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전도연이 '리볼버'로 다시 한 번 '무뢰한'의 오승욱 감독의 손을 잡았다. 예상치 못하게 블랙코미디로 완성된 영화에 놀라면서도, 관객들의 호응과 기대를 부탁했다.
'리볼버' 개봉을 앞둔 전도연은 7일 작품에 참여한 소감과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 등 영화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를 보고난 뒤 전도연은 "리볼버가 이런 영화였나" 할 정도로 당황했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찍을 때나, 대본에는 블랙코미디 요소가 전혀 없었는데 영화를 웃으면서 봤어요. 당황스럽기는 했죠. 배우들도 다 이렇게 재밌는 영화였나 할 정도로 새로운 느낌을 받았고요. 중간에 웃음이 막 터지는 구간이 있었는데 찍을 땐 웃기단 생각을 못했어요. 캐릭터들이 각자 개성이 강하다는 정도였거든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리볼버'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4.08.07 jyyang@newspim.com |
전도연이 연기한 하수영은 감옥에서 출소해 자신이 약속받은 몫을 찾아나서는 인물이다. 과거에 꿈꿨던 삶은 물거품이 되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 당한 수영은 버석하고 건조해진 얼굴로 내내 스크린에 등장한다. 전도연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연기를 했는지 물었다.
"하수영의 중심 키워드는 약속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을 읽었을 때 여자 버전 '무뢰한' 같은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오히려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죠. 감정적인 걸 걷어내고 싶었고 그동안 감정 표현을 표출되는 연기를 했다면 그걸 다 걷어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리볼버'를 보고 '무뢰한'이 생각 안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하려고 했죠."
전도연은 '리볼버'의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꽤나 망설였던 사실도 고백했다.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을 하며 모처럼 밝은 캐릭터와 연기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배우로 인식되기 시작한 터였다. 하지만 4년 전의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감독님과 예전에 경쾌하고 통쾌한 이야기를 하자고, 그 사이에 4년이 걸렸어요. 그러면서 '길복순'과 '일타스캔들을 찍었고 저도 이렇게 밝은 작품을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게 된 시점에 다시 '리볼버'로 돌아가는 게. 굳이 안하고 싶었지만 4년 전 약속이니까요. 이왕 하는 거 다른 방식으로 열심히 잘해보자 싶었죠. 시나리오 읽고 '무뢰한' 생각이 많이 나서 하는 게 맞나 고민이 많이 들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리볼버'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4.08.07 jyyang@newspim.com |
특히 전도연은 '리볼버'에서 느껴지는 배우들 간의 연기 앙상블과 스크린을 넘어 전달되는 호흡이 모두 배우들의 덕이라고 말했다. 심지어는 하수영 역이 아닌 다른 역할을 하고 싶을 정도로 과거의 작품과 비슷하게 보이지는 않기를 바랐던 마음이 컸다.
"'리볼버'의 에너지는 배우들이 만들어낸 텐션이 아니었나 해요. 좋은 배우들이 붙으면서 그들이 그렇게 해냈죠. 감독님은 그걸 또 잘 담아주셨고요. 사실 못하겠다고 감독님 앞에서 대놓고 얘긴 못했어요. 4년간 시나리오 쓰셨는데. 제가 길복순하고 일타까지 연이어 하면서 쉬는 시간도 필요했지만 감독님껜 말 못하겠더라고요. 사나이픽터스 한재덕 대표님께는 말씀 드렸었어요. 차라리 제가 정윤선 하겠다고요."
'무뢰한'과 다른 에너지로 가고 싶다고 결정은 했지만, 촬영하면서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하수영의 표정이 늘 똑같아 보이는 것은 아닌지 배우로서 고민했다. 그럼에도 결과물에선 하수영이 다른 인물들과 부딪힐 때마다 또 새로운 에너지가 입혀지며 변주되는 효과를 만날 수 있다.
"하수영은 내내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표정도 없고 조금 지루하게 보이지 않을까 걱정과 고민을 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새로운 경험은 하수영이 만나는 인물들마다 그 인물의 색깔이 하수영에게 묻어나고 에너지가 입혀지는 게 느껴졌죠. 하수영은 심플하고 단순해요. 어떤 감정을 갖고 있기보다는 인물들을 만나면서 요동치고 변해가는 그런 걸 느끼고 싶었어요. 수영을 연기하면서 이 안에 없는 것들을 그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동요되고 흔들리고 했던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리볼버'에 출연한 배우 전도연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024.08.07 jyyang@newspim.com |
전도연과 임지연의 호흡이란 점도 '리볼버'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 전도연은 "촬영할 때도 임지연 씨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면서 홍보 활동을 함께하며 이제야 서로의 캐릭터를 알아가고 있음을 얘기했다.
"지연씨가 만들어낸 정윤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촬영 다 끝나고서야 이런 사람이구나 알게 됐죠. 그게 '핑계고' 때였어요. 정윤선은 왜 하수영을 선택했고 하수영은 왜 정윤선을 선택했는지 그 관계가 이해받지 못하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둘이 했었어요. 딱 그 신에서, '저는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에요' 그 전에 울 것 같은 표정도 봤었고 그녀가 진심으로 하수영에 대한 마음이 느껴져서 이 씬이 너무 좋다고 충분히 둘의 관계가 보인다는 얘기도 나눴죠."
전도연은 '리볼버'가 상당히 많은 타협을 하면서 재밌는 작품으로 완성됐다며 관객들에게 관심을 부탁했다. 수 차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연기로서는 여러 번 인정을 받은 만큼, 이제는 개인적인 어떤 평가보다도 작품이 재밌고, 좋다는 평가가 간절하다고도했다.
"연기적으로 부담감을 내려놓은 지는 좀 오래됐어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요. 어렵고 힘들고 해내야 하고 스트레스를 스스로에게 줄 때마다 내가 연기를 못해도 사람들은 저게 콘셉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렇게 릴렉스를 많이 시켜왔어요. 예전엔 영화를 찍기만 하면 상을 받았으니까 조금은 의미가 점점 없어지기도 했죠. '밀양' 이후로는 작품적으로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게 더 의미가 커요. 더 잘해야 하는 게 아니고 작품 안에서 어떤 역할로 보일지 집중하게 됐죠. 상 안받아도 되니까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어요. 전도연의 개인 연기평가는 작품적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게 더 강렬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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