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속에서도 교류왕래 '양안관계' 눈길
적대 지속되면 북한 땅 딴나라 될까 유감
한반도 영토완정성, 대화 평화구축 힘써야
이 대통령 남북관계 대북 메시지 주목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기자는 베이징 특파원이었던 2020년 중국 남쪽 푸젠성(福建省) 샤먼(厦门)으로 가서 배를 타고 대만 땅 진먼다오(金门岛, 금문도)로 건너간 뒤, 다시 그곳에서 소형 쌍발기를 타고 대만 타이베이로 들어간 적이 있다.
그해 1월 대만 총통 선거 취재를 위한 여정이었는데 외국기자로서 베이징에서 양안 초접경지 금문도를 거쳐 타이베이로 진입한 것은 서울에 주재하는 중국 신문사 특파원이 백령도나 판문점을 통과해 평양으로 취재를 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깊이 인상에 남는 것은 정치 대립과 무관하게 양안(중국대륙과 대만) 사이에 항공기와 여객선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대만과 대륙 사람들이 중국 SNS 위챗(우리의 카톡)으로 자유롭게 소통한다는 점이었다. 위챗 결제는 물론 대만에서는 중국 국제 신용카드 은련카드도 쓸 수 있었다.
군사적으로 당장 전쟁이 날것 처럼 살벌하지만 양안사이에 실리에 기반한 중국과 대만의 통항 통상 통우(通郵 통신), 즉 3통 합의사항이 흔들림 없이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은 분단 국가에서 온 기자의 눈에 낯설게 느껴졌다. 정권 교체 때마다 냉온탕을 오가는 우리의 남북 관계가 오버랩되면서 한편으론 부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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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후 이곳에서 북쪽으로 수천킬로 떨어진 북한 압록강 건너편, 우리에게 과거 북간도 서간도로 불렸던 중국 동북 지방으로 출장을 간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만난 조선족 지인은 양안간 자유로운 왕래를 화제로 대화를 나누던 중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이 지인은 중국이 지금 처럼 광할한 국토를 보유하게 된 것은 세상을 담을 듯한 포용력, 흡수 통합 확장 정책 때문인데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갈등과 분열, 극한 대립으로 축소 지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한이 이렇게 적대하다가는 오랜세월 뒤 한반도 북쪽 조선(북한) 땅이 '남간도'가 되지말란 법이 있겠냐는 말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 남과 북이 혐오와 배척, 극단적 대결로 치닫던 도중 북한 김정은 정권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급기야 '적대적 두개의 국가'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헌법에서 동족 개념을 지우고 우리를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호칭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한반도에는 임시방편적 성격의 유엔 동시 가입국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두개 나라가 생겨났다. 북한 땅이 대한민국 영토라는 점은 허울뿐인 헌법 조항으로만 남아있을 뿐, 세상에 드믈게 그곳은 우리 국민이 한발짝도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 됐다.
더욱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양안 현상 변경 반대' 발언으로 '하나의 중국' 이란 한중 수교의 기본 인식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도 점점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정책과 관련, 북한을 전폭적으로 두둔하고 있고 종전의 평화 '통일' 지지 보다는 북한 입장 존중과 분단이라는 현재 상황 유지에 비중을 두는 것 같다. 6월 10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한반도 부분에 대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언급은 '평화'가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원론적 지적에 그쳤다.
중국은 각종 개발사업과 지원, 경협과 인적 교류를 통해 계속해서 북한 정권과 긴밀히 밀착하고 부지불식간에 북한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중국 돈 위안화가 달러 이상으로 귀하게 여겨지고, 중국 유커들의 북한 여행도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반면 남북 관계는 시계 제로, 암흑처럼 캄캄하다. 이러다가 북한 땅이 고구려나 발해처럼 정말 우리 지도에서 사라지고 훗날 '남간도'라는 말이 생겨나는게 아닐까. 윤석열 정권은 3년 동안 남북간 적대와 긴장감만 키우고 통일의 당위성은 커녕 평화의 기본 요건 조차 철저히 짓뭉갰다.
반 헌법적 불법 게엄과 내란을 딛고 새로운 대북 정책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선서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협력과 평화 구축을 강조, 국민과 시장을 안심시켰다. 미일중 정상간 통화에 이어 이 대통령으로 부터 곧 어떤 내용의 대북 메시지가 나올지, 또 새 정부 5년동안 남북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를 모은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