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첫 희망 퇴직...임직원 150여명 대상
로컬 위스키 부진·칼스버그 분쟁 여파...조직개편 예정
'부어라 마셔라' 음주문화 변화에 타격...젊은 층 공략은 숙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엔데믹 특수로 지난 2년간 호실적을 올렸던 골든블루가 올해 들어 보릿고개를 맞닥뜨렸다. 코로나19 이후 주류 소비문화가 바뀌면서 로컬위스키 시장이 위태로워진데다 맥주사업도 흔들리면서 사상 첫 희망퇴직에 돌입한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골든블루는 지난달 희망퇴직에 돌입했다. 2003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이다. 로컬위스키 시장 침체와 맥주사업 부분의 일부 중단 등이 요인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골든블루·골든블루인터내셔널 소속 과장, 차장, 부장급 직원이다. 과장·차장급은 지난 2019년 10월 1일 이전 입사한 근속 5년 이상자로 한정했다.
약 50명가량이 근무하는 B&S(Beer&Sprits) 부문은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을 받는다. 골든블루 전체 임직원 250여 명 중 150여 명이 희망퇴직 대상자다.
[사진= 골든블루] |
골든블루는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년간 최대 수준의 실적을 올리며 엔데믹 특수를 누렸다. 골든블루의 2022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175억원, 536억원이다. 각각 전년 대비 57,8%, 173.3%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242억원, 49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2.8%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씩 감소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골든블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406억 원으로 19.6% 줄었다.
전체 매출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로컬 위스키 시장이 감소하면서 타격을 받은 것이다. 로컬위스키는 유흥업소에서 주로 유통되는 위스키다. 주로 해외에서 원료를 사들여 국내에서 병입해 판매한다. 골든블루는 국내 로컬위스키 시장 1위 업체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 코로나19로 부진했던 로컬위스키 시장은 엔데믹 전환 후 회복세를 나타내는 듯했으나 다시 침체기를 맞고 있다. 유흥시장에서 로컬 위스키를 즐겼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보다 고가인 인터내셔널 위스키를 하이볼로 섞어 마시거나 소량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회식 문화가 축소되면서 유흥시장 매출이 줄고 젊은 층이 즐기는 주종도 다양해진 것이 로컬 위스키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칼스버그 그룹과의 분쟁으로 골든블루가 진행하던 맥주사업에 차질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수입 맥주 칼스버그를 유통하던 골든블루는 지난해 3월 칼스버그 그룹으로부터 일방적인 거래중단 통보를 받으면서 맥주 사업부분이 사실상 멈춰서게 됐다. 칼스버그 유통 중단에 따라 골든블루가 폐기한 칼스버그 제품 규모는 폐기 비용을 포함해 약 4억9000만 원 상당이다. 맥주 사업 부문에서 주력 제품이었던 칼스버그가 이탈하면서 사업부 구조조정 필요성이 대두된 셈이다.
로컬 위스키 시장 침체를 비롯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2세 경영'을 시작한 박소영 골든블루 대표이사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박용수 골든블루 회장의 차녀인 박소영 부회장은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박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골든블루의 주류 수입·유통을 담당하는 골든블루인터내셔널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1976년생인 박 대표는 2018년 3월 골든블루 사내이사로 합류한 뒤 부회장직을 맡으며 경영에 참여했다.
골든블루는 이번 희망퇴직 과정이 일단락된 이후 새롭게 조직개편을 단행, 인력을 재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부진한 유흥채널 대신 가정채널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여성 재즈 힙합 프로듀서인 DJ시로스카이 등과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젊은 층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로컬 위스키에 젊은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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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블루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경기침체가 장기화와 혼술 위주의 주류 소비 트렌드 변화로 로컬 위스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골든블루는 달라진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향후 소비자 니즈에 맞는 영업,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어려운 시장 환경에 대응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