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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한국형 컴패스 콜' EC-37B 전자전기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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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1조8000억 원 규모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 공고
9월 입찰 제안, 10월 사업자 선정… KAI와 LIG넥스원의 '혈투'
한국 첫 독자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 수출 기회 확대 전망

[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지난 5월 7일 파키스탄 공군이 인도령 카슈미르 분쟁에서 중국산 전투기 J-10CE를 투입해 인도군의 프랑스산 라팔 F3FR 전투기 3대를 격추한 일이 있었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한 '하이급' 기종인 라팔이 '로우급' 중국산 전투기 J-10C의 중국산 미사일을 얻어맞고 격추된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실상은 중국산 전투기의 성능이 우수했던 것이 아니라 파키스탄 공군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십분 활용, 인도 공군 조종사들의 군 통신 체계를 완벽하게 재밍(jamming) 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인도 공군의 라팔 조종사들은 그들의 콜사인(파일럿의 제2의 이름)과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파키스탄 공군에 노출되면서 파키스탄 전투기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사건 이후, 세계 각국이 다시 한번 전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 공군은 현재 전자전의 중요성을 인식해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국내 기술로 전자전 항공기를 연구 및 개발해 총 4대의 전자전기를 확보하는 사업과 병행해 해외에서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조달하는 사업도 동시에 추진 중이다.

미 공군이 채택한 EC-37B 컴패스 콜(Compass Call) 전자전기. 우리의 전자전기는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하는 사업이지만, 미군은 걸프스트림의 G550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진=BAE Systems] 2025.08.26 gomsi@newspim.com

◆전자전기의 개발 단계 = 전자전기는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한다. 안전한 원거리에서 작전을 펼치는 원거리 전파 방해기 '스탠드 오프 재머(Stand-off Jammer)', 중간 정도의 위협 수준을 지닌 공역에서 작전 편대와 함께 움직이는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Escort Jammer)', 그리고 위협 정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서 전파 교란 및 기만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근접형 전파 방해기 '스탠드 인 재머(Stand-in Jammer)'가 있다.

미국의 차세대 전자전기 EC-37B '컴패스 콜'이 전형적인 '스탠드 오프 재머'라 할 수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EA-18G 그라울러가 '에스코트 재머'의 대표적 항공기다. 드론 기술이 발달하면서 등장한 소형 다목적 무인기(AAP) 등은 '스탠드 인 재머'로 분류할 수 있다. 문제는 전자전기 개발 순서가 스탠드오프 재머→에스코트 재머→스탠드인 재머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우리 군은 E-737 피스아이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사업과 두 차례에 걸친 백두사업을 진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탠드 오프 재머'를 1차로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에스코트 재머'를 2차로 개발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기술 등이 추가된 '스탠드 인 재머'를 개발하는 단계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만일 '스탠드 오프 재머' 개발 사업 주체와 '에스코트 재머' 개발 사업 주체가 중간에 바뀐다면, 엄청난 시간적·자원적 낭비가 발생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2034년까지 '스탠드 오프 재머' 4대를 확보 = 현재 공군은 전자전기를 보유하지 않아 한미 연합훈련 시 미군 자산에 의존해왔으며, 이번에 벌이는 전자전기 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고 전시작전권 전환, 북한 방공망 무력화, 주변국 대비 억제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이른바 '한국형 컴패스 콜' EC-37B로 불릴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을 놓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이 맞붙는다. 24일 군 당국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다음 달 2일까지 전자전기 국내 개발을 위한 전자전기 사업 입찰 제안서를 받고 10월경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2034년까지 전자전기 4대를 확보하는 사업으로, 체계 개발부터 양산까지 포함한 규모다. 이번 사업은 외국산 중형 민항기인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해 전자전기 임무 장비를 체계종합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플랫폼으로 대형 수송기 대신 비즈니스 제트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즈니스 제트기는 수송기보다 빠르고 운용 고도가 높아 생존성과 체공 시간이 길고, 장거리 재밍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제트기는 객실·기내 전력·냉각 체계를 재설계해도 중량·공력(항력) 균형을 비교적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민수 기체 기반이기에 감항(堪航, 항공기가 날기에 적합한 안전성·신뢰성을 갖추는 일) 규정 준수와 인증 절차를 촘촘히 밟아야 하지만, 그만큼 운영·정비 생태계가 넓다는 이점이 있다.

