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제도 연말 일몰 예정
국회에서 제도 연장 법안 발의…논의는 지연
기재부, 조세특례 정비 본격화…사라질 위기
전문가 "조세지출 심층평가, 타당성 따져야"
올해 '덜 걷는 세금'인 국세 감면액은 78조원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감세 기조로 3년 연속 국세감면율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올해 일몰을 앞둔 조세 정책 72건에 대해 적극적인 정비를 추진할 방침이다. 일몰될 조세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대표적 세제지원 제도인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가 올해 말 일몰을 앞둔 가운데, 연장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30년간 제조업·건설업·음식업 등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중소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뒷받침해 온 제도지만, 정책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소기업 특별세액공제' 올해 일몰…감면액 2.5조 전망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중소기업에 대해 법인세 또는 소득세 일부를 감면해 주는 세제지원 장치다. 소재지·업종·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며 법인세 5~30%를 감면한다.
세액감면율은 기업 업력에 따라 달라진다. 업력 5년 이하인 경우 납부세액의 100%, 5년 초과 기업은 30%가 감면된다. 제조업, 음식점업, 건설업, 교육서비스업, 운수업, 정보통신업 등 실물경제의 주축인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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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를 통한 감면액은 2023년 2조533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2조363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올해에는 2조5000억원이 감면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는 올해 일몰된다. 국회에서는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일몰 기한을 2028년 말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본격 논의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여야 모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세법 논의가 뒷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세제당국인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 연장은 입법 사항인 만큼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일몰 법안에 대한 연장 여부를 미리 검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국세 조세지출 항목은 65건으로, 이 항목들의 조세지출액 전망치는 총 16조9000억원이다. 이중 61건은 적극적 관리대상, 4건은 잠재적 관리대상으로 분류됐다.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는 적극적 관리대상 중 하나다.
특히 기재부는 올해 일몰을 앞둔 조세특례를 대상으로 의무심층평가를 진행한다. 여기에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도 포함돼 있으며, 평가 결과는 하반기 세법개정안에 반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감면 제도의 필요성과 예산 여력을 동시에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조세정책은 재정 부담과 직결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불가피하다. 기재부는 일괄 축소보다는 정책 성과를 따져 존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일몰 시 민생 충격 우려" vs "연장 종료하고 새로운 지원 마련"
최근 5년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를 통해 법인세를 감면받은 기업은 2019년 20만9112개에서 2023년 23만1807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감면액 규모도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9879억원에서 2023년 1조1598억원으로 늘었다.
세제 혜택을 받던 업계에서는 제도 종료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구 지역에 위치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세액감면 제도가 폐지될 경우 고정비 지출이 증가해 설비투자 중단과 인력감축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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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단순한 감세 수단이 아닌 '지역경제의 안전판'이라고 강조한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세 부담이 늘어날 경우, 고용 축소와 폐업이 동시에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는 여러 차례 일몰이 연장되며 중소기업 정책으로 신뢰가 형성됐다"며 "올해 일몰이 될 경우 차년도 중소기업 경영계획 수립에 큰 혼란이 있는 만큼 최소 3년 이상의 제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세제당국인 기재부로서는 전체 국세감면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은 7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6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전망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감면율 예상치는 15.9%로, 법정한도(15.2%)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한도를 넘기는 셈이다.
전문가들도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의 실효성을 꼬집었다. 제도가 도입된 1992년 이래 30년간 제도가 연장됐지만, 중소기업의 투자 촉진 등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분석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나오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더는 건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일괄적으로 모든 중소기업에 세액감면을 적용해 줄 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특별세액 감면제도는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 말고 다른 정책적 효과가 없다"며 "세제 지원의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이 제도를 종료하거나 전환하게 되면 중소기업 업계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본다"면서 "오랫동안 효과 없이 끌고 온, 세금 경감만이 목적인 이 제도를 없애도 투자를 촉진하는 형태의 지원책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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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 건설산업 리스크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건설시장 정상황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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