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신약, '확실한 허가'에 무게 두겠단 입장
자금 운영 차질 우려 일축…"차질 없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HLB의 간암 신약 허가 불발과 HLB생명과학 합병 철회 등 잇단 위기 속에서 진양곤 회장이 전환사채(CB) 조기 상환을 위한 사재 출연에 이어 주주들과 직접 소통의 시간을 갖는 등 책임 경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신약 개발 의지를 재차 표명한 만큼, 연내 후속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주목된다.
29일 HLB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 회장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청한 주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재신청 현황과 후속 파이프라인, HLB생명과학 재합병 추진 계획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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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FDA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5.03.21 sykim@newspim.com |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 FDA 허가와 관련해 "지금까지 '신속한 허가'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잘 준비해 '확실한 허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항서제약 경영진 역시 더 이상의 보완요구서한(CRL)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캄렐리주맙은 중국에서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중국 환자들이 실제 투약받고 있는 주사제 생산 공장이 FDA로부터 두 차례 CRL을 받았다는 것은 중대안 사안으로 기어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FDA는 CRL 사유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 3개월 이상의 안정성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진 회장은 이에 부합하기 위해 보수적인 기준까지 충족할 수 있도록 신중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데이터 확보는 시간 문제로 이 외에 재신청 서류는 다 준비돼 있는 상태"라고 했다.
제조·품질관리(CMC) 이슈가 MES·SCADA 등 품질시스템과 연관됐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진 회장은 "사실 관계와 단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라며 "항서제약과의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으나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리보세라닙의 대체제로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이 거론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음의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파이프라인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올인한 신약 개발회사들의 실패가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38회차 CB 풋옵션 행사로 인해 제기된 회사의 유동성 우려에 대해 진 회장은 자금 운영에 차질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금 운영은 충분히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진 회장은 "이번 풋옵션 행사는 CB 전환가가 주가보다 상당히 높게 형성됨에 따라 투자자로서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며 "실제 회사는 현재 약 39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추가 6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진 회장은 38회차 CB 상환을 위해 사재 30억원을 출연했다. 조기상환 청구분 366억원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그룹 내부 계열사인 HLB파나진과 HLB이노베이션, HLB제넥스 등을 통해서도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대해 외부 자금 조달에 한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진 회장이 주주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추가 자금 조달 여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를 일축한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의 사재 출연 역시 상환 리스크를 직접 관리해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신약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버틸 체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진 회장은 HLB와 HLB생명과학의 합병 재추진 여부는 시장 환경과 신약 허가 일정, 주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양사는 리보세라닙 권리 통합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했으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해 지급해야 할 주식매수대금이 합병 계약 기준을 초과하면서 절차를 중단했다. 합병에 반대한 HLB생명과학 주주들이 대규모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진 회장은 "신약 허가가 나면 HLB든 HLB생명과학이든 결국 그룹 전체 가치가 상승할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계열사의 주가가 함께 오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합병은 그 과정에서의 하나의 방법일 뿐, 반드시 재추진해야 하는 유일한 수다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HLB는 리보세라닙을 포함해 후속 신약 파이프라인 성과를 위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연내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의 FDA 허가 절차를 받기 위해 사전미팅을 신청해 둔 상태다.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차세대 CAR-T 치료제 임상 성과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연내 글로벌 학회에서 해당 치료제의 1상 중간 분석 데이터를 공개하기 위한 준비 중이다.
연내 주요 파이프라인의 성과 가시화 여부가 HLB의 기업 가치 회복과 성장 동력 확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