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신동국 우호지분 포함 48% 확보…형제 지분 29%
임종윤 측 "경영권 분쟁으로 보기 섣부르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임종윤·종훈 형제 편에 섰던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모녀의 손을 잡았다.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세종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일부 지분을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이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 회장이 매수한 모녀 측 지분은 총 6.5%(444만4187주)다. 이로써 세 사람이 직접 보유한 지분은 35%가 됐다. 이 외에도 직계가족과 재단 등 우호 지분을 더하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한 48%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의 지분은 29%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번 계약으로 모녀 측은 상속세 재원 마련 부담도 덜었다. 2020년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에는 5400억원의 상속세를 떠안았다. 이들은 재원 마련을 하지 못해 납부기한을 미룬 바 있으며 현재 남은 상속세는 26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녀와 신 회장 측은 한미약품의 경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예고했다.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경영을 시급히 안정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 장악과 전문 경영인 선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측 관계자는 "모녀의 지분 매각일 뿐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다만 한미사이언스의 공시가 예고 없이 이뤄져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불법 여부를 확인해 볼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 중순에 지난달 임시주주총회 이후 연기된 한미약품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며 "모녀의 지분 매각으로 시장에서 우려하는 상속세 문제가 해결된 상황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주주총회 표 대결 승리 이후 형제 측은 경영권 탈환을 추진해왔다. 지난 5월 열린 이사회에서 송 회장 해임 안건이 통과됐고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단독 체제가 구축됐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는 지난 6월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이후 이사회를 통해 한미약품 대표 자리에 앉을 예정이었으나 이사회는 연기됐다.
그 사이 형제 측이 한미약품을 해외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문이 확산되며 한미사이언스 주식가치가 30% 이상 하락한 반면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신 회장이 모녀 측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올 초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자 형제 측이 이에 반발해 촉발됐다. 표 대결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이 승리하면서 경영권을 장악했다.
[사진=한미약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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