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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단독] KF-21 시제 5호기, 인도네시아 보낸다

기사입력 : 2025년09월04일 22:49

최종수정 : 2025년09월05일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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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제 5호기는 인니 PTDI에서 IF-21로 개조 예정 항공기
印尼, 보라매 사업 분담금 1조6000억 원에서 1조 원 탕감
튀르키예 칸 전투기 지연되자 KF-21 프로그램 다시 붙들어
印尼 도입 IF-21 48대… 보라매 사업 초기 중요 역할 전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5호기가 내년 인도네시아에 인도된다는 소식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흘러나왔다. 최근 인도네시아 군사저널리스트 알만 헬바스 알리(Alman Helvas Ali)는 X(트위터)를 통해 "KF-21 시제 5호기가 2026년 인도네시아의 국영 항공기업 PTDI(PT Dirgantara Indonesia)에 인도된다"며 "세부 사항은 한국 관계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알만 헬바스 알리는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방위산업 컨설팅사 세마르 센티넬(Semar Sentinel)의 군사저널리스트다. 알만 헬바스 알리는 2023년 5월 복좌(2인승) 기체인 시제 4호기 비행 때 인도네시아 조종사 4명과 함께 탑승했고, 그해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 기념 학술 세미나'에 초청돼 '한국·인도네시아 방위산업 파트너십 증진'이란 주제 발표를 하기도 했다.

KF-21 시제 5호기가 2023년 5월 16일 최초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에 전달 예정인 시제 5호기는 동체와 꼬리날개 부분에 위장 색상으로 도색했다. [사진=방위사업청] 2025.09.04 gomsi@newspim.com

◆시제 5호기, IF-21 시제기로 개조 예정 =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1월 KAI와 계약을 맺고, KF-21 전체 개발비 8조8000억 원의 20%인 약 1조7000억 원(이후 약 1조6000억 원으로 감액)을 오는 2026년까지 부담하기로 했다. 이 계약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이 완료되면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전투기 48대를 현지 생산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2016년부터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에 참여한 인도네시아는 분담금과 기술 이전 문제로 최근까지 한국과 불협화음을 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월 자국 기술진이 KF-21 자료가 담긴 비인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외부로 빼돌리려다가 적발돼 한국의 수사를 받게 되자 분담금 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기도 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납부한 분담금은 4000억 원 규모다. 남은 분담금의 최종 납부 기한은 협의 후 정해질 예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한국과의 KF-21 공동개발에서 한발 물러서는 대신, 튀르키예가 개발하는 5세대 전투기 칸(Kaan) 전투기 개발 참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과의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이야기가 도처에서 흘러나왔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KF-21 분담금을 약 1조 원이나 깎더니, 최근 들어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의 신형 전투기들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 11∼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산 박람회 'IDEX 2025' 기간에 튀르키예와 5세대 전투기 칸 48대를 도입하는 약 10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앞서 지난 5월 말에는 프랑스산 최신예 라팔 전투기, 지난 6월 초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산 J-10 전투기 구매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원래 KF-21 시제 5호기는 인도네시아 항공기업 PTDI에서 IF-21(KF-21의 인도네시아 형식)의 감항인증(airworthiness certification)을 위한 IF-21 시제기로 개조될 예정이었다. 즉, 2016년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와 공동개발 계약을 하면서 KAI가 생산하는 KF-21 시제 1~6호기 가운데 시제 5호기를 인도네시아 버전인 IF-21로 개조해 감항인증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가 KF-21 프로그램 분담금 1조6000억 원에 대한 자금 납부를 계속 지연하면서 방위사업청이 무려 1조 원을 탕감해주었고, 이 때문에 KF-21 시제 5호기를 IF-21 형식 인증 시제기로 개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인도네시아에 KF-21 시제 5호기 제공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인도네시아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즉, KF-21 시제 5호기를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 PTDI에서 IF-21 형식의 시제기로 개조하는 작업을 하려는 것이다. 전망과 달리 KF-21을 단순히 인도네시아 PTDI가 '면허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계획대로 IF-21 형식을 완성해 도입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제기에 탑승해 시험비행을 한 한국 조종사(왼쪽)와 인도네시아 조종사. 조종석 아래쪽에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공동 개발을 의미하는 양국 국기가 그려져 있다. 총 6대를 제작하는 KF-21 시제기 가운데 1·2·3·5호기는 단좌(1인승), 4·6호기는 복좌(2인승)다.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2025.09.04 gomsi@newspim.com

◆1조 원 '탕감'하고도 시제 5호기를 준다고? =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의 KF-21 보라매 사업 분담금 1조6000억 원에서 1조 원을 '탕감'하고 6000억 원만 남겨놓았다. 이것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존 기술 이전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IF-21 형식 개발과 시제기 제작(KF-21 시제 5호기 개조), 그리고 테스트는 특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분담금이 1조 원이나 탕감된 상황에서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이 시제 5호기를 인도네시아에 인도하려고 물밑에서 논의 중인 것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KF-21 형식 개발을 줄어든 분담금에 어떻게 맞출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의 한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의 협상은 인도네시아 현지 여론의 반감을 고려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는 측면에서 '로우키'로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6월까지 충분한 검토 기간이 있기 때문에, 국익에 손실이 가지 않도록 충분히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줄어든 분담금에 맞출까?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방사청과 인도네시아 당국 간에 논의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을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IF-21 형식의 기존 방안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분담금에 맞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다시 말해 KF-21과 다른 IF-21의 고유 요소 중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것들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IF-21 형식 개발, KF-21 시제 5호기 개조와 시험평가에서 인도네시아 측 참여를 기존에 맺은 계약 계획보다 축소할 것이라는 뜻이다.

