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쿠 등 약세 종목 집중한 탓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우리나라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며 '스타 매니저'로 떠올랐던 우드는 올해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인 종목에 집중하면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크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6개의 ETF에서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22억 달러(약 3조350억 원)의 자금을 순유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순유출액을 웃도는 규모다.
아크의 6개 펀드가 운용하는 자금은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111억 달러로 30%나 급감했다. 이 펀드들의 운용 자금은 아크가 전 세계 최대 액티브 ETF 운용사였던 2021년 초 590억 달러 이후 점차 감소해 왔다.
데이터 제공업체 베타파이(VettaFi)의 토드 로즈블러스 리서치 책임자는 "충실한 주주들이 절망에 빠졌다"면서 "성장과 파괴적인 기술에 투자하는 아크 스타일에 올해는 더 나은 해여야 하지만 아크는 실적이 부진한 기업에 집중해 왔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속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들어 5%가량 상승했지만, 아크의 주력 펀드인 이노베이션 펀드는 같은 기간 19%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사진=블룸버그] 2024.04.23 mj72284@newspim.com |
이처럼 부진한 성과는 아크 펀드가 집중하는 몇 안 되는 종목이 올해 들어 시장 수익률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아크 이노베이션 펀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테슬라는 올해 들어 45% 가까이 급락했다. 우드는 하락장 속에서도 주가가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며 테슬라를 저가 매수했다.
아크가 투자한 로쿠(Roku)와 유니티 소프트웨어도 연초 이후 각각 36%, 44% 급락하며 전체 펀드 실적을 악화시켰다.
지난 2020년 우드는 200억 달러의 신규 투자금을 끌어들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매니저로 떠올랐다. 테슬라와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스, 로쿠, 텔레닥과 같은 신기술을 개발한 기업을 중심으로 펀드를 운용하면서 아크 인베스트먼트에는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전문가들은 아크 펀드가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항상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금리가 제로(0) 수준이었을 때 아크 펀드는 다른 투기자산들과 함께 급등했고 금리가 오르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높은 금리는 우드가 선호하지만, 수익을 내지 않는 많은 기업의 평가 가치를 크게 하락시켰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아크 펀드 투자자들은 143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는 지난 10년간 어떤 자산운용사가 낸 손실보다 더 큰 액수다.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