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원' 확정
세제정책 연이어 좌초…'조세정의' 실종 비판도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정부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를 현행 '종목당 50억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서 윤석열 정부 이전 수준인 10억원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윤석열 전 정부에서 이뤄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한 데 이어 이번 대주주 기준도 철회하면서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정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여당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세 과세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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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2025.09.16 plum@newspim.com |
앞서 지난 7월 31일 정부는 '2025 세제개편안'을 통해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기재부는 '과세 정상화'를 명분으로 연간 2000억~3000억원 수준의 세수 확보를 기대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시장의 반발은 거셌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인 8월 1일 코스피는 3119.41포인트까지 하락하며 4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민의힘 등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대주주 기준에 대해 정부가 빠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코스피 시장이 빠르게 위축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도 나왔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주식시장 활성화에 장애가 될 정도라면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한발 물러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대주주 기준 유지' 방침을 확정하면서 대주주 과세 기준 강화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번 대주주 양도세 기준 후퇴는 단순히 시장 상황을 반영한 조정이 아닌, 세제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원칙을 훼손한 사례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과세 형평성 회복'을 내세우던 정부가 여론과 시장 반발에 밀려 태도를 바꾼 것은 조세 정책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대주주 기준 논란과 맞물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작년 1월 2일 금투세 폐지를 발표했고, 같은 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도입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류 기조에서 벗어나 윤석열 정부 정책에 찬성하며 시장 친화적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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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16일 코스피가 13.82포인트(0.41%) 상승한 3421.13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1포인트(0.20%) 오른 854.40에 거래를 시작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내린 1386.1원에 출발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09.16 choipix16@newspim.com |
그러나 금투세 무산 이후 환원돼야 할 대주주 기준은 결국 복원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는 '2025 세제개편안' 발표에서 전 정부에서 완화된 대주주 기준을 다시 원복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은 금투세에 이어 대주주 기준까지 연이어 조세정의를 접은 모양새가 됐다.
조세정의의 핵심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간단한 원칙이다. 금융소득을 통해 고액 이익을 얻는 자산가에게 정당한 과세를 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이자 세제의 기본이다. 향후 5년간 국정과제 이행과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210조원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조세제도가 흔들리면 재원마련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주주 기준 유지로 인해 얻는 이점도 확연하다는 의견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했을 시 연간 세수 효과는 2000억~3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이 세수 효과와 증시가 시끄러워지는 것을 비교해 보면 현행 유지가 더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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