IF-21 개발을 한 번에 완성하지 않고 이후 추가로 인도네시아 측이 비용을 지불해 단계적으로 완성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6000억 원의 한도 내에서 IF-21 형식 개발에 할당된 비용만큼 개발하고, 이후 인도네시아가 추가로 비용을 지불해 IF-21을 추가로 개발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

2024년 3월 21일 첫 시험비행 중인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 KF-21 보라매와 형상이 비슷하다. 인도네시아가 48대 도입계약을 체결했다. [사진=TUSAS 에어로스페이스] 2025.09.04 gomsi@newspim.com

◆왜 인도네시아가 갑자기 한국 쪽으로? = 튀르키예가 개발하는 5세대 전투기 칸은 2030년대 중반에나 완성될 전망이다. 그리고 칸의 형상과 구조 개발은 이미 튀르키예 업체(TAI, TUŞAS라고도 함)에서 대부분 개발을 완료해 인도네시아가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라팔 도입 과정에서 제안받은 기술 이전은 AASM(일명 Hammer) 정밀유도폭탄 제작 등 실속이 떨어지는 품목에다 기술 이전도 제한적인 것으로 알렸다.

따라서 초음속 항공기 일부 구조물 설계와 제작, 초음속 항공기 제작과 시험평가 등의 기술을 인도네시아가 받아올 곳은 사실상 KF-21 사업이 유일하다는 것이 자명해졌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스페인과 공동개발한 CN-235 중형수송기 생산 노하우는 확보하고 있으나, 항공산업에서 전혀 다른 분야인 전투기 생산에 대한 노하우는 전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특히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는 국산 엔진 개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양산까지 향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대조적으로 KAI가 제작하는 KF-21은 이미 양산에 들어갔고, 실전 배치가 임박한 전도가 유망한 프로그램으로 '몸값'이 올라간 상태다. 참고로 KF-21 블록1의 계약은 이른바 '20+20'로 총 40대 가운데 2027년까지 20대, 2028년까지 추가로 20대가 실전에 배치된다. KF-21은 앞으로 단계적인 개발을 통해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가 완성되는 2030년대 중반에 5.5세대 전투기로 진화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일정이라면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칸에만 의존하다 2030년대 중반 이후까지 '인도네시아의 KAI'에 해당하는 국영 항공기 PTDI에 초음속 고정익 항공기 제작과 유지·보수·정비(MRO) 일감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KF-21 프로그램에서 섣불리 이탈하면 인도네시아의 국제 신인도(信認度)에 커다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인도네시아를 움츠리게 하는 부분이다. 미래에 튀르키예의 칸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에 인도네시아가 참여하더라도 파트너로서 신뢰를 받기 어려워 입지가 불안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 A씨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인도네시아와의 공동개발 '잡음'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쪽에선 오히려 '시제 5호기'를 가져오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일단 KF-21(IF-21) 5호기를 방사청으로부터 한 대 넘겨받아 자국에서 초도비행 '쇼'를 통해 공동개발을 부각하고 '공군력 과시'를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이 약 8조8000억 원을 투입해 세계 여덟 번째로 독자 개발한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의 비행 모습. 지난해부터 블록1 양산에 들어가 2026년 실전 배치를 앞두고 있다. [사진=공군] 2025.09.04 gomsi@newspim.com

