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의원, 해외전문가 초청 가상자산 글로벌 입법동향 청취
'법제화 선례' 유럽, 호환 어려워 성장성↓…'현금 준비금'도 발목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맹점은 글로벌 호환·탄탄한 준비자금"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다음 달 3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및 규제 향방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법제화를 먼저 이뤄낸 유럽의 경우 제한적인 글로벌 호환성, 현금으로만 구성된 준비자금으로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유럽 선례를 반면교사로 입법한다면 인터넷 강국이라는 강점까지 맞물리며 한국 가상자산시장에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르지우 멜루 앵커리지디지털 스테이블코인 최고책임자는 20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가상자산 글로벌 입법 동향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서 "유럽은 (스테이블코인화 법제화와 관련해) 유럽 중앙화된 규제를 잘 적용할 수 있을지가 골칫거리였는데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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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주최한 '가상자산 글로벌 입법 동향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서 패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송주원 기자] |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암호화자산규제법(MiCA)을 시행 중이라 가상자산 업권법이 숙원과제인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선례로 꼽혔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준비금 요건과 유동성을 요구하고 이를 준수했을 때만 발행 허가를 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EU는 역내 지급결제에 유로가 아닌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금지했다.
멜루는 "유럽은 유럽의 스테이블코인이 다른 국가에 통용되는 것에 대한 보안성 문제, 그리고 스테이블코인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인 준비금 및 보유금 문제가 굉장한 고민거리였다. 준비금 및 보유금은 유동성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개선하거나 발달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게 유동성"이라며 "하지만 다소 필요 없는 규제들이 (MiCA에) 있었고 유럽과 미국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인 '지니어스(GENIUS) 액트' 입법 절차에 한창이다. 지난 10일 이용자보호 조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이번 주 재표결에서는 통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멜루는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에서만 허가받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통용될 수 있도록 협의했다"며 "또한 미국 규제당국은 큰 규모의 준비자금을 준비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미국의 국채도 (준비자금에) 반영돼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의 미국 국채 노출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1200억달러에 달한다. 또 다른 발행사 서클은 약 210억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유럽은 오로지 현금자산으로만 준비자금을 구성했는데 규제비용은 미국보다 훨씬 높게 책정했다고 한다.
국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는 멜루는 "한국에서 받았던 가장 큰 인상은 인터넷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었다. 특히 스마트폰 하나로 원활하게 처리하는 인터넷뱅킹은 미국에서는 꿈같은 일인데, 이 같은 강점과 스테이블코인이 금융권에서 만난다면 엄청난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드레스 김 테더 기관담당 최고책임자는 "현재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 분산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만 해도 케이팝(K-POP), K-Beauty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고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접근하고 싶어 한다"며 "온라인쇼핑 강세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이 같은 비즈니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탄생한다면 케이팝 관련 상품과 국내 화장품 판매에서도 큰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상자산 ETF(상장지수펀드) 법제화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상자산 ETF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투명한 공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앤드류 크로포드 프랭클림템플턴 디지털부문 부회장은 "ETF는 투자자의 접근성을 향상하고 자산 포트폴리오상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디지털자산 ETF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투명성 제고로, 공시에 대한 의무화가 필요하다"며 "ETF 관련 범죄를 막기 위해 KYC(고객 확인 의무)도 신경 써야 한다. 규제나 관리 및 감시 부분은 독립적인 행보를 취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병기 의원은 "가상자산은 세계 경제의 게임체인저로서 신산업 육성, 새로운 시장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이용자보호까지 어느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며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 화폐 주권을 지키고 해외 자금 유치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디지털자산 전문가들의 통찰이 우리나라 디지털 자산 생태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