전자전기는 유사시 전투기보다 먼저 전장에 투입돼 기체에 부착된 각종 전자장비로 적의 대공 레이더나 통신 체계를 무력화 하기 때문에 현대 전자전에서 필수 무기체계로 꼽힌다. 그러나 현대 전자전 항공기 관련 기술은 미국·러시아·중국 등 소수 국가만 보유하고 있고, 독일·이탈리아·일본 등도 전자전기 개발에 나섰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적의 대공 레이더 등을 무력화하는 항공기인 전자전기는 해외 다수 국가도 개발 중인 기술로, 기술 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동맹국에도 장비 사양과 소프트웨어 등이 비공개인 경우가 많아 그동안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하면 향후 항공 분야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서둘러 기술독립을 해야 할 분야다.

방사청은 2030년대 중반까지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 지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전자전기를 개발해 군의 전자전 대응 역량을 높이려는 게 목적이다. 사업의 기본 구상은 원거리(스탠드 오프)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적 방공 레이더와 지휘·통신을 넓은 영역에 걸쳐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전자전기가 먼저 전파로 '길을 뚫어주고', 그 뒤를 타격·제압 세력이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식이다.

미 해군이 운용중인 EA-18G 그라울러는 세계 최강의 전자전기로 알려져 있다. 중간 정도의 위협 수준을 지닌 공역에서 작전 편대와 함께 움직이는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의 대표적 기종이다. [사진=미 해군] 2025.08.26 gomsi@newspim.com

◆우려되는 협력업체들의 경쟁 = 최근 방위사업청이 진행하고 있는 '스탠드 오프 재머' 개발 사업에서 협력해야 할 업체들이 오히려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경우, 전자전 장비는 LIG넥스원이 제작하고, 기체 개발 및 체계 통합 작업은 KAI가 담당했다. KAI와 LIG넥스원 조합이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서도 이어졌으면 좋았겠으나, 전자전 장비 제작업체인 LIG넥스원이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길 원하면서 결국 기존 협력업체 KAI가 아닌 대한항공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KAI 역시 KF-21 보라매의 AESA 레이더와 디지털 기반의 고출력 재밍 송신 장치를 개발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을 전자전 장비 공급업체로 선정해 '스탠드 오프 재밍' 사업에 뛰어들었다. LIG넥스원이 장악하고 있는 전자전 장비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했던 한화시스템은 내심 '호기'를 잡았다는 생각일 것이다.

이번 '스탠드 오프 재밍' 전자전기 개발 사업의 주계약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G6500을 전자전기로 개조하고, 체계 통합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개조 및 체계 통합 작업은 기체를 거의 새로 설계해야 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사업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사업 기간이 KF-21 전투기 개발과 맞먹는 2025년도에서부터 2034년까지 거의 10년이란 것이 사업의 '고난이도'를 반증한다. 미국이 비즈니스 제트기를 EC-37B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데 2년 이상 사업이 지체되는 게 그러한 케이스다.

이는 대부분이 기체 개조, 체계 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스, 튀르키예, 일본 등이 기체 개조, 체계 통합 문제 때문에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민항기를 군용기로 전환하는 만큼, 군사작전 수행이 가능한 항공기임을 보증하는 '비행 안전 적합 인증(감항 인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한 점검 포인트다.