◆한국은 왜 인도네시아를 끌고 가려 할까? = 인도네시아와의 KF-21 공동개발 사업이 분담금 문제와 인도네시아 기술자의 USB 유출 사건 등으로 암초에 부딪혔음에도 불구, 그동안 방위사업청이 인도네시아와 '결별'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인도네시아가 동남아의 KF-21 '수출 교두보'로, KF-21 보라매 개발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핵심국가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MRO 사업, 즉 '인도네시아의 KAI'인 PTDI가 KF-21의 MRO 프로그램을 확보하게 되면, 동남아시아에 KF-21의 창급정비(7년마다 실시하는 대규모 정비, Depot Level Maintenance)와 업그레이드 허브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KF-21의 동남아 창정비 거점 확보로, 향후 KF-21은 동남아에서 가장 창정비·업그레이드 편의성이 독보적으로 큰 기종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남아시아 전투기 시장에서 KF-21은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인도네시아 PTDI는 튀르키예의 칸을 제작하기 시작하는 2030년대 중반까지 IF-21 조립 라인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운용함으로써 PTDI에 초음속 항공기 제작 일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인도네시아가 인도네시아 공군 도입물량 48대 이외에 수출 물량까지 제작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F-21을 KAI가 제작하고 IF-21을 PTDI가 제작하면, KF-21과 IF-21 두 가지 옵션을 잠재 도입국에 판촉할 수 있는 효과를 보게 된다. 방사청으로서는 인도네시아가 도입하는 IF-21 48대가 보라매 사업 초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중요하다. 인도네시아가 KF-21을 도입하면, 무기체계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말레이시아, 태국 그리고 필리핀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군이 도입하는 계획 물량의 25%가 넘는 규모"라면서 "KF-21 전투기 사업에 중요 파트너인 인도네시아의 물량이 빠지면, 초기 도입비용 등이 증가해 KF-21 수출 시장 개척에 장애가 된다. 그 때문에 방사청이 그동안 인도네시아가 속을 썩여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아왔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IF-X가 완전히 실전 배치에 들어가기까지 인도네시아 요구사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국 간 '진통'이 내년 상반기 싱가포르 에어쇼부터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IF-21 한 대를 인도네시아에 제공할 때, 내부 시스템 통합(integration) 같은 사항에서 우리가 '대가'를 톡톡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기수(機首) 부분에 태극기와 인도네시아 국기를 나란히 새겨넣은 KF-21 시제 5호기는 새로운 도색(塗色)으로 단장한 채, KAI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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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계 단타, 11월에만 5조 팔았다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연중 고점을 기록한 코스피가 11월 들어 조정을 받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한 주체는 영국계 자금으로 나타났다. 9~10월 단기 매수세로 코스피를 4000선 위로 끌어올렸던 영국계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약 5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수급 전환의 중심에 섰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자료를 종합하면, 영국계 자금은 상반기까지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9월부터 순매수로 전환해 지수 급등을 견인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며 단기간에 코스피를 다시 4000선 아래로 밀어냈다. 전문가들은 이를 투자 이탈보다는 업종 재배치·수익 실현·헤지 전략 등 다층적 조정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 영국계, 활발한 거래에도 낮은 보유 비중…'단타 성향' 뚜렷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국계 투자자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4조99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도 금액은 13조5328억원으로, 영국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에 달한다. 이는 지난 10월 영국계가 2조4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전체 외국인 순매수(4조2050억원)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영국계 자금은 올해 외국인 매매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1~8월 유가증권시장에서 영국계 투자자는 총 557조원 규모(매수 273조9270억원, 매도 283조730억원)를 거래하며 외국인 전체 거래액의 44.7%를 차지했다. 국적별 기준으로는 거래 비중 1위였지만, 보유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무는 등 높은 회전율이 특징적이다. 이는 중·단기 차익 실현에 집중하는 유동적 자금 특성을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계 자금은 9월 2조2000억원, 10월 2조4000억원 등 두 달간 총 4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끌었다. 이 기간 외국인 전체 순매수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고, 코스피는 9월 말 3424포인트에서 10월 말 4107포인트까지 약 20% 급등했다. 이후 이달 3일에는 장중 사상 최고치인 4221.87포인트를 기록했다. 당시 외국인의 현·선물 동반 매수가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고, 거래 비중에서도 영국계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하지만 11월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한 달 새 300포인트 넘게 밀리며, 전날(26일) 기준 3960.87로 마감했다. ◆ 수익 실현 흐름 속 업종·자산군 재배치 뚜렷…"ETF 투자도 변화 감지" 코스피 4000선을 끌어올렸던 외국인 수급이 11월 들어 주춤하면서, 이번 수급 전환의 배경에는 반도체 중심의 차익 실현과 업종 간 포트폴리오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외국인 자금은 특정 업종에서 수익을 실현한 뒤, 해외 자산이나 새로운 산업군으로 비중을 재조정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상장지수펀드(ETF) 매매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품은 'KODEX 레버리지'(93억8000만원)였고, 이어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64억2000만원), 'TIGER 차이나항셍테크'(64억원),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55억2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순매수 상위 10개 ETF 중 절반이 중국 테크 및 미국 증시 관련 상품으로 구성돼 외국인 자금의 관심이 해외 주요 지수로 이동한 모습이다. 반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 같은 기간, 'TIGER 2차전지TOP10'(-79억원), 'TIGER200선물레버리지'(-68억원), 'KODEX AI반도체'(-56억9000만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에 올랐으며, 상위 10개 가운데 9개가 국내 ETF였다. 개별 종목에서도 자금 재배치 흐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달 1~25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NAVER, 한화오션 등이 포함됐다. 반면 셀트리온, 이수페타시스, LG 씨엔에스, SK바이오팜 등이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통 반도체주에서 인프라, 바이오, AI 관련 종목으로 수급이 분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라기보다는 전략적 '재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물 매도를 통해 일부 비중을 축소하는 동시에, 선물·옵션을 활용한 헤지 전략이나 국채 등 대체 자산으로의 분산 투자가 병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보다는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의 내년 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어 외국인 수급이 재개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외국인 유입에 기반한 증시 상승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4000 돌파는 단기 유동성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 만들어낸 구조적 상승이었다"며 "현재 조정은 큰 흐름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단계 상승을 위한 숨 고르기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nylee54@newspim.com 2025-11-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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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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