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회 (이미지21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드디어 일반 가정집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테스트한다. 주인공은 노르웨이 로봇 스타트업 1X 테크놀로지가 만든 시제품 '네오 베타'(NEO Beta).
챗GPT를 장착해 자연어 명령을 이해하고 5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두 발로 걷는 휴머노이드 네오는 키 1.67m, 보행 속도는 시속 4km, 한번 충전 시 4시간까지 작동이 가능하고 약 20kg가량의 짐을 옮길 수 있다. 주로 집안일을 돕거나 심부름 등을 수행하는 용도다.
흥미로운 건 네오의 체중이다. 경쟁사인 테슬라 옵티머스 젠2는 57kg, 피규어 02는 70kg인데 반해 네오는 그 절반에 해당하는 30Kg, 어린 아이 체중과 비슷하다.
네오가 덩치에 비해 가벼운 무게를 가질 수 있는 건 다른 여러 휴머노이드처럼 단단하고 묵직한 플라스틱이나 금속 피부 대신 인간의 근육이 있을 수 있는 곳에 쿠션 삽입물이 들어간 점프 수트를 입어서 이다. 금속 유압장치 대신 인간의 근육과 비슷한 구조를 차용해 얼핏 보면 로봇 옷을 입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베른트 뵈니히 1X CEO는 안전을 강조한다.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인간과의 물리적인 충돌을 대비해 외피를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택했을 뿐 더러 로봇의 끼임 지점도 없앴다고 했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
기존 휴머노이드들이 배치된 공장 물류창고 등의 산업현장과 달리 가정은 어린이, 노약자, 반려동물이 함께 지낸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다양하고 복잡한 인간과 로봇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네오의 가정 입주 테스트는 휴머노이드가 한 걸음 더 우리 삶에 가까워졌음을 보여준다.
지난 31일 사용자의 외출을 돕는 네오의 영상이 공개됐다. 허리를 굽혀 바닥에 놓인 백 팩을 집어 들어 사람에게 건네는 움직임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잘 훈련된 모습이다.
1X 휴머노이드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의 학습이 특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학습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은 인식, 의사 결정, 행동 등의 단계를 나눠 각각 따로 훈련하는 전통적인 로봇 학습과 달리 수행의 전체 과정을 하나의 큰 신경망 모델로 학습한다. 특정 작업을 여러 번 시도하면서 오류를 줄이고, 최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는 자동 최적화가 가능해서 휴머노이드의 새로운 훈련법으로 꼽힌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 [사진=업체] |
하지만 인간이 설계한 규칙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를 통한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만큼 효율성은 높지만 대규모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품질이 낮으면 학습 결과 역시 부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1X는 네오의 전신 모델인 이브 30대를 가정과 사무실 등으로 꾸며진 장소에서 상자를 옮기거나 정해진 위치에 물건을 두고 사무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닫는 등의 일상 생활에 필요한 일을 자율적으로 훈련시키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해 가사 노동과 인간과 로봇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기본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학습한 네오는 달걀을 옮기고 와인잔을 꺼내고 커피를 내리는 등의 섬세한 작업도 해낸다.
그 동안 로봇 기업들은 휴머노이드 개발에서 '손'과 '두뇌' 개발에 공들여 왔다. 압력 대신 전기부품으로 대체해 한층 정교해진 '손'에 AI기술이 '두뇌'역할을 하며 휴머노이드는 비약적인 성과와 시간 단축을 이뤄내고 있다. 최근 피겨AI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를 탑재해 AI추론 성능을 기존 대비 3배 높여 로봇이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판단 처리하는 능력을 갖췄다. 로봇에 시각과 촉각 기능을 강화해 양질의 데이터 확보도 가능 해졌다.
남은 것은 인간의 행동 데이터에 대한 학습.
"하루 최대 30파운드(약 13㎏)의 무게를 들고 7시간 이상 걸을 수 있어야 함. 하루 종일 서 있고, 앉고, 걷고, 몸을 구부리고, 웅크릴 수 있어야 함. 신장 조건은 170~180㎝. 시급은 25달러(3만3000원)~48달러(6만4000원), 복리후생 제공."
[사진 = 셔터스톡] |
8월 초 테슬라 홈페이지에 올라온 '데이터 수집 운영자'. 채용 공고다. 이들이 모션 캡처 수트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수행하는 모든 동작들은 디지털화된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훈련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목적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데이터 수집 운영자 50명 이상을 고용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캣은 지난해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였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8년 138억달러(약 18조40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한 보고서를 통해 "AI발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기자동차와 스마트폰 다음으로 일상생활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놓치지 않아야 할 결정적인 때가 왔다. 집집 마다 거실에 휴머노이드가 놓이기 전에 우리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예견하고 하나씩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언제나 기술은 생각보다 빠르고 합의는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도쿄 로이터=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의 한 공장 조립 라인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직원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2020.10.14 goldendog@newspim.com |
그렇다면 휴머노이드가 일상의 조력자로 우리 곁에 섰을 때 어떤 문제를 예견할 수 있을까?
가장 우선적으로는 프라이버시 문제. 휴머노이드가 카메라, 마이크, 센서 등을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학습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나 일상적인 대화, 행동 패턴 등이 데이터로 수집된다. 자칫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사전에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강화하고 수집된 데이터의 사용, 저장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사용자의 데이터 제어 옵션 등이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해킹 대응과 보안도 강화되어야 한다. 인터넷에 연결된 휴머노이드는 언제든 해킹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데이터, 보안시스템까지 침입이 가능하다. 암호화 기술 등을 통한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휴머노이드가 가정 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경우 과연 윤리적으로 적절할까? 사용자가 로봇에 심적 물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로봇이 인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는 없을까? 사용자와 로봇의 판단이 다를 때는 어떤 선택이 우선 되어야 할지도 정해질 필요가 있다.
미래 기술에 대한 대응 준비는 서두를수록 좋다. 우리는 SNS의 폐해를 경험했고 딥 페이크 범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치인 연예인 대상의 딥 페이크 가짜뉴스 문제가 거론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법적으로 엉성한 상태다.
부모님 댁에 안심하고 휴머노이드 한 대 놓아드리려면 기술의 잠재적 위험성까지 살펴보는 섬세한 눈과 관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테슬라의 로봇 옵티머스 [사진=업체 제공] |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