또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전자전과 관련된 기술은 해외 업체로부터 주고받기도 까다롭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본다면 '스탠드 오프 재머' 이후 이어져야 할 2차 사업 '에스코트 재머' 개발 사업과의 연속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KAI와 한화시스템 조합과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 ▲감항 인증 문제 해결 능력, ▲전자전 장비 개발능력, ▲호위형 전파 방해기 '에스코트 재머'와 연계성 등 네 가지 측면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LIG넥스원이 공개한 '전자전기(Block-I) 체계개발 사업' 이미지. 캐나다 봄바르디어의 G6500를 개조해 전자전기 임무장비를 체계종합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진=LIG넥스원] 2025.08.26 gomsi@newspim.com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 = 업계 관계자는 "요리사가 동일한 재료를 갖고도 전혀 다른 음식 맛을 내듯,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에 장착해 최적화를 통해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체계종합 능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능력에서는 KAI와 한화시스템 컨소시엄이 단연 앞선다고 볼 수 있다. KAI는 차세대 국산 전투기 KF-21과 유무인 복합체계 등 전자전 항공기 국내 기술 연속성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다.

KAI는 공군이 운용하는 각종 전투기의 체계 통합을 담당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KAI는 T-50·FA-50·KF-21로 이어지는 완제기 개발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기체 설계 변경, 항전 통합, 감항 인증을 한 번에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 통합 기술이 강점이다. 또한 2021년부터 진행 중인 백두체계 2차 사업에서 전자·신호정보 정찰기의 플랫폼 개조와 임무 장비 통합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개발한 KF-21에서 전자전 장비와 센서 통합 운용을 검증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KAI는 1차 공중통제기 사업에서 보잉과 함께 E-737 피스아이 기체 일부를 개조했으며, 2021년에는 이 기종에 피아식별장비와 링크16 전술 데이터링크를 장착하는 성능개선 사업을 수주해 현재 진행하고 있다. KAI가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기동헬기, KF-21 보라매 등 다수의 기체를 설계하고, 체계 통합해 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 장비업체인 LIG넥스원은 기체 개조 및 체계 통합 작업에서는 어쩔 수 없이 대한항공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이번 사업에서 LIG넥스원의 협력업체로 참여하는 대한항공은 1991년 착수해 2001년 전력화된 백두·금강 정찰기 성능개량 사업 1차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백두·금강 1차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총괄 주관하며 추진한 정찰기 성능 향상 프로젝트로,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프랑스 다쏘 팰콘 2000S 기체를 기반으로 한 개조 작업 등을 수행했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플랫폼을 설계 및 체계 통합해 본 경험이 없고, 백두 2차 사업은 현재 KAI가 항공기 체계 통합 및 기체 개조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 역시 약점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A-10, F-4, UH-60 등 6000여 건의 개조·창정비·성능 개량 프로젝트와 민항기인 B777 및 A330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경험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정비, 기체 구조물의 개조로 전자전기의 체계종합 및 기체 개조와는 상당한 기술적 격차가 있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이런 유형의 사업은 기체 업체(대한항공)가 체계 통합을 하면서 장비 업체(LIG넥스원)를 협력업체로 데리고 가는 게 일반적인데, 현재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의 역할은 주객이 전도된 형태이고, 언론에 보도된 역할도 굉장히 모호하게 설정돼 있다"면서 "대한항공이 체계종합이나 체계 통합을 한다면, 대한항공이 주계약업체로 나서는 게 바람직한데도 LIG넥스원이 주계약업체로 나서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이 이 사업의 리스크를 높다고 보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무게에 민감한 민항기에 전자전 장비, 예컨대 3.6t이나 나가는 EC-37B의 전자전 장비를 실으려면 새로운 항공기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거운 일"이라며 "전자전기가 결국 전자전 장비를 항공기와 체계 통합해 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게 사업의 핵심인데, 그런 의미에서 방사청이 이 사업 명칭을 '전자전기 체계개발 사업'이라고 한 것을 곱씹어야 한다"고 했다.

◆감항 인증 문제 해결 능력 = 민항기를 군용 전자전기로 개조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검증할 '감항 인증' 문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항기를 플랫폼으로 해 전자전기를 개발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인 만큼, 항공기의 감항 인증, 다시 말해 '비행 안전 적합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능력이 전자전기 주계약업체로서 빼놓을 수 없는 능력"이라고 했다.

