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자지구 전쟁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된다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리는 (중동) 지역 평화에 이스라엘의 평화가 포함된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통한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후 포괄적인 합의 조건 중 하나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틀림없이"(certainly)라고 답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 인근 병사 수송 군용 차량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이스라엘 군인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스라엘은 지난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으며, 수니파의 종주국격인 사우디와의 수교 협상도 추진해왔다.
미국의 중재로 진행되던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수교 논의는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으로 촉발된 가자전쟁을 계기로 일시 중단됐다.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가자전쟁 이후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계획을 중단하고 중동 외교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습과 지상전을 벌이면서 아랍권 내 반이스라엘 정서가 거세진 가운데, 사우디 내에서도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한 탓이다.
가자전쟁을 계기로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위해 미국에 전쟁 전보다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분석가인 알리 시하비는 미국 CNN에 사우디 정부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열려 있다면서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두 국가 해법'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기를 (사우디 측이)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가자지구 봉쇄 해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에 완전한 권한 부여, 서안 핵심 지역에서 철수 등의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도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예루살렘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대가로 미국의 사우디 안보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가자전쟁을 거치며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위한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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