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치 더 높게 나와…법원, 이번주 'M&A 허가' 결정 밝힐 듯
업계, M&A 난항 전망 우세...관건은 홈플러스 매각가격
MBK,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 소각 계획...몸값 낮추기 분석
매각가, 1조원대로 급감 예상도...분할 매각 가능성 제기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높게 평가되면서, 매각을 통한 회생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일단 홈플러스는 법원에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M&A)' 신청서를 제출하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관건은 매각가격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는 7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몸값으로는 법정 마감시한인 내년 3월까지 새 주인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악의 경우 인수할 업체가 없을 시 홈플러스 회생사건은 종료되고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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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홈플러스 영등포점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yym58@newspim.com |
◆M&A냐 청산이냐...홈플러스 생사의 기로
16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지난 13일 서울회생법원에 '인가 전 M&A' 신청서를 제출했다. 인가 전 M&A는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는 다르게,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 신청서 제출 시 매각 작업을 맡을 매각 주관사를 선임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도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6월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M&A 진행 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포함되는 만큼 매각 작업을 병합해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인가 전 M&A로 선회한 것은 청산 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홈플러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약 3조70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약 2조5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이 높다는 실사 결과를 내놨다. 홈플러스 자산(6조8000억원)이 부채(2조9000억원)보다 4조원 가량 많기 때문이다.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갚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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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모습. [사진=뉴스핌DB] |
◆법원에 쏠리는 시선...높은 몸값이 M&A 변수
현재 홈플러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법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인가 전 M&A를 승인하기 이전에 채권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는데, 제3자 매각 말고는 대안이 없는 만큼 M&A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상 법원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클 때 기업 회생을 승인하나, 파산 절차에 돌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채권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M&A를 허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원의 최종 결정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나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에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은 인수계약 체결 이후로 연기된다. 법원이 M&A 허용 시 홈플러스는 매각 주관사를 거쳐 새 주인을 찾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홈플러스의 오프라인 점포 자산은 매물로서 매력적인 부분이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을 근간으로 한 할인점 206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308개, 물류센터 6개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포는 58곳이다.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 감정가는 4조8000억원이라는 게 사측 설명이다.
홈플러스가 진행 중인 임차료 인하 협상 역시 긍정적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임대로 매장을 운영 중인 68개 점포 중 26개 매장의 연간 임대료를 10~50%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임차료 조정 결과, 11개 점포의 연간 임차료가 614억원에서 45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1년에 159억원의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홈플러스 인수처 찾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가장 큰 변수는 높은 몸값이다. 현재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는 7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13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본인들이 보유 중인 2조5000억원 규모의 홈플러스 보통주 전량을 무상 소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매각을 위해 돌파구를 마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MBK 측이 홈플러스 보통주 지분을 소각하면 홈플러스 매각가가 1조원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홈플러스의 수익성이 악화된 점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홈플러스의 2024년 회계연도(2024년 3월~2025년 2월) 영업손실 규모는 3141억원으로, 적자폭이 전년 대비 1148억원이나 확대됐다. 2021년 회계연도 이후 4년째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홈플러스 임직원이 2만여명에 달하는 만큼 사업 구조조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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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운영하는 홈플러스가 지난 3월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가운데,홈플러스 합정점에는 평소와 같이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yym58@newspim.com |
◆인수 후보군은 어디?
인수 후보군으로는 GS리테일, 네이버, 쿠팡, 알리바바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이미 편의점(GS25)과 SSM(GS더프레시)을 운영 중인 만큼 홈플러스 인수 시 기존 유통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전자상거래(e-commerce)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네이버·쿠팡·알리바바그룹의 경우, 홈플러스를 사들이면 단숨에 대형마트 2위 사업자로 발돋움하며 온·오프라인 유통 공룡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온라인 신선식품 사업도 강화할 수도 있다. 특히 쿠팡은 홈플러스의 전국 점포망과 물류센터를 오프라인 물류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유력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내년 3월 4일까지 인수 의향자를 찾지 못할 시 법원은 홈플러스 회생사건 종료를 선언하게 된다. 회생계획안 가결은 통상 회생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에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홈플러스는 매각이 장기화할 경우 통매각 대신, 분할 매각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할 매각하기 위해 매각 절차에 착수했으나, 올해 3월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철회한 바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자산은 물류·배송 거점 등의 전략적 가치가 있다"면서도 "다만 유통 산업이 하향세에 있고 홈플러스가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2만여명에 달하는 고용 승계는 물론, 사업 구조 변경도 쉽지 않아 통매각보다는 점포 분할 매각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