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보수 텃밭…30년 동안 일당 독점 구도
해운대 산은 유치·인구 유출·교통난 해법 설전
홍순헌, 4년 구정 이끈 강점으로 첫 당선 주목
[서울=뉴스핌] 이경화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천이 확정된 부산 해운대갑 지역은 일찌감치 후보 간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전 해운대구청장인 홍순헌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인 주진우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었다. '산업은행 해운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건 홍 후보가 보수 텃밭에서 30여년 만에 첫 당선에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다.
부산의 강남으로 통하는 해운대갑은 국민의힘을 제외한 어떤 당도 의석을 확보한 적이 없을 정도로 보수적 색채가 짙다. 다만 홍 후보가 구청장 시절 닦아놓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고 평가받는 만큼 4·10 총선에서 팽팽한 접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지역 현역으로 3선 고지를 밟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험지출마를 선언한 점도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홍 후보는 지난 6일 민주당의 단수 공천을 받았다. 그는 단체장 재임 시절에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 후보의 경우 하태경 의원이 지역구를 옮기며 빈 텃밭 해운대갑에 단수 공천됐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는 주 후보와 전직 구청장 출신의 홍 후보 간 빅매치가 벌이지게 됐다.
홍 후보로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52%의 득표율로 당선된 저력과 4년간 구정을 이끈 경험이 강점이나 민주당에 버거운 보수의 성지인 점은 여전한 부담으로 읽힌다. 그렇다고 주 후보 여건이 녹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총선 최대 화두인 정권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는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양측 후보는 해운대구 좌동 주민들의 큰 관심거리이자 숙원사업인 '노후 신시가지(그린시티) 도시정비사업'을 두고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관련해 홍 후보는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해운대의 인구 유출 문제를 지목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홍 후보는 지난달 28일 '해운대 도약 3대 약속' 공약 발표에서 "53사단이 자리한 200만평의 넓은 부지 중 절반인 100만평을 집적화해 첨단 연구 단지를 조성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해운대의 미래 혁신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청년 인재 유입과 경제 활성화, 배후도시인 해운대그린시티의 재건축·기반시설 재정비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그는 "해운대그린시티 부지를 선도지구로 지정해 안전진단·건축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아 재건축을 빠르게 추진, 주거 여건을 개선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주 후보는 주차난과 문화시설의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운대 좌동 지역 지도를 다시 그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그린시티 재개발은 '특별정비 선도지구' 지정이 올바른 해법으로, 지정 시 용적률이 법적 상한의 150%까지 상향되고 건폐율 등 건축 규제가 완화되며 안전 진단도 면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그린시티의 과밀화된 아파트 주거단지들이 다양한 문화·체육시설, 우수한 교육시설, 풍요로운 공원을 갖춘 곳으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는 게 주 후보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와 적극 협의해 해운대구 좌동의 지도를 바꿀 그린시티 재개발에 동력을 불어 넣겠다"고 강조했다.
현 해운대청사가 이전한 이후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후보 간 기싸움이 치열하다. 홍 후보는 "해당 부지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최고용적률이 1000%는 나온다. 38층 정도로 지어 고층부는 산업은행 본점으로, 하층부는 문화복합 공간으로 활용하면 해운대구와 산은의 예산 모두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를 통해 약 500면 지하 공영주차장 운영은 덤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주 후보는 "만약에 40층 높이의 산업은행 건물이 해운대구청사 부지에 들어온다면 조망권을 가리고 주차난을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며 "앞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 1인 시위처럼 즉흥적인 말로는 해운대를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의 또 다른 주요 공약에 대해서도 들여다봤다.
홍 후보는 '의대 유치'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해운대백병원에는 오는 2028년까지 최대 800병상 규모의 중증질환센터가 신축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의과대학을 유치하면 양질의 청년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고 의료 불균형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후보는 '사통팔달 해운대'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장기적으로 부산형 급행철도(BUTX)를 만들어 부산역과 해운대를 10분 거리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해운대 교통난을 개선해 외국인관광객 유치 등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반송터널 조기 준공 추진은 물론 BUTX를 도입, 부산역과 해운대 오가는 시간을 10분 내로 단축해 해운대의 지형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kh9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