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문화·연예 전시·아트

속보

더보기

현실과 몽상 넘나든 최민영의 '꿈을 빌려드립니다'전,스페이스K 개막

기사입력 : 2024년12월16일 15:28

최종수정 : 2024년12월18일 08:47

스페이스K,런던서 활동중인 35세작가 파격기용
기억과 상상 결합한 몽환적인 풍경 30점
다층적 구조의 현실을 새롭게 바라본 작업

[서울=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미술전문기자=블라인드가 드리워진 창가 침대에 누군가가 누워 있다. 하오의 쨍한 햇빛과 블라인드가 만들어낸 그림자가 온 화폭을 뒤덮고 있다. 방 안 가득한 강렬한 줄무늬 빛은 그림 속 오브제들을 마치 꿈속의 한 장면처럼 연결하며 신묘한 분위기를 드리운다. 푸른색과 녹색, 연두색을 교차시키며 실내에 드리운 빛을 굵고 과감하게 굴절시킨 솜씨가 돋보인다. 

코오롱의 문화예술 공간인 스페이스K 서울이 선보인 최민영의 유화 '침실'(2023)이다. 스페이스K 서울은 지난 12월 12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민영(35) 작가의 개인전을 개막했다. 전시 타이틀은 '꿈을 빌려드립니다(Dreams for Hire)'이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의 단편소설에서 띠온 제목이다. 꿈을 통해 다른 사람의 미래를 예견하는 한 여자의 마술같은 이야기를 최민영은 자신의 작업에 대입시키며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작품을 펼쳐 놓았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최민영 '침실(Bedroom)'. 2023, Oil on linen, 160x210cm. [사진=스페이스K 서울} 2024.12.12 art29@newspim.com

최민영은 유년시절과 이주의 경험에서 비롯된 여러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 현실과 비현실이 한 화면에서 오버랩되는 장면을 직조힌다. 그의 작품에는 일상의 공간이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동물과 형상이 스스럼없이 함께 등장한다.

이번 서울 전시에 출품된 '한강' 연작은 한강에서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돌고래가 출몰해 있다. 아마존강에 서식하는 돌고래를 모티브로 그려진 이 돌고래는 '하교'(2024), '도시생활'(2024), '한강 물놀이'(2024)로 이어지는 한강 풍경에서 본래의 서식지인 아마존이 아닌, 한강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그리곤 '밤 수영'(2024)에서 마침내 바다로 나온 강돌고래는 달빛 아래 그 거대한 몸집을 보란듯 드러낸다. 그림 속 인물들은 고래가 익숙하다는 듯 일상을 아무렇지도 않게 영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작가는 신작 회화 16점을 포함해 유화및 드로잉북 등 총 30여 점을 출품했다. 최민영은 이질적인 요소가 교차하는 화면에 빛과 색으로 깊이를 주고 있다. 특히 빛의 표현에 있어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1863)를 연상케 하는 최민영의 '해 달 차'(2024)는 구도는 엇비슷하나 낮과 밤이 동시에 존재하는 점이 이채롭다. 밝은 햇살과 차분한 밤의 달빛이 공존하는 것. 차를 마시는 두 인물은 서로 마주 앉아 있지만 한 사람은 밝은 햇살 속, 한 사람은 밤의 달빛 아래 앉아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시각적 착각을 준다. 그들 뒤로 북청사자놀이에 등장하는 사자탈과 각종 연이 하늘로 날아올라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스페이스K 서울의 최민영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 전시전경. [사진=스페이스K 서울] 2024.12.12 art29@newspim.com

최민영은 내부와 외부 공간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결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든다. '우연한 꿈'(2024)에서는 한밤의 눈길을 거니는 인물과 강아지 앞으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주택이 등장한다. 갑자기 등장한 밝은 집은 인물이 꾸는 꿈일까, 아니면 실재 풍경일까. 알쏭달쏭해지는 정경이다.

