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하청업체에 제작도면 불법유출 등 혐의
"수급자 기술자료 제3자에게 제공해 유용"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하청업체의 선박 관련 제작도면 등 기술자료를 경쟁업체에 불법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HD한국조선해양이 1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26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한국조선해양 법인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뉴스핌DB] |
한국조선해양 측은 해당 자료가 기술자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증거들 및 동일한 사실관계가 쟁점인 관련 판결문에서 인정되는 사정을 종합하면 범죄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급자들로부터 각 기술자료를 제공받으면서 관련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고 제3자에게 자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술적인 가치 자체는 크지 않아 보이는 점, 수급업체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이 사건으로) 별도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2017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수급사업자(하청업체) 55곳에 선박 관련 제작도면인 '승인도' 125건을 요구하면서 하도급법에서 정한 사항을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 요구 목적과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 미리 협의한 내용이 담긴 서면을 수급사업자에게 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조선해양은 비슷한 시기 4회에 걸쳐 수급사업자의 선박용 조명기구 제작도면 12건을 경쟁 하청업체에 제공해 사용하도록 하고 입찰 과정에서 다른 수급사업자 2곳의 선박 관련 제작도면 4건을 경쟁 하청업체에 제공한 혐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12월 한국조선해양에 재발방지 명령과 함께 2억4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중소벤처기업부 요청에 따라 검찰에 고발했다.
이밖에 한국조선해양은 선박 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들을 상대로 10% 상당의 단가 인하를 강요한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 6월 1심에서 벌금 15억원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