공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SNS] 2025.11.18 wcn05002@newspim.com |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볼을 받아 연결해 줘야 할 미드필더와 공격진이 공간을 찾아 움직이지 못한 채 멈춰 있었고, 결국 한국은 전진 패스를 포기한 채 뒤로 돌리거나 옆으로 내주는 단조로운 패스워크에 갇혔다. 전진 공간이 열리지 않자 센터백들은 롱볼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곧 한국의 공격 패턴이 가나에 완전히 읽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빌드업이 막히자 이강인이 전반 중반부터 아예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오며 흐름을 바꾸려 했으나, 이는 공격 옵션 감소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공격 전개를 책임져야 할 선수가 후방으로 내려오면 득점 루트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는 황인범의 대체 자원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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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18일에 펼쳐진 가나와의 축구 평가전에서 박진섭이 공을 들고 전진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SNS] 2025.11.18 wcn05002@newspim.com |
반면 가나는 앞서 언급한 이렌키를 중심으로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풀어나갔다.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이렌키는 어렵지 않게 공을 공격 지역까지 전진시킬 수 있었다. 가나는 한국보다 더 1개 더 많은 총 8번의 슈팅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토마스 파티(비야레알), 모하메드 쿠두스(토트넘), 이냐키 윌리엄스(빌바오) 등 핵심 자원들이 빠졌음에도 경기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며 위협적인 장면을 계속 만들어냈다.
이강인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겼다고 해서 다 만족할 수는 없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본선을 위해선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솔직히 밝혔다. 가나의 오토 아도 감독 역시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일본은 지금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팀"이라 평가하며 "한국과 가나는 아직 그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경기 후 홍명보 감독은 "전반은 미드필드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후반은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에 가까웠다"라며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이어 "내년 3월 평가전 이후 바로 월드컵 본선이 시작된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길 바란다"라며 준비 방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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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지난 18일에 펼쳐진 가나와의 축구 평가전에서 권혁규가 가나 선수를 상대하고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SNS] 2025.11.18 wcn05002@newspim.com |
그러나 경기력만 놓고 보면 걱정이 앞선다. FIFA 랭킹이 50계단 이상 차이 나는 볼리비아와 가나를 상대로 두 경기 연속 전반전 경기력이 부진했고, 결국 후반 교체를 통해 상황을 뒤집는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월드컵 무대를 겨냥한다면 '결과만 좋은 축구'에서 벗어나 '과정이 있는 축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홍명보호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3월과 6월 평가전에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홍 감독이 목표로 제시한 '월드컵 8강'은커녕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적 재정비와 중원 구도의 재건이다. 승리의 기쁨보다 경기력이 남긴 숙제가 더 크게 보이는 이유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