'미지'(2024)라는 작품도 기이하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인물 앞으로, 북극의 얼음산을 연상시키는 설산(雪山) 절벽이 바로 이어진다. 설산은 창문 밖에 펼쳐진 풍경같기도 하고, 인물의 꿈속 풍경같기도 하다. 이처럼 최민영은 안과 밖을 넘나드는 공간과 장소를 맞닿아놓아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서울=뉴스핌] 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최민영 '잠수'. 2024. 린넨에 오일. [사진=스페이스K 서울] 2024.12.12 art29@newspim.com

최민영의 그림에는 특히 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잡지를 끼고 살다시피 했던 작가는 작품에 동물을 수시로 그려넣는다. 이 동물은 그의 작품 속에서 무의식과 상상이 결합한 상징적 대상으로 자리매김한다.

'달무지개'(2024), '방문'(2024)에 등장하는 사자놀이 탈은 작가의 학창시절 경험이 무의식에 남아 그림의 모티프가 됐다. 우리 선조들이 상상에 기대 만든 '사자 탈'은 작가의 상상에 의해 생명체로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스라소니, 장어, 문어 같은 동물도 인간 삶의 영역에 출몰하거나 공존하며 현실과 초현실적인 세계를 넘나드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3개 섹터로 구성됐는데 마지막 공간에서는 보름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이는 신화와 전설 등 인간의 믿음과 수행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경 속 보름달이 홀홀히 뜬 작품 '달 의식'(2024)은 민담 속 달토끼와 유교 제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어린아이들의 즐거운 놀이인 눈덩이 굴리기가 매우 엄숙한 의식처럼 표현된 가운데, 다른 차원에서 나타난 것같은 디지털 캐릭터들이 분위기를 환기하며 궁금증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최인영 '하교'(Bridge). 2024. 린넨에 오일. [사진=스페이스K 서울] 2024.12.12 art29@newspim.com

이처럼 최민영의 작품은 도회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에서부터 강과 바다, 산을 비롯한 자연의 공간에 인간과 동물, 상상속 아이콘이 혼재한다. 인공과 자연의 요소를 오버랩시켜 현실에 환타지를 불어넣고 있다.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무의식 속 이미지들은 상상과 결합해 현실의 경계를 사뿐히 허문다. 최민영의 기억과 상상은 아득한 내면의 풍경으로 향하며, 공간과 장소, 인간과 동물, 도시와 자연이 새로운 세계로 변주된다. 이로써 우리는 모두가 발을 딛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다른 차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동안 중량급의 해외 작가 전시를 주로 선보여온 스페이스K 서울이 이제 막 미술계에 이름을 각인시키고 있는 35세의 여성작가에게 큰 전시공간을 내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이장욱 수석큐레이터는 "지난번 이근민 작가의 전시 이후 유망한 젊은 작가를 계속 찾고 있었다.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젊은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난 2019년부터 최민영의 작업을 눈여겨 봐왔고, 가능성이 보여 이번에 전시를 열게 됐다. 빛과 색의 표현, 꿈과 현실을 과감하게 넘나드는 세계가 흥미로우니 함께 감상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이영란 미술전문기자= 자신의 작품 '밤 수영'(2024, 가로 6.8m) 앞에 선 작가 최민영. [사진=스페이스K 서울] 2024.12.16 art29@newspim.com

최민영은 서울대학교및 대학원을 졸업(서양화 전공)했고, 영국 슬레이드미술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현재 런던에 머무르며 작업 중이다. 2023년 중국 베이징 하이브현대미술센터, 2017년 영국 웨일스 챕터 아트센터의 아트 인 더 바, 스페인 올베라의 올베라현대미술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23년 중국 난징 쓰시 미술관, 2022년 중국 난징 G미술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최민명의 작품은 영국 런던 HSBC 아트컬렉션과 중국 베이징 엑스미술관(X Museum) 등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배우 소유진이 오디오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해 전시 안내를 맡았다. 전시는 2025년 2월23일까지.

'스페이스K'는?= 2011년 과천에서 시작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이다.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그간 국내 신진작가, 재조명이 필요한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기회를 제공해왔다. 또한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작가 전시를 개최하는 등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을 통해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art2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