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TSMC 미국 공장서 블랙웰 생산
증권가, 국내 반도체 영향은 제한적일 듯
"삼성·SK는 HBM 집중하는 등 분야 달라"
[서울=뉴스핌] 김가희 기자 =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블랙웰'이 미국 TSMC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하며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자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압박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엔비디아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TSMC 팹(공장)에서 블랙웰 대량 생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현장을 찾아 TSMC 운영담당 부사장과 함께 첫 미국산 블랙웰 웨이퍼에 서명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칩이 이제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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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 |
시장에서는 이번 결정을 단순한 생산 이전이 아닌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급화 전략과 AI 패권 강화가 맞물린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엔비디아가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미국 애리조나 TSMC 팹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와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 압박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 반도체 사업 내 미국 패권 지위를 가져오기 위한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TSMC는 현재 고객들로부터 강한 수요를 확인하고 있고 생산능력 확정에 대한 요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실적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실적 성장의 우상향 흐름은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강력한 AI 수요, 2나노(N2)를 포함한 선단공정 확대와 함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수요 대비 공급이 타이트한 만큼 긍정적인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양산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랙웰 생산에는 TSMC의 고급 패키징 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가 쓰이기 때문에 대만에서 하든 미국에서 하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하는 등 분야가 달라서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본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입지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와 보조금 정책을 앞세워 자국 내 반도체 생산을 압박하는 가운데 두 기업이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길지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370억 달러(약 51조원)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예트에 첨단 패키징 공장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rkgml9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