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단속, 충격적이고 잔인하며 매우 근시안적 조치"
"많은 기업들 미국에 투자 재고하게 될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국토안보부가 조지아주 현대차-LG 합작 전기차 공장에서 단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에 대해 외신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이번 조치가 한미 관계를 비롯해 미국 경제에까지 불러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는 논평을 내고 "이런 단속이 누구의 안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공동체를 불안정하게 하며, 가정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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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당국이 2025년 9월 4일 조지아주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해 불법 체류자 단속 작전을 펼쳤다. [사진=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 |
미셸 라포인트 이민위원회 법률국장은 "이번 역사적 단속은 언론의 주목을 끌 수는 있겠지만, 무너진 이민 제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합법적 경로의 부족, 그리고 공동체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 노동자와 가족들을 처벌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잘못된 접근만을 드러낼 뿐"이라고 꼬집었다.
사업장을 급습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가정·공동체·경제를 희생시키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난 우 위원회 연구국장은 "이민 노동자들은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노동 공백을 메우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제조업 노동자의 5.7%가 미등록 이민자이며, 조지아주의 경우 이 비율은 6.7%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우 국장은 이어 "합법적 취업 경로를 개선하는 대신 사업장을 단속하는 것은 잔인하고, 낭비적이며, 매우 근시안적인 조치"라면서 "이러한 단속으로 인한 위축 효과는 노동자들이 출근을 꺼리게 만들고, 그 결과 노동력 부족을 심화시키며 이미 불안정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는 체포 당시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과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단속 당일 오전 현지 근로자들이 회사 경영진들로부터 쏟아지는 전화를 받으며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한 현장 관계자는 BBC에 "이번 일이 있고 나서, 많은 기업들이 미국에 다시 투자할지를 재고하게 될 것 같다"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이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속으로 체포된 이들 중 상당수가 전문 인력이었으며, 그들을 대체할 현지 근로자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아주 사바나한인회 조다혜 회장은 이번 단속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며 이번 단속이 미국과 한국 간 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번 일이 "개인적으로도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회사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단속이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동시에 미국 내 제조업 확대를 추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강력한 이민 단속 노력이 상충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이번 급습은 미-한 관계를 시험대에 올렸다"고 진단했다.
또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체포가 트럼프 대통령 정책 목표들 사이에 내재된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이민 단속은 미국에 부족한 노하우를 가진 고숙련 기술자를 소멸시키고 있으며, 모든 노동자가 체포된다면 공장을 지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