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신세계 계열분리 공식화...정유경 ㈜신세계 회장 승진
정용진-이마트, 정유경-백화점 부문 각자경영체제 본격화할 듯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이마트와 백화점 사업부문의 계열분리로 신세계그룹의 '남매 각자경영체제'가 본격화된다.
신세계그룹이 30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의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그의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남매 경영체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직급을 동일하게 만들어 계열분리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섹계그룹 회장(왼쪽), 정유경 ㈜신세계 회장. [사진=신세계그룹] |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앞으로 정유경 회장은 계열분리되는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주식회사 신세계는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며 면세 부문인 신세계디에프(DF), 패션·뷰티 부문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센트럴시티, 신세계까사, 신세계라이브쇼핑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간 재계에서도 신세계그룹이 남매 각자경영체제로 갈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 인사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은 지금이 계열분리의 적기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가 본업 경쟁력 회복을 통한 수익성 강화 측면에서 성공적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물밑에서 준비해온 계열분리를 시작하는 데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9년 ㈜신세계와 ㈜이마트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와 아웃렛 사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대해왔다. 이마트 부문 역시 이마트를 구심점으로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슈퍼 등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입지를 다져왔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사진=신세계] |
두 남매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지난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분리했다. 이후 장남인 정용진 회장에게 이마트를 외동딸인 정유경 회장에게는 백화점 사업을 맡겨 '남매 경영'을 하도록 조치했다.
이 총괄회장은 1998년 정용진 회장에게 보통주 50만주(4%) 증여를 시작으로 지난 20여년간 순차적으로 주식 증여와 주식 교환 방식 등을 통해 이마트와 신세계가 계열사를 나눠 갖는 구조로 만들었다.
지난 2021년 정용진 회장이 광주신세계의 지분을 전량 처분하면서 얽혀 있던 이마트와 백화점의 지분구조도 개선됐다. 정 회장은 2021년 9월에 광주신세계의 지분 52.08%(83만333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으나, 당시 모두 처분했고 이 지분을 신세계가 전량 취득하면서 지분구조도 말끔히 해결돼 계열 분리의 초석을 다졌다.
광주신세계는 광주광역시에서 백화점 사업을 영위하는 백화점 계열사로,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이 맡은 회사지만, 그간 최대주주는 정용진 회장이어서 지분 정리가 필요했었다.
현재 이마트와 신세계 지배구조를 보면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이 각각 이마트 지분 18.56%,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0%씩 갖고 있다.
다만 이러한 남매 경영의 기류가 바뀐 건 정용진 회장이 그룹 정점에 오르면서다. 동생이 총괄사장으로 오빠보다 직급이 낮다 보니 보기엔 이마트 지휘 아래 백화점이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번 인사로 '남매 각자경영체제'로 다시 돌리겠다는 이명희 총괄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책임 경영을 강화해 내수 부진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한 후, 작년 기준으로 그룹 전체 매출이 71조원가량을 넘어서는 등 비약적인 성과를 일궈내며, 국내 최고 유통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동안 백화점은 출점한 지역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다졌으며, 이마트 역시 153여 개 점포망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대형마트로 자리매김했다. 또, 스타필드와 스타벅스, 면세, 패션, 뷰티, 이커머스 등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쳐 강력한 경쟁력을 쌓아왔다.
특히 올해는 백화점이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신세계백화점은 6조19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동기 대비 5.5% 성장한 수준이다.
이마트 역시 본업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화두를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519억원 증가했으며, 연간 기준으로도 2020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분리의 토대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임원인사에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한채양 사장은 이번 승진을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인사는 정용진 회장의 취임 첫 해 인사라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신상필벌의 원칙 아래 역량 중심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탁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그룹의 의지를 반영했다.
이마트24 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됐다. 이는 올해 선보인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사업 조정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부문 대표를 겸직하게 됐으며,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으며, 신세계L&B 대표에는 마기환 대표를 외부 영입했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이는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또한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한 것으로 조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회사 전체적으로는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