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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이창용 한은 총재 "높은 환율, 양극화 심화...시장 안정 도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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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수준, 펀더멘털과 괴리…시장 과잉 해석 경계
금리·환율·주택시장 동시 관리 과제 부각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른 현 상황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발표한 2026년 신년사에서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 "우리나라는 순대외채권국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국가"라며 "최근 환율 수준만으로 과거 외환위기 국면과 유사하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다만 "높은 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내수기업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해 경기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공동취재] 2025.11.27 yym58@newspim.com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의 구조적 배경으로 한·미 간 성장률과 금리 격차, 코리아 디스카운트,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을 지목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달러화 강세보다 원화 약세 폭이 더 컸던 것은 거주자의 해외투자가 외환시장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 환율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미 투자 협정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했다. 이 총재는 "연간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이 원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최대치를 의미하는 수치"라며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년 기계적으로 200억 달러가 해외로 유출되는 구조는 아니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총재는 특히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환헤지 전략이 지나치게 투명하게 시장에 노출되면서 환율 절하 기대가 한 방향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다른 경제주체들의 투자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환시장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국민연금은 계획에 따라 달러를 매입하고, 외환당국은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환율 상승으로 국민연금의 원화 기준 장부 수익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이를 국민의 노후자산이 실질적으로 늘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해외투자의 환헤지 전략을 재검토하기 위한 기획단이 꾸려졌고, 정부 관계 부처와 국민연금, 한국은행이 함께 '새로운 운용 프레임워크(New Framework)' 구축 논의에 착수한 점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통화정책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올해 역시 성장과 물가, 금융안정 간 상충이 심화되며 정책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환율 변화에 따라 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고,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도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다양한 경제지표를 면밀히 살피며 통화정책을 정교하게 운용하겠다"고 했다.

기준금리 정책과 관련해서는 "시장 기대에 후행해 변동성을 최소화하려 하기보다는 정책 여건이 변화할 때 그에 따른 통화정책 방향을 적시에 설명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책무"라며 "금통위원의 조건부 금리전망 운용 방식도 재점검해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 전망과 관련해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1.8%로 지난해(1.0%)보다 높아져 잠재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면서도 "IT 부문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1.4%에 그쳐 부문 간 회복 격차가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정 산업에 편중된 'K자형 회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신산업 육성과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기상 여건과 환율 영향으로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중반까지 올랐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2.1%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높은 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물가 상방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끝으로 "불확실성이 큰 환경 속에서도 중앙은행의 원칙과 사명을 지키며 정책 신뢰를 높여 나가겠다"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외환·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romeo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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