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민주 전대 마지막 날 수락 연설로 대미 장식
75일 남은 美 대선 출정식 성격도
트럼프 추월했지만 아직은 박스권...확실히 따돌릴 계기 필요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나흘간의 일정을 끝으로 22일(현지시간) 폐막한다.
이날은 물론 전체 전당대회의 클라이맥스는 오는 11월 5일 대선에 나설 후보로 나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수락 연설이다.
지난 3일간 민주당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하고, 거물급 연사들도 줄줄이 나서 당원과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도 따지고 보면 해리스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위한 정지 작업이었다.
해리스 후보의 수락 연설은 전당대회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는 동시에, 75일 남은 대선 승리를 위한 출정식이기도 하다.
선거 캠프의 마이클 타일러 캠프 공보국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해리스는 이번 연설에서 미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라면서 "이는 중산층이 살아있고, 모든 자유가 보호받으며, 여성의 권리를 존중받는 나라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의 싱글맘 가정에서 자라나 사회의 부정과 싸워온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할 것"이라면서 "오늘 여러분은 우리의 기본권리인 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요약하면 해리스 후보의 수락 연설의 키워드는 '중산층· 자유· 여성'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이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농촌 흙수저' 출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합동 유세를 시작할 때부터 '중산층과 노동 가정 보호'를 강조했다.
대표적인 금수저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반된 인생 경력과 공약을 파고들며 자신들이 미국의 중산층을 지킬 수 있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 때마다 "중산층이 강해야, 미국도 강해진다"는 구호를 빼놓지 않았다.
연설하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자유'는 해리스 선거 캠프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했다. 낙태권 규제와 의료및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한 제한을 예고한 트럼프 정책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한 무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해리스 캠프는 민주당의 단골 의제였던 '민주주의' 대신 '자유'를 더 앞세우는 전략에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월즈 주지사 역시 유세 연설 때마다 "(참견 말고) 자기 일이나 신경써라!"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일침을 놓아왔다.
미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이와 함께 여성 유권자에게도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파들의 낙태 제한 주장을 겨냥해 "우리(여성)의 몸의 대한 권리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부르짖었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와 수락 연설을 계기로 이번 대선의 주도권을 쥐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도 벌여야 한다.
지난 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정으로 대타로 나선 그는 '리더십이 약하다'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단숨에 대선 판도를 흔들어 놓는 데 성공했다.
불과 한달 전만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낙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특히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의 추격권을 벗어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해 박빙 구도를 만들었다. 그는 패색이 짙어져 낙담하던 민주당과 지지층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리가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선거 구호가 급부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렇다고 해리스 부통령이 '허니문 효과'에 만족해 있을 처지는 아니다. 앞서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확실히 추월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 또는 경합주 여론조사에서도 양측은 그야말로 박빙 구도다.
지난 18일 발표된 CBS/유거브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51%)은 트럼프 전대통령(48%)에 앞섰다. 같은 날 나온 워싱턴포스트(WP)·ABC 조사에서도 해리스의 지지율은 49%로 트럼프(45%)보다 4%포인트(p) 높았다. 하지만 모두 오차범위 내에서의 우위일 뿐이다.
WP의 7개 경합주 여론조사 종합 분석자료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 등 4 곳에서 이기고 있고, 미시간에서는 동률을 기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앞선 곳은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뿐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아직 박스권에서 경합 중이라는 것이 냉정한 평가인 셈이다.
무소속 출마를 노렸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금명간 대선을 포기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란 보도도 해리스에겐 악재다.
이같은 상황에서 연단에 오르는 해리스 부통령이 강력한 수락 연설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격차를 벌이며 대선 레이스의 승기를 거머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