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신세계, 재계 27위권 전망
이명희 회장 그늘 벗고 경영능력 시험대
'대표이사 회장' 올라 책임 경영 나서나
사촌 이부진·이서현 삼성 사장 인사도 관심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범삼성가 3세 여성 경영인 중 첫 회장으로 등극했다.
이번 승진은 단순한 직함 변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유경 회장은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된 그룹 수장으로서 재계 27위권의 기업을 이끌게 됐다.
사촌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중 1970년 이후 출생한 경영인 중 '첫 여성 회장'이다.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 |
정유경 회장이 지배하는 새로운 위성그룹은 공정자산 규모가 19조원 수준이다. 올해 공정위에서 발표한 재계 서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27위 수준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정유경 회장이 ㈜신세계를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는 18곳 내외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자산 규모는 62조원으로 재계 서열 11위인 신세계 그룹은 계열 분리로 재계 순위는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미등기임원인 정유경 회장이 향후 등기임원에 오를 것인지도 관심사다.
향후 '대표이사 회장' 타이틀을 받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같이 범삼성가 사촌들처럼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남을지도 이슈다.
정유경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고, 독립된 그룹으로 떨어져 나올 경우 기존 삼성과 신세계를 거쳐 새로운 위성그룹으로 분파되는 전형적인 우리나라 그룹 경영의 모습을 이어가게 된다.
과거 창업주의 뒤를 이어가면서 위성그룹으로 분파했지만 실패한 전례도 있다.
이병철 회장의 차남인 이창희 회장이 이끄는 새한그룹의 몰락이 대표적이다. 또 정주영 회장에 이은 현대그룹도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회장을 거치면서 기존보다 위상이 작아졌다.
정유경 회장이 독립된 그룹으로 새로운 길을 걸어갈 경우, 그룹 수장으로서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이명희 총괄회장이 그동안 재계의 승계 과정에 나왔던 불협화음을 지켜본 것에 대한 학습효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두 자녀 간 분쟁을 사전에 없애고 그룹 분리에 대한 교통정리를 명확히 해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부터),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사진=뉴스핌DB] |
정유경 회장의 승진은 사촌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재현 CJ 회장이 먼저 회장에 오른 후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랐고, 이어 정용진 부회장도 회장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이부진, 이서현 사장도 최소 부회장급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사촌지간 중 범삼성가 여성 부회장으로 이미경 CJ 부회장이 활약 중이다.
현재 이명희 총괄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행방도 관심사다.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98만4518주와 이마트 278만7582주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증여나 상속을 통해 두 자녀에게 각각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선 소장은 "이 지분은 이 회장이 두 자녀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마지막까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