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예멘 내 영향력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간 경쟁이 군사적 갈등 상황으로 격화되고 있다. 두 나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중동 지역 맹방이지만 지역 패권을 놓고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는 양상이다.
UAE가 지원하는 무장세력이 최근 전격 작전을 감행해 세력권을 크게 확장하자 사우디 공군이 이들을 직접 공습하며 자신들의 후원 세력 보호에 나선 것이다.
예멘에서는 지난 2014년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아파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비롯한 서부 주요 지역을 점령하자 사우디와 UAE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 인정' 정부군 연합이 후티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와 UAE가 갈등을 빚고 물러서지 않는 충돌을 벌일 경우 '후티 격퇴'라는 국제사회의 주요 목표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 군 당국은 30일(현지 시간) 국영 통신사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UAE 지원을 받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 '남부과도위원회(STC)'를 향해 공습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는 나흘 전인 26일에도 STC의 거점에 대해 공습을 감행했다.
예멘 정부군의 대변인 투르키 알말키 준장은 "예멘 남부 알무칼라 항구에 정박한 두 척의 UAE발 선박에 대해 제한적인 공습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알말키 준장은 "선박 승조원들이 대량의 무기와 장갑차를 하역하기 시작해 이를 공격했다"며 "이들 무기는 UAE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STC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우디 군 당국은 부수적인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야간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 공군이 지난 22일 UAE의 푸자이라에 있다가 28일 예멘의 알무칼라에 도착한 세인트키츠 국적선 '그린란드'를 겨냥해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습은 사우디 군이 STC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는 자산에 대한 첫 타격 사례"라고 말했다.
공습 직후 예멘 정부는 "UAE와의 공동방위협정을 종료한다"며 "모든 UAE 군 병력은 향후 24시간 내에 예멘에서 철수하라"고 밝혔다.
예멘 정부는 또 9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72시간 동안 육·해·공을 통한 모든 예멘 출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UAE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날 "STC의 진격 배후에는 UAE가 있다"면서 "이는 극도로 위험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UAE 정부는 이와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STC는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던 하드라마우트 지역 등에 대한 군사 작전을 통해 세력권을 크게 확장했다. 이들 지역에는 특히 석유 등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STC는 예멘 남서부에 있는 최대 항구도시 아덴을 중심으로 예멘 남부 전역을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중부 지역 등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이전 독립국가였던 남예멘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멘 정부의 수반인 라샤드 알-알리미 '대통령 지도 위원회' 위원장은 "STC의 공세가 예멘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UAE가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사우디와 UAE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에 맞서 오랫동안 동맹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하지만 사우디가 예멘의 통일을 유지하기 위해 공식 정부와 그 군대를 지지하는 반면, UAE는 남부 예멘에 독립국가를 세우려는 STC의 목표에 베팅해 왔다"고 말했다.
AP는 "이번 공격은 UAE의 지원을 받는 STC와 사우디 간 긴장이 새 단계로 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난 10여년 동안 후티 반군에 맞서 싸우는 내전 과정에서 서로 경쟁하는 진영을 각각 지원해온 사우디와 UAE 관계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