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HD현대重·HD현대미포 합병..."中·日에 밀리지 않겠다"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마스가 대응 전략 '미묘한 차이'
상선은 협력 필요성 낮아...방산은 정부 방침에 따라 협력 가능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한미 관세협상과 한미정상회담이 마무리되며 국내 조선업계의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특히 '마스가(MASGA) 프로젝트'(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가동에 대비해 조선업계 '맏형'인 HD현대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키로 전격 발표했다. 덩치를 키워 중국,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K-조선' 3사가 트럼프발(發) 호황 사이클 흐름에서 상선·특수선 분야에서는 기술력 경쟁을, 방산 분야에서는 '전략적 원팀'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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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위)·HD현대미포(아래) 야드 전경 [사진=HD현대] |
◆ HD현대,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中·日에 밀리지 않겠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전날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양사 간 합병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다.
HD현대는 "통합 HD현대중공업의 출범은 글로벌 1위 중·대형 조선사 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종합 역량의 확장, 시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병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사업재편은 양적·질적 대형화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시장을 확대, 다변화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전했다.
이후 이상균, 노진율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담화문을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부문에서 기술과 실적, 생산 역량을 결집해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K-방산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조선사의 대형화가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그룹'(CSSC)의 자회사인 '중국선박공업주식유한회사'와 '중국선박중공주식유한회사'의 합병안이 심사를 통과했다. 합병 후에는 상선과 방산 부문이 합쳐진 단일법인 기준 세계 최대 조선사가 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1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은 2위 조선사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주식 일부를 추가로 취득해 자회사로 만들 예정이다. 사실상의 합병 작업이 끝나면 건조량 기준으로 세계 4위 규모 조선사 그룹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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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 로이터=뉴스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 필리 조선소에서 열린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8.27 photo@newspim.com |
◆ '3사 3색'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상선은 '경쟁' 방산은 '원팀' 가능성
현재까지 드러난 K-조선 3사의 마스가 대응 전략은 조금은 차이가 엿보인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의 경우 '현지화'에 방점을 뒀다. 반면 HD현대의 경우 미국 조선소 인수, 건설 등의 방식보다는 투자, 연구개발(R&D) 협력, 인력 양성 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HD현대는 지난 25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 일정의 일환으로 열린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에서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 한국산업은행과 함께 '한미 조선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투자 프로그램에서 HD현대는 앵커(anchor) 투자자이자 기술자문사로서 참여해 투자 프로그램의 성공적 운용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특히 조선·해양 분야에서 축적한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자 대상의 기술적 타당성과 경쟁력,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 투자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그간 방산 분야에는 소극적이었다. 다만 이번 마스가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지난 25일(현지시간)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과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하며 함정 MRO 분야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중공업은 MRO 사업 협력의 성과를 토대로 향후 상선 및 특수선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미국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적극 추진함으로써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이 美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HD현대가 먼저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선언하며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을 포함한 국내 조선업계의 향후 동향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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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미국 워싱턴 DC에서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과 전략전 파트너십(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프란체스코 발렌테(Francesco Valente) 비거마린그룹 대표이사,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삼성중공업] |
업계에서는 상선·특수선 분야에서는 3사간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고, 방산 분야에서는 사안에 따라 '전략적 원팀'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상선의 경우 전례도 없을뿐더러 각 사들이 단독으로 수주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에 굳이 협력을 할 니즈는 없을 것"이라며 "시장이 안 좋은 때라면 혹시나 협업을 생각할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은 아니다. 또 어떻게 보면 담합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선주 입장에서는 각각의 회사와 계약하면 되기 때문에 '원팀'의 필요성이 낮다"며 "또한 각 사의 독창적 기술은 각 사의 기밀이고 차이도 있어 굳이 협력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방산 분야에서는 '원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함정 발주의 경우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계약, 거래(G2G)여서 정부 주도로 국내 조선사 간의 협력을 이끌 수 있어서다. 또한 함정 사업에 대한 지적재산권(IP)도 국가에 있기 때문에 조선사들도 정부의 입장과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 방산 분야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가 때로는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원팀'으로 공동 수주 또는 협력에 나서고 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