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인수합병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27일 독일 바이오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 인수 소식을 알렸다. IDT는 글로벌 백신 위탁생산 10위 안에 드는 CDMO 기업으로 항암바이러스 기술과 설비까지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백신 CDMO(위탁개발생산)와 세포유전자치료제(CGT)로 사업 영억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백신 개발과 생산을 경험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킹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IDT 인수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생산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제넥신은 바이오 프로탁(PROTA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와의 합병 소식을 전해온 바 있다. 회사는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이피디바이오 흡수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바이오 프로탁 기반의 신약 후보 물질 개발에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또한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말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기업 앱티스를 인수한 바 있다. 앱티스는 3세대 ADC 링커 기술인 '앱클릭(AbClick)'을 보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해당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R&D 부문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올 초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오리온과 ADC 전문 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와 합병은 이종산업 간 결합이지만 양사의 목적이 맞아 떨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2020년 바이오 산업 진출을 선언한 오리온은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택하고 함께할 기업을 물색하던중 리가켐바이오 지분 인수를 계기로 바이오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리가켐바이오는 오리온을 통해 안정적인 자본을 확보해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업계는 바이오 기업들의 인수합병 흐름이 산업의 성장세를 방증하고 있다고 봤다. 과거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목표로 하는 사업 분야를 분명히 정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대다수의 다국적 제약사들이 발전하는 단계를 보면 신약 후보물질 등과 관련해 특허 논문을 쓰는 게 1단계, 2단계는 라이센스 아웃, 그 다음으로는 M&A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확장해 기업을 키운다"며 "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점차 글로벌화 되어가고 있고 그에 걸맞은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제약사들 또한 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미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기업을 흡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화장품과 피부 미용기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동국제약은 지난달 미용기기를 개발하고 중소형 가전제품을 생산·유통하는 기업 위드닉스를 인수했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말 화장품과 마스크팩 등을 제조하는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하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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