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印 기업 수익 추정치 1.2% 낮춰...아시아 지역 최대 폭 하향 조정
"印 GST 인하, 소비 진작 효과 있겠지만 경제 전반에 반영까지는 시간 걸릴 것"
"높은 밸류에이션도 부담...外人 자신감 회복 전까지는 추가 상승 난망"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악화했다. 인도 정부가 대규모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미국의 높은 관세가 기업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분석이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 통신이 인용한 런던증권거래소(LSEG) IBES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 증시 상장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수익 추정치는 최근 2주 동안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수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것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인도 기업들의 성장세 둔화가 올해 4~6월 분기까지 이어진 가운데, 50%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가 발효될 경우 인도 기업 및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아시아 주식 전략가인 라자트 아가르왈은 "지난해 6%라는 실망스러운 수익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에도 회복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며 "이는 경제 성장 지표와 기업 수익에서 모두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인도 기업들의 수익은 5개 분기 연속 한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1/22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와 2023/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의 15~25% 성장 대비 크게 둔화한 것이다.
4~6월 실적 발표 이후 자동차 및 부품·식음료·내구소비재 부문의 향후 12개월 순이익 추정치가 각각 1% 이상 크게 낮아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도 경제는 내수 중심의 경제이며, 벤치마크인 니프티50 지수 구성 기업들은 전체 수익의 9%만 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속적으로 인도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감소할 수 있으며, 특히 섬유 등 고용에 민감한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스그룹(MUFG)은 분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글로벌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서는 인도 증시가 아시아 최고 비선호 시장으로 꼽혔다. 지난 5월 설문 조사에서는 인도 증시가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가장 선호되는 시장으로 꼽혔지만 두 달 사이 상황이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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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로이터=뉴스핌] 최원진 기자=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에 위치한 봄베이 증권거래소(BSE)에서 한 남성이 업데이트된 시장 뉴스를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인도 증시의 올해 상승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 관세와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인해 연말까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며, 니프티50의 최고치 경신 시점이 내년으로 밀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가 이달 8~20일 20명의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니프티50 지수가 올해 말까지 약 3.9% 상승해 2만 5834포인트에 이르고 내년 중반 2만 6500포인트, 연말 2만 7950포인트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의 니프티 최고치 기록 예상 시점은 이전 분기 조사 때보다 늦어진 것이며, 내년까지는 사상 최고치 경신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고 매체는 짚었다.
인도 정부가 가계 소비 촉진을 위해 10월부터 상품 및 서비스세(GST)를 인하하기로 하고 이것이 기업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전체적인 영향이 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한, 센섹스 지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자 미국의 S&P 500 지수와 비슷한 23배의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되고 있을 정도로 인도 주식이 고평가되어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다.
HDFC 증권의 수석 파생상품 분석가인 수바시 강가다란은 "GST 인하가 긍정적인 조치이기는 하지만 엄청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고려하면 그(감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니프티50 지수가 올해 말 2만 2000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K 캐피털 서비스의 리서치 담당 부책임자인 요게시 칼린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인도 경제와 실적에 대한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위험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를 때마다 주식을 팔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관세 폭탄을 계속 퍼붓고 있고 분위기는 매주 바뀌고 있다"며 "지금 인도 시장을 떠받들고 있는 것은 희망과 추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금융 전문 매체 민트에 따르면,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FPI)는 지난달 4766억 7000만 루피(약 7조 6000억원) 상당의 인도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해 1~3월 인도 주식을 순매도한 뒤 4월 매수자로 전환해 6월까지 매수세를 유지했으나 7월부터 또 한 번 손바뀜이 일어났다.
7월부터 이달 현재까지의 누적 매도액은 1조 9200억 루피에 달한다고 민트는 전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