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신모 씨, 구형보다 많은 징역 10년
공범 박 씨는 각각 징역 5년·3년 6개월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 "A를 캄보디아에 보내야 해. 같이 캄보디아 호텔에 머물다 계약서만 받고 와. 그러면 귀찮게 안 할게." 사기를 주도한 신모 씨(26)는 음식점 사장인 김모 씨(27)와 배달 대행업체를 운영하던 박모 씨(26)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A씨는 김 씨가 운영하던 음식점의 종업원이었다. 두 사람은 사실상 A씨를 속여 캄보디아에 출국하게 한 후 현지 범죄 단체 조직원에게 A씨를 넘기기로 암묵적으로 모의한 셈이다. 이렇게 A씨는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조직원에게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엄기표)는 22일 국외이송유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구형량(징역 9년)보다 많은 형이다. 박 씨와 김 씨에게는 각각 징역 5년,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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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5.10.22 leehs@newspim.com |
◆ 신 씨, '사기 가담 안 해서 6500만원 손해' 빌미로 협박
A씨가 캄보디아로 가게 된 것은 신 씨의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씨는 국내에서 대포계좌를 모집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 조직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김 씨와 박 씨는 지인의 소개로 신 씨를 알게 됐다.
지난 2024년 11월 신 씨는 수입차량 차대번호 사기를 제안한다. 해외 딜러에게 차를 팔 것처럼 차대번호를 전달하고, 딜러가 구매금을 보내면 돈만 챙기는 수법이다. 박 씨는 이에 응했지만, A씨는 응하지 않고 지정한 날짜에 자동차 매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 씨는 6500만원의 손해를 봤으며 '죽인다'고 협박했다. "잡히면 죽는다, 잡는 거 하루이틀도 안 걸려"라며 김 씨와 박 씨, A씨를 한 패로 몰아 갚을 것을 종용했다.
그 해 12월 하순에서 올해 1월 초순쯤, 신 씨는 박 씨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캄보디아에 카지노가 잘 돼 있다. 지인이 관광사업을 추진할 것인데, 캄보디아 호텔에 머물고 있다가 체류 중인 한국인에게 사업 계약서를 받아오면 채무를 탕감해 주겠다."
박 씨는 캄보디아에 가면 현지 범죄단체 조직원에게 감금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지만, A씨를 넘겨야 돈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안에 응했다. 이후 김 씨는 A씨가 캄보디아에 잘 도착했는지 감시할 목적으로 함께 비행기를 탔다.
A씨는 캄보디아에서 '은우실장', '이실장'이라고 불리는 인물에게 휴대폰, 여권, 신분증을 뺏겼다. 그들은 납치된 사람의 머리가 잘린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며 "너도 도망치다 걸리면 이렇게 된다. 부모에게 계좌에 묶인 돈과 장값(대포계좌 마련 비용)을 보내라고 해라"라고 협박했다.
이렇게 총 13일간 A씨는 감금됐다. A씨는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직원 등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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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 1심 재판부, 공소사실 모두 유죄 판단…"사정 모를 수 없어"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신 씨는 수사에 협조도 하지 않았고, 반성문 한 장 제출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박 씨, 김 씨)은 신 씨의 위협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피해자를 캄보디아에 보내야 할 처지"였다며 "위협받는 처지였다면 피해자도 현지 공범들에게 감금될 수 있다는 사정을 모를 수 없다고 보인다"라고 봤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신 씨는 다른 공범을 위협해 캄보디아 이송, 감금했는데도 전면 부인하고 수사 과정에서도 관련자 수사에 아무런 협조도 하지 않았고 재판 과정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할 뿐 반성문 제출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박 씨, 김 씨에 대해서는 "신 씨의 위협이 있었다고 해도 위협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범행에 가담했다"며 "자발적으로 범행에 나아간 건 아니지만 피해자를 몰아넣은 행위에 대해서도 상당 기간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다만 박 씨와 김 씨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이 부분은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00wi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