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주석 경제 자신, 용기 희망 북돋워
계엄 내란사태에 대통령 신년사 실종
좌표없이 닻올린 '한국호' 불안감 증폭
불확실성 걷어내고 국정 조기회복 힘써야
[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도전에 처해있지만 우리는 늘 역경을 딛고 발전했고 시련을 거치며 장대해졌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모두 경제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미국 마저 공포에 떨게 한 G2 국가, 중국을 이끄는 시진핑(习近平) 국가주석은 2025년 신년 국민 담화문에서 "우리에겐 능히 불확실성의 어둠을 뚫고 나갈 역량이 있다"며 희망을 역설했다.
2024년 마지막날 중국 국영방송 CCTV 저녁 뉴스를 통해 발표된 시진핑 주석의 2025년 신년 특별 담화문은 마치 14억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주식회사 중국 CEO'의 신년사 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이미 많은 성과를 거뒀고 용기를 가지고 계속 앞으로 나간다면 머지않아 분명 우리가 원하는 미래와 만날 것이다." 담담한 톤의 '중국 CEO' 신년 담화는 중국사회 모든 구성원을 안심시키고 용기를 북돋우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시진핑 주석은 신년사에서 "고품질 발전 전략에 따라 2024년 GDP 총생산이 130조 위안(약 2경 6229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며 5% 내외 성장 목표가 실현됐음을 시사했다. 양호한 성장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거라며 경제 자신감을 특별히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신기술 신산업 신업종 신모델이 미래 성장을 구동할 것이며 전기차와 직접회로 인공지능(AI) 양자통신 영역에서도 성과가 점점 더 현격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굴기는 2025년에도 한층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게 분명하다.
공산당 일당 체제 중국이 마냥 선망의 대상일 수는 없지만 국정 운영에 대한 자신감과 밝은 경제 비전으로 가득 채워진 2025년 중국 최고 지도자의 신년 메시지 만큼은 많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시간대 한국 방송에서는 여전히 현실로 믿겨지지가 않는 비상 계엄과 내란 사태, 내란수괴로 지목된 탄핵 대통령 체포방안, 항공기 착륙 사고와 같은 참담하고 어두운 뉴스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느모로 보나 2025년 새해를 맞는 대한민국의 풍경은 지도자의 희망찬 신년 메시지에 드러난 이웃나라 중국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다.
가뜩이나 차가운 날씨에 사람들의 심리가 점점 더 위축되고 마음속엔 자꾸 불안감만 커져간다. 갈 길은 바쁜데 꿈속에서 가위눌리듯 '주식회사 한국'은 깊은 수렁에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찝찝하게도 '떠오르는 중국, 저물어가는 한국' 의 그림자가 뇌리를 스친다. 많은 분야에서 이제는 한국이 거꾸로 중국을 쫒아가야하는 상황이 됐다. 마음 한 구석에선 공한증(恐漢症)이 스멀댄다.
계엄 난리통에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 신년 메시지도 못듣고 경황없이 2025년 새해를 맞았다. '한국호'가 좌표도 없이 망망대해로 나선 꼴이다. 을사년 원단 아침, 나라가 속히 정상으로 복귀해 희망 담뿍한 대통령의 신년 축사를 듣게 되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