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둔화가 물가보다 큰 변수로 부상
9월 0.25%p 인하 확실, 빅컷 가능성은 '제한적'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1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4% 밑으로 떨어지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소폭 높게 나오긴 했지만, 주간 실업수당 청구가 26만 건을 넘어서며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또 이날 실시된 30년물 국채 입찰은 '괜찮지만 특별하지는 않은' 결과를 보여주며, 이번 주 내내 확인된 미국 국채에 대한 견조한 수요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제 시장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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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10년물 차트, 자료=야후 파이낸스, 2025.09.12 koinwon@newspim.com |
◆ 10년물 4% 밑돌아…30년물 입찰도 양호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3.994%까지 내려 4월 '관세 쇼크' 이후 최저치를 찍은 뒤 4.011%에 마감했다. 2년물은 3.53%로 소폭 하락했고, 30년물은 4.65%로 2bp 넘게 떨어졌다. 이날 진행된 30년물 입찰에서도 견조한 수요가 확인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CPI에도 국채 매수세가 이어진 것은 고용지표 약세가 물가보다 더 큰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 CPI 0.4%↑…7개월 만의 최대폭 상승
미 노동부 통계국(BLS)에 따르면 8월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2.9% 상승했다. 7월(0.2%)의 두 배이자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1%로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 영향이 앞으로 몇 달간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 26만3000건으로, 시장 예상치(23만5000건)를 크게 웃돌았다. 전주 대비 2만7000건 늘어나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비농업 고용도 2만2000명 증가에 그쳐 예상치(7만5000명)를 크게 밑돌았고, 1년간 일자리 수가 91만 개 가까이 하향 수정되는 등 노동시장 둔화 신호가 뚜렷하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츠의 조시 재므너 선임 투자전략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오랜만에 CPI가 다른 데이터에 가려졌다"며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급증이,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음에도 10년물 수익률을 잠시 4% 밑으로 밀어냈다"고 썼다.
그는 "이는 연준의 '최대 고용'이라는 책무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 발표된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보기에 다음 주 25bp(1bp=0.01%포인트) 인하를 막을 정도로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연준, 0.25%p 인하 확실…"0.5%p는 신호 과잉"
시장에서는 오는 9월 16~17일 FOMC에서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다. '빅컷(0.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10% 미만으로 점쳐지지만,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악화는 인하 환경을 마련했지만, 0.5%포인트 인하는 연준이 경기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본다는 신호로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선물 가격은 이제 올해 남은 세 차례 회의에서 모두 25bp씩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베팅을 반영하고 있다.
◆ 달러 약세·ECB 동결 속 유로 강세
이날 미 달러화는 이날 유로와 엔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지수는 전장 대비 0.3% 내려 97.51을 기록했다.
달러/엔은 이날 0.3% 하락해 147.09엔, 유로/달러는 0.4% 올라 1.1738달러를 기록했다. 또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동결하며 경기·물가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