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만에 속전속결 상임위 통과…본회의 표결 가능성 열려
리사 쿡 해임 시도 법원에 제동 상황서 백악관에 힘 실어줘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스티븐 마이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이사 지명자가 10일(현지시간) 인준을 위한 1차 관문인 상원 은행위원회 표결을 통과했다. 이로써 이르면 이번주 상원 본회의에서 인준 표결을 앞둔 마이런 지명자는 16~17일 열릴 예정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이 날 상원 은행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어 마이런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표결 끝에 찬성 13 대 반대 11로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다음주 열리는 연준의 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에 마이런 지명자의 참석을 보장하기 위해 공화당이 전례없이 신속히 인준절차를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NYT는 공화당의 이례적인 연준 이사 인준 절차 강행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간 연준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뒤 이사진을 자신의 입맛대로 재편하려는 전방위적 압박과 맞물려 있다고 짚었다. 특히 마이런 지명자의 경우 연준 이사로 임명된 뒤에도 무급휴가 상태로 백악관과 관계를 끊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기준금리 등 연준 이사로서 내릴 주요 의사결정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표결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멋대로 해임하려다 전 날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연준을 장악하려는 백악관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는 평가다. 법무부의 항소로 법적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지만 쿡 이사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입맛에 맞는 인물을 연준 이사로 추가 지명할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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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7일 미국 상원 은행·주택·도시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증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지명자 스티븐 마이런.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다음주 FOMC 회의를 앞두고 연준과 백악관의 권한 다툼이 전례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과 몇 시간 차이로 법원이 쿡 이사의 직위를 지켜주는가 하면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마이런 지명자의 인준 절차를 유례없이 신속히 추진했다며 다음 주로 다가온 연준의 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누가 표결권을 행사할 지를 둘러싼 긴장이 감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민주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런 지명자를 '연준 독립성의 조롱거리'라고 비판했지만, 공화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불과 8일 만에 본회의 표결 가능성을 열어줬다며 최근 8명의 신임 연준 이사에 대한 상원 인준 절차가 평균 72~310일이나 걸렸던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전 날 늦게 쿡 이사가 법원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 시도를 막는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는데 이는 쿡 이사 개인뿐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 차원에서도 중요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WSJ은 여름 내 부진한 고용 지표가 이어져 시장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를 확실시하고 있다며 쿡 이사는 제롬 파월 의장과 정책 기조에서 대체로 보조를 맞춰온 반면 마이런 지명자의 구체적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 결정뿐 아니라 분기별 경제전망도 새로 공개돼 향후 정책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dczoomin@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