자체 플랫폼 FA-50 경공격기와 KF-21 보라매를 개발하고 수출하는 과정에서 KAI는 해외 및 국내 감항인증에 대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쌓아왔다. 현재 백두 2차 사업을 통해 민간 비즈니스 제트기를 군용으로 전환하고 있는 KAI는 민수용 기체를 군용으로 전환해 감항 인증을 받은 유일한 국내 업체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KAI는 군용 기체인 수리온을 민수용으로 전환해 감항 인증을 받은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자체 플랫폼이 없는 대한항공의 경우, ADD 주관으로 백두 1차 사업을 할 때를 비롯해 지금껏 감항 인증을 외부 기관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사업 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보안에 민감한 전자전기의 특성 때문에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내에서 개발하고, 국내에서 감항 인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필수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유인 항공기에 대해 감항 인증을 받아본 경험이 전무하다.

◆전자전 장비 개발능력 = 전자장비 분야에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경쟁한다.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적국의 레이더 등 전자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재밍하는 장비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장비 명칭은 군의 성능요구조건(ROC)이어서 당연히 비공개다. 광대역 전자 공격(EA)을 가능케 하는 각종 장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100~200㎞ 내의 각종 전파나 신호를 수집·분석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LIG넥스원은 지난 10여 년간 연구·개발 인력을 400명으로 늘려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왔다. 또한, 항공기에 탑재되는 전자전 장비와 관련해서도 ALQ-200와 KF-21의 RF재머 등의 개발실적을 내세우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디지털 기반의 고출력 재밍 송신 장치 개발과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4대 핵심 센서 중 3개 센서(AESA 레이다, IRST, EO TGP)를 개발하는 등 전자전 장비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LIG넥스원이 전자전 장비 개발실적에서 다소 앞선 것으로 보이나, 한화시스템도 AESA 레이다 등을 개발·양산 중이며, 장기간에 걸친 사업인 만큼 전자전 장비 개발 역량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라며 "이번 사업 명칭이 전자전기 체계개발사업이고 전자전 장비를 개발해 플랫폼에 체계 통합하는 것인 만큼, 기체 업체와 얼마만큼 사업적·기술적 협력이 원활할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에스코트 재머'와의 연계 가능성 = EA-18G 그라울러처럼 '에스코트 재머'와의 연계성도 개발사업자 선정에서 짚어야 할 문제다. 여기서도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느냐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항공우주 방산 업체가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천양지차(天壤之差)의 경쟁력 격차를 발생시킨다. KAI는 '에스코트 재머'로 파생시킬 수 있는 KF-21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가진 데 반해, 대한항공은 '에스코트 재머'로 파생시킬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이 없다.

KAI는 내부 무장창을 갖추고 차세대 공중전투체계(NACS·Next-Generation Aerial Combat System)로 유무인 복합체계를 실현한 스텔스 전투기 KF-21EX를 '에스코트 재머'의 플랫폼으로 삼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즉, 스텔스 능력에 무인 드론 운용능력까지 갖춘 '한국형 EA-18G 그라울러'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자체 플랫폼을 갖고 있지 못한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에스코트 재머'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선 해외에서 플랫폼을 따로 도입해야 하고, 따라서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이 가져가게 된다면, 그다음 단계로 개발해야 할 '에스코트 재머' 사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LIG넥스원과 대한항공 조합 입장에서는 KF-21 보라매급의 해외 기체를 도입하지 않는 한,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적용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 기체를 도입하는 경우, 국산 전자전 장비를 체계 통합시키려면, 기체를 제작한 해외 업체와 중요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난감한 대목이다. 폴란드에 수출하는 국산 경공격기 FA-50PL의 경우, 미국산 팬텀 스트라이크 레이더와 AIM-120 암람 미사일의 통합 문제 때문에 수출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물론, 확률은 희박하지만, 후속 '에스코트 재머' 사업에서 KAI와 LIG넥스원이 재결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번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을 수주해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스코트 재머' KF-21EX 개발로 나아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사진은 KF-21 보라매 6호기의 시험비행 모습. [사진=방위사업청] 2025.08.26 gomsi@newspim.com

