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오피니언 내부칼럼

속보

더보기

[기자수첩] 티메프는 계속된다

기사입력 : 2025년03월11일 08:42

최종수정 : 2025년03월11일 09:10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이번 일이 일어나기 직전에 홈플러스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았대요. 엄마가 그때 나갈까 고민하시다가 그냥 남기로 했다는데 이번에 사태 터지고 집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나셨더라구요. 이러다가 짤리면 어떡하냐고...그냥 그때 그만둘걸...그러시면서요"

홈플러스 사태를 취재하다보면 작년 티메프 사태가 자꾸 떠오른다. 최고온도가 37도를 찍은 여름날, 티몬 본사 앞에는 울며 불며 '내 돈 내놔'를 외치는 시민들이 운집했다. '언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느냐'고 그들에게 물으면서도 밀린 환불, 지연된 정산 대금은 절대 지급되지 않을 것 같았고, 그 생각은 현실이 됐다.

용산 전자상가 업체들은 티메프 사태로 줄도산을 했다고 한다. 피해 업체를 취재하기 위해 들렀던 여름날 용산 전자상가가 아직도 생생하다. 문짝도 없이 가리개로 나뉘어진 매장 안에서 사장님들의 꺾인 머리가 불쑥 불쑥 솟아있었다. 하나같이 꺼질 듯한 한숨을 쉬며 땅만 보고 있었다.

산업부 조민교 기자

바람이 불고, 계절이 바뀌고, 티메프는 잊혀졌다. 나 또한 쏟아지는 다른 이슈들 속에서 후속 기사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한때 정부가 '정산 대금 기간 조정', '에스크로(제3자 금융 예치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슈 때만 모이는 나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지나간 자리에는 돈을 받지 못해 망한 이들의 울음소리만 남았다.

홈플러스 사태는 시작이 '소문'이라는 점에서 티메프와 닮았다. '기업회생'이라는 단어 하나에 실체 없는 불안이 빠르게 퍼졌다. 가장 먼저 발을 뺀 건 대형 협력사였다. 굵직한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거래를 중단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피해는 또 아래에서부터였다. 점포가 매각될까 우려하는 소비자들, 고용 불안을 느끼는 직원들, 대금 지연으로 흔들리는 중소상공인들.

중소상공인들은 대기업처럼 쉽게 발을 뺄 수도 없다. 홈플러스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 중 만났던 한 빵집 사장님의 눈빛이 떠오른다. "대금을 못 받았다"는 말은 했지만, 속사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지는 못했다. 당장 장사는 잘되지만, 받지 못한 돈이 있어 마음을 놓을 수도 없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티메프 때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납품업체들은 홈플러스의 납품 대금 정산 주기가 길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금을 포함한 상거래채권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홈플런이 끝나고 현금이 줄어 유동성이 악화되면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오아시스 인수 소식에도 '돈 줄거라는 기대도 없다'는 티몬 셀러들의 현실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왜 정부는 진작 대금 주기를 손보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목소리를 높여봐야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지금은 책임 소재조차 불분명하다. 정치적 이슈가 휘몰아치는 상황에서 대금 정산 단축 입법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이 소용돌이가 지나가고 나면, 또다시 잊혀질 것이 뻔하다.

희망퇴직 기회를 놓친 어머니, 대금을 받지 못한 빵집 사장님은 어쩌면 티메프 때처럼 땡전 한 푼 못받고 버려질 수 있다. 흔들리는 기업 앞에서 발 붙일 힘이 없어 가장 먼저 나가떨어지는 이들. 그들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mky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특검 "尹, 구속연장 없이 기소도 검토" [의왕=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이후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출석 요구에 잇달아 불응한 가운데 15일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의 모습.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기간 연장 없이 바로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07.15 yooksa@newspim.com   2025-07-15 14:38
사진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선사시대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바위그림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신청한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15년 만의 결실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총 17건(문화유산 15건·자연유산 2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산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와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유산이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이 생동감 있게 표현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화 생태계를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010년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된 후 지난해 1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후 서류 및 현장실사 등 심사를 거쳤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주요 단계를 담은 희소한 주제를 선사인들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했다. 이어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이면서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문화 발전을 집약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사진=국가유산청] 2025.07.12 alice09@newspim.com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결정과 함께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보고할 것과 더불어 반구천 세계 암각화센터의 효과적 운영을 보장하고, 관리 체계에서 지역 공동체와 줌니들의 역할을 공식화하고,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주요 개발 계획에 대해 알릴 것을 권고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이번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유산청과 외교부,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해당 지자체가 모두 힘을 합쳐 이뤄낸 값진 결과"라며 "이번 등재롤 계기로 '반구천의 암각화'가 가진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실히 보존하는 한편,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는 적극행정으로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났지만, 세계유산 등재까지는 쉽지 않은 긴 여정이었다"며 "앞으로도 국가유산청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지키고 잘 보존·활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alice09@newspim.com 2025-07-12 18:0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