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사장단과 위기대응 전략 마련할 지 주목
공급망 재편·전쟁 등 어려운 경영상황 반영하나
지난해 임직원 소통 확대…첫 행보 현장경영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최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새해 첫 경영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경기침체 등 위기 대응 차원의 전략을 짜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첫 행보로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전 계열사의 사장단 40여명과 사업부별 사업 전망·계획 점검 및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위기 대응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의 전 계열사 사장단 소집은 지난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처음이었다. 그 만큼 대내외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비상 경영에 대한 의지가 컸던 것이다.
또 평소 이 회장은 새해 첫 일정으로 현장경영을 선택했던 것을 감안하면 신년 사장단 소집은 이례적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경기도 평택 2공장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을 참석하고 삼성리서치 차세대 기술 개발 회의를 주재했다. 2020년에는 경기도 화성사업장의 반도체 연구소 방문 등 새해 첫 행보로 현장경영을 이어왔다.
최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새해 첫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이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중기중앙회 1층 로비에 들어서며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이지용 기자] |
이에 따라 올해에도 이 회장이 사장단을 불러모아 위기 극복 차원의 새해 경영 계획 등을 논의할 지 주목된다. 올해에는 미중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을 비롯해 러·우 전쟁 장기화, 이·팔 전쟁 리스크, 중국 경기침체, 고물가·고금리 등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관련 대책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3분기 반도체(DS) 부문에서만 12조6900억원의 적자를 냈던 만큼, 올해 반도체 업턴 시기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를 앞세워 실적을 성장시킬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 상태다.
또 올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필승 전략도 구상해야 한다. 이미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3D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생성하는 AI인 '휴먼 가우시안 스플랫(HUGS)'을 발표하는 등 벌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삼성전자가 안정적으로 시장을 선점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새해 첫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은 이 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반면, 이 회장이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 등 현장에서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오고 있는 만큼 새해 첫 행보로 반도체 등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현장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지난해 3월에는 반도체연구소 신입 박사 연구들과 간담회를 갖고 R&D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같은 해 2월에는 천안·온양 캠퍼스에서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피고, 인재 양성 및 미래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추석 연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명절 현장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쉽지 않은 경영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장단 소집을 통해 위기 대응 전략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가 첨단 반도체 및 AI 시장 선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는 15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다보스 포럼은 전세계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이 회장은 지난해 열린 다보스 포럼에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올해 전망 등에 대한 질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답했다.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