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구 '옥산그린타워' 등록말소 완료..2023년 조치 후 사업자와 소송 거쳐 확정
등록말소 사업자 향후 2년간 민간임대사업자 등록 불가...세제 혜택 반환 등 의무
민특법상 민간임대사업자 의무에서 배제..."오히려 임차인 피해 키울 수도" 우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주택 전세금 미반환으로 논란이 확산된 청년안심주택 사업장에서 첫 등록말소 사례가 나왔다.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사업자에 내린 첫 강도 높은 제재로, 사회적 부작용을 감안할 때 향후 유사한 조치가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사업자 등록말소에 따라 해당 사업자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의무에서 벗어나 오히려 임차인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자치구 상당수가 등록말소 조치를 망설이는 상황인 만큼 사업자 등록말소 처분 후 해당 사업장의 임차인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광진구는 지난 3일 구의동 '옥산그린타워' 민간사업자에 대한 등록말소 조치를 끝냈다. 앞서 2023년 해당 사업자가 거주하던 지역인 송파구는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이 사업자에게 등록말소와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사업자가 송파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처분 효력이 실질적으로 발생하지 못했다.
이후 2023년 1심, 지난해 2심을 거쳐 송파구가 승소했다. 사업자는 상고를 제기했지만 지난 7월 이를 포기했다. 이에 사업자가 현재 거주하는 광진구에서 등록말소 조치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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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청년안심주택 '옥산그린타워' [사진=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
옥산그린타워는 서울시·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관리하는 공공임대 15가구와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민간임대 59가구로 구성된다. 문제가 생긴 것은 민간임대 물량이다. 사업자가 이혼 소송 등 개인 사정으로 적자에 놓이면서 지난달 기준 59가구 중 55가구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 사업자가 정상적인 임대차 운영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자치구에 등록말소와 과태료 부과를 요청한 것이다.
등록이 말소됨에 따라 해당 사업자는 민간임대사업자로서 누렸던 세제 혜택에 해당하는 금액을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서울시와 맺었던 협약에 규정된 의무임대기간 10년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위약금을 시에 지불해야 한다. 또 서울시로부터 받았던 용적률 인센티브와 융자 지원 등 사업 관련 혜택과 관련한 비용도 시에 내야 한다.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이 사업자가 적자 상태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향후 임대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도 높은 제재로 징벌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임차인 보호 장치가 느슨해지는 것이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에 따라 관할 청에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이들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금 반환 독촉, 미반환 사실 정보통신망에 공개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민특법 조항을 근거로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자의 민간임대사업자 지위가 박탈되고 민특법상 의무가 해제되면서 지자체가 사업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줄어들게 된 셈이다.
사업자가 사업장을 매각할 경우에도 상황이 복잡해진다. 민특법은 민간임대사업자의 HUG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또 민간임대사업자가 사업 양도 시 양수인에게 임대사업자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양수인은 HUG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포함한 민간임대사업자로서의 지위·책임 등을 한꺼번에 이어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옥산그린타워의 사업자 등록말소 처리가 완료되고 민특법상 사업자의 HUG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사라지게 됐다. 향후 매각 및 사업 승계 작업이 이뤄지더라도 다시 보증보험 문제가 불거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옥산그린타워를 청년안심주택으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청년안심주택은 19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 청년 혹은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하는 서울시의 정책이다. 시 재정과 인력만을 활용해 토지 매입, 착공, 운영 등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신속한 주택 공급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결합하는 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옥산그린타워의 사업자가 민간임대사업자가 아닌 일반 사업자 신분이 되면서 이 사업자가 관리하는 물량은 청년안심주택보다는 통상의 민간 주택에 가까워졌다.
현재 옥산그린타워 주택의 임차인들은 보증금 반환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임차인은 "사업자 등록말소 후 제도 운영에 대해 서울시로부터 따로 안내받은 바 없다"며 "등록말소 조치에 따라 이 주택이 청년안심주택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헷갈린다"고 했다. 이어 "사업자가 보유 재산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보증금을 상환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 언제 보증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경매를 통해 채권을 획득하는 방안은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등록말소 후 사업자와 시가 맺었던 청년임대주택 관리 업무 협약이 해지됐다"며 "공공임대 물량은 기존대로 시가 운영하고 민간임대 물량은 향후 소유권자와 근저당권자의 의사에 따라 운영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협약 해제에 대해서는 시가 위약금 부과 등을 통해 제재할 예정"이라며 "임차인 피해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한 송파구 '잠실 센트럴파크'와 동작구 '코브' 사업장의 사업자를 관리하는 각 자치구에서는 등록말소 처분을 두고 고심 중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서울시로부터 등록말소 처분에 대한 요청을 받았으나 해당 처분으로 인해 오히려 임차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관계자도 "등록말소 처분 후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아직은 검토 단계"라고 전했다.
도봉구 '에드가쌍문' 관할 자치구인 도봉구는 등록말소를 추진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도봉구 관계자는 "에드가쌍문 사업자에 대해 과태료 589만5000원을 부과한 바 있으나 등록말소 처분은 내리지 않았다"며 "등록말소를 할 경우 임차인의 피해를 키울 수 있고 사업자와의 분쟁 등 문제의 본질 외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등록말소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blue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