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으로 살아남은 글로벌 '헛스윙 슬러거'는 누가 있나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삼성 박병호가 최근 4경기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홈런 공동 3위에 뛰어 올랐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20년 가까이 접해온 낯익은 뉴스다. 박병호는 실제로 25일 한화와 대구 홈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려 최근 4경기에서 5방의 홈런포를 가동했다. 그런데 다른 타격 지표를 보면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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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사진=삼성] |
박병호의 시즌 타율은 0.217이다.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0.186이던 타율을 최근 4경기에서 12타수 7안타를 폭발시키며 한껏 끌어 올린 게 이 정도이다. 이제 박병호는 풀타임 주전이 아니다. 1년 후면 만 40세가 되는 고령의 나이와 극심한 슬럼프에 들쭉날쭉 경기에 출전하며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박병호의 장타력 하나만큼은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이다. 타석당 홈런수를 계산해보니, 184타석 15홈런으로 12.3타석당 홈런 1개를 터뜨렸다. 이는 팀 동료이자 홈런 선두인 르윈 디아즈의 12.0타석(323타석 27홈런)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디아즈는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홈런 2위 LG 오스틴 딘은 15.4타석(293타석 19홈런)으로 한참 수치가 떨어진다. 지난해 홈런왕인 NC 맷 데이비슨이 13.7타석(205타석 15홈런)으로 이 부문 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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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 디아즈. [사진 = 삼성] |
박병호는 '저타율·고장타' 타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유형의 슬러거는 KBO리그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프로야구(NPB)에도 낮은 타율에도 장타력으로 롱런한 선수들이 있다.
대표적인 선수로 MLB에서는 조이 갈로가 있다. 갈로는 지난해까지 10년간 통산 타율은 0.194에 불과하지만, 208홈런에 454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워싱턴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을 맺고 올해 스프링 트레이닝에 초청됐으나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방출됐다. 당시 갈로는 투수로 전향하겠다며 스스로 방출을 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90년대 활약한 롭 디어도 있다. 통산 타율 0.220에 삼진은 1400개가 넘었지만, 230홈런을 기록하며 스윙 앤드 미스(헛스윙) 장타자의 원조로 꼽힌다. 감독들은 그를 기용할 때마다 깊은 고민을 해야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장타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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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갈로. [사진=갈로 SNS] |
일본에선 미국 출신 켄트 해들리가 대표적이다. 해들리는 미국에서 타율 0.242를 기록한 뒤, 1962년 일본으로 건너가 한신에서 4년간 해마다 20~3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당시 NPB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로 외국인 슬러거의 표본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에 비하면 박병호는 사실 결이 다른 선수다. 박병호는 전성기 시절엔 3할 타자였다.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50홈런을 날릴 때를 포함해 2013년부터 4시즌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도 지난해부터 많이 까먹긴 했지만 0.273을 기록 중이다. 그가 타석에 서는 순간 투수와 수비진 모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현대 야구에선 낮은 타율에도 팀 승패를 좌우하는 한 방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투고타저인 올해도 홈런이 갖는 효율은 분명하다. 이제 예전만한 기량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박병호의 존재감이 여전한 이유다.
zangpab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