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위자료 1억·재산분할 665억→2심서 대폭 상향
서울고법 "노태우 자금 SK에 유입…SK주식 기여 인정"
"주식도 재산분할 대상이나 양측 의사 따라 현금분할"
노소영측 "부부공동재산 판단 감사…상고는 검토"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법원이 최태원(64)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0억원 상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며 1심에서 인정된 665억원보다 액수를 대폭 높였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부장판사)는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를 열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17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3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뒤 나오고 있다.오른쪽은 공판 출석하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2024.03.12 leemario@newspim.com |
재판부는 "최 회장은 노 관장과 별거한 이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액이 산정되는 부분만 해도 219억원 이상 지출했고 여러 가액산정이 불가능한 이익도 제공했다"며 "부부 공동생활과 혼인 파탄에 대한 노 관장의 정신적 손해를 전부 전보하는 수준으로 증액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에 대해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신용카드 사용을 일방적으로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하는 등 부양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 상당이 지난 1991년경 최 회장의 부친이자 사돈인 고 최종현 전 선대회장에게 전달돼 SK 측에 유입됐다고 판단, 1심과 달리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관계를 SK 경영의 보호막과 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적인 행동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며 "노 관장 측에서 SK 성장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 기간과 생성 시점, 형성과정 등에 비춰볼 때 SK㈜ 주식 등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인정되므로 부부 공동재산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했다.
다만 양측 의사에 따라 최 회장이 돈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노 관장은 SK㈜ 주식에 대해 주위적으로 현물분할을 원하고 예비적으로 재판부 판단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또 최 회장은 주식을 합한 재산분할 방법으로 현금 정산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냈다.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각 상속재산을 포함한 고유 추정 재산 총액을 4조115억원가량으로 산정한 뒤 재산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3조9883억원), 노 관장 35%(232억원)로 정했다.
위자료에 대해서도 "1심에서 인정된 1억원은 지나치게 낮다"며 "혼인관계 파탄사유 및 기간, 노 관장의 정신적 고통, 최 회장의 그간 태도 등을 고려해 액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인 김기정 변호사는 선고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느라 애써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 주의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 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고 계획에 대해서는 "판결문을 검토하지 않아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1심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서 그런 부분은 만족한다"면서도 "개별 쟁점에 대해 검토하고 대처하려고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법률대리인 김기정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SK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4.05.30 leemario@newspim.com |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지난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언론에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도 2019년 12월 맞소송(반소)을 제기하고 위자료 3억원과 1조3000억원 상당의 최 회장 명의 SK㈜ 주식 648만7736주를 요구했다.
1심은 2022년 12월 노 관장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최 전 선대회장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최 회장의 특유재산에 해당한다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말하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에 양측이 불복해 항소했고 노 관장은 항소심에서 재산분할 형태를 현금 2조원대로 변경하고 위자료 청구 액수도 30억원으로 높였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