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처벌 전무한 상황에 셀러들 불안 증폭
유죄 확정 전엔 사업 제한 없어…업계, 법 사각지대 지적 목소리↑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셀러(판매자)들 사이에서 미정산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기도 전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소비 침체에 환율 변동까지 더해 유통업계의 회생 소식이 이어지자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법적 절차는 미비한 실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 위시코리아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시는 구 대표가 지난해 2월 인수한 글로벌 쇼핑 플랫폼이다. 일각에서는 티메프 사태가 벌어지게 된 이유가 판매자들에게 돌아갈 정산 대금으로 무리하게 위시 인수를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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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영선)가 지난 8일 오전 10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구영배 큐텐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이시준 큐텐테크 재무본부장 등 10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사진은 구 대표가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구 대표는 위시코리아 플랫폼을 통해 역직구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기존 컨텍스트로직코리아였던 사명을 '위시코리아 유한회사'로 변경하고 구희진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한 데 이어 최근에는 MD(상품기획자) 채용 공고문도 게시했다.
큐텐그룹 산하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도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티몬은 오아시스가, 위메프는 BBQ가 각자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인터파크커머스는 사명을 '바이즐'로 변경해 새롭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한 셀러들이다. 각 플랫폼이 인수된다 해도 대금 지급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셀러들의 정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 티메프에 이어 발란에서도 미정산 사태가 반복되면서 셀러들은 정산 불이행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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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티메프 피해 판매자 비대위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1000여 명이 모인 셀러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매일같이 불안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신원 조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정산이 하루 이틀 지연되자 "티메프 사태가 또 터진 거 아니냐", "정산 문의를 했는데 답변이 없다"는 등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또 다른 플랫폼에서는 전산 장애로 판매자센터 접속이 지연되자 "고객센터에서는 서버 문제라고 하는데 정말 괜찮은 거냐", "또 정산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등 걱정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셀러들은 쿠폰 발행이나 입점 제안서를 보내는 신규 플랫폼에 대해 "티메프 사태의 전조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자, 피해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사태를 파악하는 상황이 됐다.
셀러들의 분노는 지난 8일 열린 첫 공판에서 티메프 전 경영진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더욱 거세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거나 탄원서를 모으며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재판 일정이 오는 7월 말까지 예정돼 있어 법적 결론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구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 기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한 법적 한계 지적이 나온다. 구 대표가 받고 있는 배임·횡령 혐의만으로는 신규 사업에 제약이 없다. 추후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현행법상 특정 업종이나 임원직에 대한 제한만 존재할 뿐, 해외 자본을 활용한 역직구 사업에는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변호사는 "아직 형사 처분이 내려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 사업 자체로 법적 문제는 되지 않는다"며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다 보니, 별도의 제한이 없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량 정산 미지급 사태를 일으켜도 본보기가 되는 처벌이 없으니 판매자들이 불안에 떠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사적 제재에 해당할지라도 사회,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일으킨 사람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 플랫폼의 신뢰성과 안전성이 도모될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