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산중위, 한전 등 공공기관 국정감사
일감·기술자문료 29억달러…수주액 16%
김성환 "실리 못 챙긴 바라카 선례 반복 안돼"
[세종=뉴스핌] 백승은 기자 = UAE 바라카 원전 수출 과정에서 지식재산권과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사에 약 4조원을 지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이 이날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원전 수출의 손익 계산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의원실이 입수한 바라카 사업 내부자 제보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 주기기 1차계통(핵증기공급계통, Nuclear Steam Supply System)의 제조사별 납품 비율은 두산 51%, 웨스팅하우스 41%, 한전기술 7%로 밝혀졌다.
추가로 2차 계통인 터빈발전기 또한 1~4호기 전부 당시 웨스팅하우스의 모기업인 도시바 제품으로 설치됐다.
자료에 따르면 바라카에서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간 몫은 주기기 41%의 일감과 기술자문료 등을 포함해 최소 29억달러, 한화로 3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김성환 의원의 분석이다. 이는 팀코리아 수주액 전체의 약 16%로, 두산중공업이 가져간 몫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바라카 원전 전경 [사진=한국전력] 2020.08.19 kebjun@newspim.com |
웨스팅하우스 기기가 바라카 원전에 광범위하게 설치됐다는 의혹은 각종 경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다.
지난 2010년 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 체결된 업무협조계약(BCA)에 따르면, 바라카에 납품된 주기기 부품 중 원자로냉각재펌프(RCP)와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의 100%, 원자로 내부구조물(RVI)과 제어봉구동장치(CEDM)의 50%, 연료봉 50% 등 주요 부품 상당 부분을 웨스팅하우스가 납품하도록 하는 명시적 약정이 있었다.
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를 통해 확보한 2012년 웨스팅하우스가 제출한 수출허가서에도 바라카 원전에 폭넓은 범위의 원전설비를 수출할 것이라고 신고하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 주기기 공급사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주기기에 웨스팅하우스가 폭넓게 참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에는 당시 국내 기술로 자립하지 못했던 냉각재 펌프와 원전계측제어시스템 외에도 원자로 내부구조물과 제어봉 구동장치 등이 납품된 것이 확인됐다.
김 의원은 "저가 수주 얘기가 나올 만큼 마진을 최소화해서 낙찰받고서도, 그 안에 들어갈 핵심 기술과 부품은 웨스팅하우스에 의존하면서 팀 코리아는 결국 밑지고 장사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당시 광우병 파동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이명박 정부는 어떤 대가도 무릅쓰고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고, 그 이면을 필사적으로 감춰 왔다"며 "이번 체코 원전 또한 과도한 대가를 치른 바라카 원전의 전철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4일 오전 10시 30분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전력공기업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 의사중계시스템] 2024.10.14 biggerthanseoul@newspim.com |
아울러 김 의원은 미국과 원자력 수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가 이 정부 들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출 건이 바라카처럼 잘 해결될 것이라지만, 수출실적 만들기에 매몰되어 실리는 못 챙긴 바라카의 선례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적 협상전략에 체코 원전 수출 또한 '재주는 우리가 넘고, 돈은 미국이 버는' 실패의 길로 치닫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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