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불지핀 美, 주말 지나며 '갈등 진화' 제스처
월가 전문가들 "시장 변동성 불가피" 경고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여름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미·중 무역 휴전이 다시 불안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주말 불안을 재점화한 미국이 유화 제스처를 다시 보였지만 갈등은 다시 본격화할 조짐이며,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당분간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인상 경고를 올리면서, 전 세계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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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미국, 중국 국기 일러스트 이미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그로부터 하루 뒤, 금융시장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주말 동안 트럼프가 "중국과 관련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발표하며 긴장을 완화시켰고, 중국 상무부 또한 희토류 금속 수출 통제 조치가 전면 금지가 아닌,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허가가 부여될 수 있는 제한적 조치라고 설명하는 성명을 내놓은 덕분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13일(현지시간) 한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당히 긴장을 완화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 관세가 11월 1일까지는 발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날 것으로 예상했으며, 100% 관세도 시행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일시적 후퇴로 13일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올여름 글로벌 증시를 끌어올렸던 미·중 간의 잠정적 무역 휴전이 다시 불안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금요일 시장을 뒤흔든 급격한 변동성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워싱턴 정책 애널리스트 에드 밀스는 "양국이 협정 체결까지 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한계를 시험할 것"이라며, 그 수단으로 "긴장을 높였다가 다시 완화시키는(escalate to de-escalate)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밀스는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 맞붙은 위험이 아주 큰 '치킨게임'이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날짜로 트럼프 행정부가 설정한 '지속 가능한 합의'의 새 마감 시한인 11월 1일을 꼽았는데, 그는 협상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역과 관세 갈등을 늘 롤러코스터에 비유해 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다시 시작될 라운드의 새 티켓을 발권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맥쿼리그룹의 전략가 티에리 위즈먼도 이날 금값이 4,100달러를 돌파한 것을 가리키며 "세상이 완전히 괜찮은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캐피털닷컴의 시니어 애널리스트 다니엘라 사빈 헤이손은 "시장은 그동안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의 진전을 이유로 무역 관세 이슈가 대부분 해소된 듯한 분위기로 움직였다"면서 "하지만 중국이라는 불확실한 마지막 고리가 남아 있었고, 그 전제가 흔들리자 포지션이 몰린 투자자들이 급히 빠져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이손은 이어 "월요일의 되돌림은 기본적 추세 변화보다는 포지션 정리 과정에 가깝다"면서 "밸류에이션은 높고, 모멘텀은 과열됐으며, 변동성 매도자들은 안일해진 상태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향후 흐름은 '100% 관세 부과' 위협이 실제로 유지되느냐, 아니면 빠르게 철회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연구원 짐 리드는 "S&P500이 3% 이상 급락한 날이 벌써 6개월째 없다는 건 이례적"이라며 "이만큼 긴 기간 동안 큰 폭의 조정 없이 이어지는 건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발언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잠재적 충격에 취약한 상태임을 시사한다.
모간스탠리 주식 전략가들은 11월 초까지 긴장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S&P500 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최대 11%)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