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전력 반도체 급성장 예고
2028년 엣지 AI 시장 226억달러
고평가와 소수 빅테크 쏠림
이 기사는 8월 6일 오후 3시46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2년여 전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가장 커다란 수혜주로 부상한 반도체 업체들이 폭발적인 외형 성장과 주가 상승을 연출하다 전력 딜레마에 빠진 상황. 월가는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을 가진 앰비크 마이크로(AMBQ)가 AI 투자 테마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력 절약형 AI 칩 시장이 빅테크와 투자자들 사이에 다음 개척지로 부상했고, 앰비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챗GPT가 등장한 2022년 말 이후 엔비디아(NVDA)와 브로드컴(AVGO) 주가는 각각 961%와 439% 치솟았고, ARM 홀딩스는 2023년 9월 기업공개(IPO) 이후 173% 뛰었다. 앰비크가 증시 데뷔 이후 강한 상승 탄력을 받은 데는 앞서 랠리를 펼친 AI 칩 관련 종목들과 흡사한 추세적인 상승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AI 혁신과 기술 도입이 가속화되면서 가장 커다란 도전 과제로 부상한 것은 전력 소비 문제다. 대부분의 칩 제조 업체들은 무차별적인 접근법으로 차세대 알고리즘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연산 능력의 규모를 확대했다. 연산 집약적인 복잡한 계산이 동원될수록 에너지 소비량도 증가했다.
앰비크의 접근 방식은 다르다. 기업공개(IPO) 이전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서류에 따르면 업체는 스스로를 '일반 목적 및 AI 컴퓨팅, 특히 엣지에서의 상당한 전력 소비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된 초저전력 반도체 솔루션의 선구자이자 주요 공급 업체'라고 설명했다. 업체는 또 자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혁신이 기존 반도체 설계보다 전력 소비를 2~5배 낮춘다고 주장한다.
![]() |
앰비크 마이크로의 연구 현장 [사진=블룸버그] |
하이퍼스케일러들의 경우 기업 고객들에게 클라우드 인프라와 플랫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앰비크는 자사의 초저전력 기술을 고성능 컴퓨팅 애플리케이션과 자동차 칩에 통합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업체는 AI 애플리케이션의 엣지에서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소형 디바이스나 의료 및 건강 모니터링, 스마트홈 제품 등 엣지 AI 시장에서 전력 효율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가운데 업체의 초저전력 반도체 기술이 해법으로 부상한 것.
![]() |
앰비크 마이크로의 칩 [사진=블룸버그] |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모틀리 풀은 전력 절약형 솔루션에 대한 필요성이 AI 칩의 새로운 트렌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앰비크는 가파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시장 기회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실 앰비크 이외에도 다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초저전력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체에 투자한 ARM 홀딩스와 르네사스에 인수된 다이어로그 세미컨덕터, 실리콘 랩스, NXP,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이 주요 경쟁사들이다.
전세계 초저전력 반도체 시장 규모를 집계한 공식 데이터는 발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핵심 수요처인 사물인터넷(IoT)과 엣지 컴퓨팅, 웨어러블, 스마트카드, 의료기기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초저전력 칩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월가는 2025년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가 약 300억개 디바이스에 탑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확산 이외에 스마트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홈과 산업 자동화까지 다양한 곳에서 저전력, 실시간 엣지 AI 연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어 관련 칩 시장 역시 고성장이 기대된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전세계 엣지 AI 시장 규모가 2025년 139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8년까지 수치는 226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월가는 AI와 접목된 데이터센터 고효율 칩과 모바일 및 자동차용 SiC/GaN 등 신소재 기반 저전력 반도체까지 성장 동력이 다변화되는 추세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한다.
2nm 이하 첨단 공정과 에너지 하베스팅 등 새로운 기술 적용이 확대되면서 초저전력 반도체 섹터의 성장 여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해당 시장에서 앰비크의 시장 점유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업체가 글로벌 상위 3~5위에 꼽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경쟁사 대비 초저전력 및 엣지 AI 특화라는 명확한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특히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용 ARM 코어텍스 기반 시스템-온 칩(SoC) 분야에서 실리콘 랩스 등과 함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저전력 웨어러블 칩 시장이 2024~2030년 사이 연평균 15% 성장하며 2030년 2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앰비크의 매출액이 아직 1억달러에 못 미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커다란 성장 기회가 열려 있다는 의견이다.
업체는 다음 개척지로 스마트 안경을 꼽는다. 지난 10여년간 저전력 칩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며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에 스마트 글래스의 에너지 효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한 위치라는 주장이다.
스콧 핸슨 앰비크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AI가 클라우드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계산 작업에는 그만큼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배터리로 작동하는 기기들로 AI를 옮기려면 저전력 솔루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앰비크의 4대 타깃 시장으로 피트니스 트래커와 스마트 링 등 개인용 기기, 건강 및 의료 기기, 공장 기계용 모니터를 포함한 산업용 기기, 스마트 홈 및 스마트 빌딩 기기를 꼽는다.
이들 시장의 공통점은 더 높은 지능에 대한 수요가 크게 상승한다는 점이다. 각 업계 기업들이 단순히 배터리 수명의 연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제품에 AI를 새롭게 추가하고, 더 큰 AI 모델을 구축하고, 해당 AI 모델을 더 빠르게 실행하는 데 대한 관심과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본사를 둔 앰비크는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 9600만달러를 엔지니어링 팀의 확장과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년 1분기 중국의 매출액 비중을 대폭 축소한 업체는 대만과 싱가포르, 일본, 인도에 별도의 팀을 가동하며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2024년 업체는 4200만개를 웃도는 칩을 출하했는데 이 중 AI 알고리즘 구동에 사용되는 칩이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월가가 앰비크의 성장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지만 IPO 이후 주가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이 추가 상승의 걸림돌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과거 12개월 매출액을 기준으로 업체의 주가가 9배의 주가매출액비율(PSR)에 거래, 터무니 없는 수치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소수의 빅테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