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방문 의회 연설 "참혹한 전쟁 끝낸 합의" 강조
이집트에서 20여개국 참여 정상회의 주재하며 평화안 서명
하마스 무장해제·이 철수 등 핵심 쟁점·전후 질서 재편 등 여전히 불투명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발효와 인질·수감자의 대규모 교환을 계기로 "2년간 이어진 가자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하마스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와 가자지구의 미래와 항구적 평화 계획 등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전쟁 종식 선언과 가자 평화선언 서명
가자지구 평화 협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중동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을 먼저 방문, 의회인 크네세트에서의 연설에서 연설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휴전 및 대규모 인질·수감자 교환을 "전쟁의 끝이자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새벽"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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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 평화 협정을 위한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2025.10.14 kckim100@newspim.com |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금부터 몇 세대에 걸쳐 이 순간이 전쟁의 끝일 뿐만 아니라 모든 변화의 시작점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은 이제 이 승리를 평화와 번영이라는 궁극적인 성과로 전환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집트로 이동,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홍해 정상 회의에서 20여 개국 지도자들과 함께 가자 전쟁의 종식을 위한 합의를 서명·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공동 주재한 회의에서 중동의 카타르·튀르키예 지도자 등과 문서에 서명하며 "이번 합의는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 유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제 재건이 시작된다"며 가자지구 행정, 치안, 재건 지원을 국제 사회가 집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중동 국가는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20여 개 주요국 정상이 참석했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등도 참여, 가자지구 휴전과 평화 구상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회의장 주변에는 트럼프 대통령 얼굴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리고, 야자수 거리 곳곳에 환영 장식이 세워지며 화려한 외교 무대가 연출됐다. 한편 이날 회의에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측 지도자는 모두 불참했다.
▲인질·수감자 맞교환...1단계 휴전 이행
앞서 이날 오전 휴전 협상 1단계에 따라 하마스는 생존 인질 20명을 전원 석방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 약 2,000명을 풀어줬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납치된 지 737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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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생존 인질을 실은 차량이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남부에 있는 군기지를 향해 달려가자 시민들이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이른 아침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칸 유니스 인근에서 인질들을 풀어줬다. 국제 적십자 위원회(ICRC)를 통해 이스라엘군에 인계된 생존 인질은 헬기 등으로 이스라엘 남부 레임의 군부대로 이송돼 가족과 재회한 뒤 건강 검진을 받았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질 광장'에서는 가족들이 눈물과 환호로 귀환을 맞았다.
한편 가자지구 칸 유니스 병원에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모여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풀려난 수감자들을 끌어안으며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총성이 멈추고, 사이렌이 울리지 않으며, 성지에 평화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며 "양측 모두에게 길었던 악몽이 끝났다"고 강조했다.
▲여전한 불안 요소와 산적한 과제
트럼프 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휴전 합의 1단계에 따라 인질과 수감자들이 풀려나고 전쟁 종식 선언도 나왔지만 가자지구의 평화 실현에 대해선 여전히 우려가 높고 과제도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들은 이번 1단계 합의 안에는 휴전의 핵심 조건이었던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여부가 합의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휴전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향후 가자지구 재건과 이를 담당할 행정 주체 선정도 여전히 '미합의' 상태다. 하마스와 대립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가자 행정에 참여 의지를 보였으나, 이스라엘은 반대하고 있다.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정식 역할 보장이 있어야만 재건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이집트로 유입된 난민 처리 문제· 구호와 재건 방법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다수 중동 전문가들은 "전쟁의 총성은 멈췄지만 평화의 길은 험난하다"면서 향후 몇 개월간 합의 이행 여부와 국제 사회의 보증 체계 마련 여부가 평화 정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 리야드 나이프 아랍 안보 과학 대학의 아지즈 알가샤안 연구원은 NYT에 "세계가 원하던 미국의 개입은 확보했지만, 미국의 무게감을 어떻게 지속할지가 더 어려운 문제"라며 "장기적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