◆전자전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 하지만 '스탠드오프 재머'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감하게 KAI와 결별하고 대한항공을 선택한 LIG넥스원이 그러한 행보를 보여줄지도 의심스럽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KAI로서도 선뜻 내민 손을 잡기는 쉽지 않을 일이다. 이번 전자전기 개발 사업 수주전을 통해 드러난 LIG넥스원의 의도를 읽어내려가 보면, 향후 KAI와 부딪히더라도 항공우주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엿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IG넥스원이 최근 수주한 사단급 무인기, 천리안 5호 정지궤도 기상위성의 시스템과 본체 사업을 수주했는데, 기업의 사업 확장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문제는 이 사업들은 LIG넥스원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위험이 큰 사업들인데, 지금 하려는 전자전기는 이보다 훨씬 더 기술적 위험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KAI는 그동안 LIG넥스원이 구축한 뿌리 깊은 대외 네트워크와 싸우는 중"이라면서 "LIG넥스원은 이번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기존에 구축한 생태계 혼란을 감당키 어려워서 전자전기 사업에 회사 차원에서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에서도 '스탠드 오프 재머' 사업에 도전해 사업 영역을 넓혀 가겠다는 LIG넥스원과 '스탠드오프 재머' 사업을 수주해 자본과 기술력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에스코트 재머' KF-21EX 개발로 나아가겠다는 KAI의 혈투가 예상된다.

방산업계는 이번 전자전기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은 처음으로 독자적인 전자전기 플랫폼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수출과 다양한 특수임무기 개발로 기술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자전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하지만, 전략자산으로 분류돼 수출 통제가 엄격하다"며 "우리가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했다.

