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로 대출… 상환은 러시아가 피해 배상한 이후"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유럽 지역에 동결돼 있는 러시아의 자산을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강화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유럽과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동결 자산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금 등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했는데 메르츠 총리는 한 발 더 나아가 동결 자산 자체를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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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메르츠 총리는 이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러시아에 침략 비용을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물게 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라며 "유럽연합(EU) 지역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전쟁 수행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몇 년 간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회복력을 보장할 수 있는 규모로 재정을 동원할 것을 촉구한다"며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대출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 침략에 맞서는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FT는 "유럽 최대 경제국이면서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독일의 총리가 내놓은 이 같은 호소는 최근 EU 집행위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국제예탁결제기구 유로클리어(Euroclear)에 동결돼 있는 1940억 유로(약 320조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활용할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EU가 이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법적 메커니즘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며 "러시아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 약 1400억 유로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자산을 몰수하지 않고, 담보처럼 활용해 자금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출의 상환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으로 발생시킨 피해를 우크라이나에 배상할 때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자금은 우크라이나의 일반 예산을 충당하는 데는 사용할 수 없고, 오직 군사 장비 구매에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에 대한 안전성과 보증에 대해서는 EU 회원국들이 우선 보증을 하고, 오는 2028년 EU가 차기 장기 예산(7년짜리)을 편성할 때 그 중 일부를 담보로 제공해 최종 상환 보장을 하자고 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 같은 방안이 EU 27개 회원국의 '대다수' 동의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국 만장일치로 추진할 경우 대표적인 친러 성향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이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EU 회원국 정상들은 다음달 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EU 집행위가 검토한 다양한 방안들을 놓고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