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블랙홀'에 서울 도시철도 관심도 멀어져
광역철도 연계 교통 기능 강화해 사업성 높일 것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과 민자사업자의 이탈로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사업이 연말 정부의 국가철도망기본계획 발표를 계기로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도시철도망 구축사업은 경전철을 중심으로 추진돼 왔지만,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나 민간투자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은 일부에 불과하다.
다수 노선이 낮은 경제성으로 인해 심사를 넘지 못했고, 일부 민자사업은 민투심(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을 통과하고도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 연말로 예정된 국가철도망기본계획 발표를 사업 재개의 전환점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일 서울시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답보 상태에 머물러온 서울 도시철도망 구축사업은 해당 계획 발표 이후 노선 재편 및 사업 구조 조정을 포함한 재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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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가 답보상태에 놓인 서울 경전철망 구축 재개를 위해 연말 발표된 국가 철도망 계획을 활용할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경전철 차량 모습 [사진=서울시] |
서울시의 도시철도망 구축사업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1990년대 초반 수립된 '서울 3기 지하철 계획'을 모태로 한 현행 도시철도망 계획은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대부분 20년 가까이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 재정사업으로 추진 중인 강북횡단선(예비타당성 0.57)과 목동선(0.75)은 낮은 경제성 평가 결과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된 서부선과 위례신사선 역시 사업자가 이탈하면서 재구조화 절차를 밟고 있다.
2021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본격 착공에 들어간 사업은 위례선 트램(2023년 4월 착공)이 유일하다. 강북권에서는 동북선을 제외하면 착공된 노선이 없으며, 우이신설선 연장구간 이 착공을 앞두고 있고, 면목선 역시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가 목표로 내세운 '강북 교통 소외지역 해소'는 단기간 실현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강북 교통 소외지역에 대중교통을 투입한다는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의 목표는 지금으로선 빠른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도시철도망 사업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인 이유로 높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와 민간투자적격성 조사(민투심) 기준이 꼽힌다. 서울시 SOC 사업은 타 지자체에 비해 예타와 민투심 기준이 엄격하다.
예타는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평가로 구성되는데, 서울시는 지역균형평가 항목에서 제외된다. 이로 인해 경제성 평가 비중이 60~70%, 정책성 평가 비중이 30~40%에 달한다. 경기·인천 지역의 경우 경제성과 정책성이 5대5로 평가되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의 교통복지형 SOC 사업은 추진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조다.
실제 지난해 예타에서 탈락한 강북횡단선의 경제성 평가는 0.57에 그쳤다. 서울시는 교통사각지대 해소를 이유로 정책성 평가 비중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제성 부진으로 결국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여기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전철 건설이 잇따르면서 노선 중복 문제도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GTX A~F 노선을 제외하면, 내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과 신분당선 북부 연장 등과 서울 경전철 노선이 겹치는 경우 예타와 민투심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부분의 서울시 경전철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GTX를 비롯한 광역전철이나 기존 서울시 지하철 연장사업이 노선 주변에서 추진될 경우 사업자가 선뜻 나서지 않기 마련이다. 민자 구간이라도 운임 결정은 서울시가 하고 있으며 최소운영수익보장제와 같은 민자사업자에게 유리한 사업조건도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 경전철 대부분이 출퇴근 첨두 시간대에 200%를 넘는 혼잡률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노선이 일부라도 중복될 경우 민자 경전철 사업이 빠른 추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사업성이 있는 노선이 위례신사선, 서부선인데 이들 사업자도 건설비용 악화를 이유로 이탈한 상태"라며 "GTX를 비롯해 신안산선 등과 운영 수익을 나눠야 하는 만큼 단거리 노선인 경전철 참여를 망설이는 사업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서울 도시철도를 시 재정으로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반드시 필요한 노선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체된 서울시 도시철도사업은 오는 연말 발표될 정부의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전철로 서울 안에서 운영되는 서울시 도시철도 건설계획은 물론 국가철도망기본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GTX 중심의 국가철도망계획이 발표되면 이에 대한 연계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강화되기 때문에 각 사업의 필요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GTX의 경우 연계교통 수단 확충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역사 주변 서울시 도시철도 노선의 경우 경제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강서구를 비롯해 강북횡단선 노선이 지나는 자치구들이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한 시민 서명서를 제출하는 등 주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점을 활용한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서울시는 정부에 서울시 도시철도에 대한 정책성 평가 비중을 높여줄 것과 민자사업자에 대해 건설비용 인상 기조를 반영해 사업성 제고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 환경에서는 서울시가 사업성을 높이는 계획을 수립해도 예타 통과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또 치솟은 건설 원가를 감안해주지 않는다면 민자사업자의 이탈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