goms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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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 스타트업 입사 4년 차인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아껴둔 휴가를 소진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로 쓰지 못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회사에서도 연차 소진 권고가 내려지면서 징검다리 연휴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에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3일, 24일과 26일 연차를 내고 22일 저녁 일본에 도착해 여정을 시작하는 6박 7일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 이들로 설렘이 가득차 있던 김포공항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 화요일인 26일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낸 이들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관광객 등이 공항에 자리했다. 2025.12.24 aaa22@newspim.com 24일 크리스마스를 앞둔 김포공항은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금요일 하루를 연차로 내면 최소 3박 4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어서다. 내년 1월 1일 신정까지 연차를 내면 최장 11일을 휴가로 사용할 수 있다. 커다란 캐리어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하루토(가명·23) 씨는 이날 고국인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는 "한국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함께 보내기 위해 고국인 일본에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국장에는 외국인들이 화장품 등 다양한 선물을 가득 담은 박스와 커다란 캐리어를 밀며 분주히 오갔다. 출국장에 위치한 체크인 줄에는 커다란 기내용 캐리어를 쥔 사람들로 줄들이 가로세로 빽빽히 차 있었다. 이른 아침 시간에 출발하느라 챙기지 못한 끼니를 벤치에 앉아 간단히 빵과 커피로 때우는 이들도 간간히 보였다. 안양에서 왔다는 30대 커플은 "4박 5일 일정으로 대만으로 갈 예정"이라며 "직장인이라 업무 때문에 더 휴가를 내지 못해 아쉽다. 뒤에 휴가를 더 붙였다면 유럽에 가고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업무가 쌓여있어도 연차를 아예 날릴 수는 없고 (회사에서도) 소진하라는 분위기여서 다행이었다"라며 "대만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보고 싶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4일 김포공항 출국장 한 켠에 쌓여 있는 캐리어와 수화물들. 2025.12.24 aaa22@newspim.com 이날 공항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서울 서초구 양재에서 공항으로 왔다. 그는 "중국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며 "중국에서 2주 정도 같이 연말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보내는 장기 휴가가 가능한 이유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내년 신정인 1월 1일이 각각 목요일이기 때문이다. 금요일인 26일(금요일), 29일부터 31일까지, 내년 1월 2일(금요일) 등 총 5일의 연차를 사용하면 최장 11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가족끼리 휴가일을 맞춰 같이 해외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승훈(28·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씨는 "참여하고 있는 개발자 관련 프로그램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중국 상하이로 어머니 생일과 가족 기념일을 겸해 가족 여행을 간다"며 "아버지나 삼촌 등 다른 분들도 휴가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중국을 가본 적이 없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목적지는 일본과 중국이 대부분이었다. 고환율과 엔저의 영향으로 여행 경비 부담이 비교적 덜한 일본이나 중국이 인기 관광지로 꼽혔다. 여행 전문 기업 노랑풍선에 따르면 올해 12월 25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노랑풍선을 통해 해외 패키지여행을 예약한 고객 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중 일본이 30%로 가장 높았고, 중국(20%)이 그 뒤를 이었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각각 16%, 7%를 차지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한한령 완화와 단체 비자 발급 확대, 주요 노선의 항공편 증편 등 여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중국 여행객이 늘었다"며 "긴 연휴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이들이 생기며 유럽은 8% 수준을 늘었다"고 설명했다. aaa22@newspim.com 2025-1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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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판 다이소, '와우샵' 초저가 승부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마트가 5000원 이하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WOW SHOP)'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초저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실상 다이소가 독점해온 시장을 정조준한 행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 형태의 '와우샵'을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 17일 왕십리점에 약 20평 규모로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은평점(19일), 자양점(24일), 수성점(31일) 등 총 4개 점포로 확대한다. 와우샵 은평점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와우샵은 전 상품을 1000원·2000원·3000원·4000원·5000원 균일가로 판매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저가 생활용품 1340여 개 중 64%를 2000원 이하, 86%를 3000원 이하로 구성해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마트는 앞서 2018년 '삐에로쇼핑'을 통해 유사한 초저가 실험에 나섰지만 2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삐에로쇼핑은 '오프프라이스+초저가'를 콘셉트로 1000원대 상품부터 브랜드 이월 상품까지 혼합 진열하고 미로형 동선과 자극적인 매장 연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매장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상시 저가 매장인지 할인 전문점인지 소비자 인식이 흐릿했고 대형마트와 분리된 독립 매장 구조로 집객과 회전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와우샵이 삐에로쇼핑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우샵은 이마트 매장 내 편집존으로 운영돼 기존 고객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고 전 상품을 1000원~5000원 균일가로 단순화해 가격 메시지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이마트 해외 직소싱과 품질 관리 역량을 앞세워 '싼 가격이지만 믿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다이소 김포 장기점 매장 전경. [사진=다이소]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초저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성공 공식'이 존재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이소다. 다이소는 균일가, 생활필수품 중심, 언제 방문해도 저렴한 가격이라는 단순한 포지션을 수십 년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왔다. 복잡한 기획이나 과도한 연출 대신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품목을 정확히 충족시켰고 전국 단위 점포망을 통해 일상 동선 속 구매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와우샵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결국 '지속성'이다.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상시 초저가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대형마트라는 기존 경쟁력 위에 초저가 포맷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과거 삐에로쇼핑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와우샵이 단기 실험을 넘어 이마트 매장의 고정 코너로 안착할 경우 초저가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마트는 올해 들어 와우샵 외에도 4950원 화장품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880원부터 4980원까지 가격을 고정한 '5K프라이스', 노브랜드 확대 등 초저가 실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소비자가 체감하지 못하는 10원, 100원 차이는 의미가 없으며, 상식 이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온 가격 철학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중간 가격대는 사라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만 살아남는다'는 그의 판단이 최근 이마트의 전방위 초저가 전략으로 다시 구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mkyo@newspim.com 2025-12-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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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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