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현지화 전략…현지 법인 상장으로 전환점
현지 기업화해 전기차 생태계 진출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주도한 현대차 인도법인(HMI)이 22일 뭄바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거점 전략의 전환점을 맞을 예정이다. 중국, 러시아 사업을 접고 택한 인도에서 현대차가 인도법인 상장이라는 현지화 전략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 'made in India' 위한 현지화 전략
18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2일 인도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판매가 부진했던 중국, 러시아 시장을 정리하면서 신흥 시장인 인도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을 단행한 결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이번 IPO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기존 인도 시장은 높은 관세 장벽을 고수하면서 신차 시장을 보호해 왔다. 그러나 인도가 올해 자국에 최소 5억 달러(한화 약 6600억원)을 투자하며 3년 내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업체를 대상으로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자국 사업 보호 성격이 강한 인도가 열어준 시장에서 현대차가 '메이드 인 인디아(made in India)'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이번 IPO라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인도 점유율 1위인 마루티 스즈키 역시 일본 스즈키와 인도 마루티의 현지 합작 회사"라며 "현대차 역시 현대차가 인도 회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현지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14억 인구를 보유한 자동차 강국이다. 전동화에 대한 정부의 니즈도 강한 편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인도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으로 도약했다.
현대차 역시 꾸준히 인도에 투자하며 인도 정부와의 스킨십도 늘려왔다. 현대차가 지금껏 향후 10년간 인도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만 4조2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는 인도 완성차 업체 중 점유율 2위로 뛰어오르며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꾸준히 판매 실적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판매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022년 약 55만2500대에서 2023년 약 76만5700대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1~8월 누적 판매 51만3499대를 달성한 상태다.
[칸치푸람 로이터=뉴스핌]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카니푸람 소재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 중인 노동자들 |
◆IPO 자금으로 전기차 생태계 구축…내수부터 수출까지 전폭 지원
이번 IPO로 조달한 자금은 인도 현지 공장 생산능력 확대와 전기차 시장 개척, 수소 생태계 구축 등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재 남부 첸나이에 거점을 두고 있다. 현지에 연 82만 대의 생산체제를 이미 구축한 현대차는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공장의 설비 개선을 통해 100만 생산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43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춘 기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약 15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산 역량 강화는 곧 수출 역량 강화로도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생산한 차를 인근에 위치한 중동, 아시아태평양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지역으로도 수출하고 있다.
수출 물량은 지난해 기준 16만3675대로 첫 수출을 개시한 1999년 20대 대비 81만8275% 증가했다. 정 회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도를 방문하면서 인도 권역에서 펼칠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면서 인도를 일컬어 '글로벌 수출 허브'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현지 전동화 생태계 마련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을 현지화하고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를 개발하고 충전소 등 인프라까지 확대해 인도 내 현대차의 브랜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김 교수는 "현대차의 인도 상장으로 인해 점유율 2위에서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생겼다"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 규모의 경제를 마련하고 동시에 프리미엄 차량 진입을 준비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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