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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불나면 속수무책"…주거취약계층 화재 위험에 '전전긍긍'

기사입력 : 2023년11월13일 14:22

최종수정 : 2023년11월13일 20:35

남태령 전원마을 판자촌, 가연성 소재와 고압 전선으로 불안
쪽방촌 주민들 "불나면 대피 못해"…건물 안 소화기 사용연한 지나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삽시간에 불이 붙었어. 이럴 줄 난 상상도 못 했어. 나 혼자 이제 어떻게 살아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비닐하우스촌(판자촌)에서 만난 최모(77) 씨는 지난달 31일 발생한 화재로 집 전체가 소실됐다. 당일 저녁 7시44분쯤 최씨의 옆집에서 일어난 불은 순식간에 인근 주택으로 옮겨붙었다.

이 사고로 화재로 80대 노인이 사망하고 해당 비닐하우스촌 1개 동이 전소됐다. 해당 판자촌은 여러 해에 걸쳐 화재가 다수 발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비닐하우스촌(판자촌)에서 만난 화재 피해자 최모(77) 씨는 지난달 31일 발생한 화재로 집 전체가 소실됐다. 2023.11.13 dosong@newspim.com

최씨는 잿더미가 된 집 안에서 남은 가재도구들을 주워섬기며 흐느꼈다. 최씨는 "구청에서 지원해 주는 300만원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시 이곳에서 집을 지으려니 막막하다"라고 전했다.

◆"아직도 트라우마 있어" 판자촌 주민들 동절기 화재 발생 우려

13일 뉴스핌 취재 결과 전원마을 판자촌 같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은 번번이 일어나는 화재 발생과 이에 따른 대책 마련에도 여전히 구조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상태다.

최씨의 집처럼 전원마을 판자촌 60여가구는 대부분 비닐·합판·스티로폼 등 불이 붙기 쉬운 소재로 지은 가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취재진이 사고 현장을 둘러본 결과 화재로 인해 녹은 플라스틱 자국이 곳곳에 즐비했다. 화재가 난 주택 옆 4m 높이의 나무는 한쪽 면 전체가 새까맣게 그을려 당시 화재 심각성을 추측할 수 있었다.

판자촌 주민들은 취약한 주거 환경으로 특히 겨울철 화재가 발생하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소화기를 들고 불 끄는 데 동참했던 안모(61) 씨는 "근처에 난방용 등유 보일러를 쓰는 집이 많다"며 "난방용 석유통에 불이 옮겨붙으면서 팍하고 불이 튀어 오르더라. 소화기로도 감당이 안 됐다"라고 말했다.

안씨가 보여준 석유용 보일러의 송유관은 고무로 돼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관이 녹아 2차 화재 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안씨는 이어 "전선주 고압전선이 나무에 걸려 불똥이 튀기도 해 화재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 김모(70) 씨는 사고 당시를 회상하며 "소방서에서 소방관들이 출동했는데 길이 좁아서 들어올 곳이 없더라. 급한 대로 마을 초입에 있는 소화전을 끌어왔는데 줄이 부족해 집집마다 수돗물을 끌어다 뿌릴 수밖에 없었다"며 "아직도 트라우마가 있어서 저녁만 되면 화재가 난 곳 근처를 지나다니기가 싫다"고 밝혔다.

서초구청은 조만간 화재 예방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이달 중에 서초소방서와 합동으로 화재안전점검(화재감지기, 전기누전차단기 등 안전장치 점검, 소화장치함, 소화장비보관함 점검, 가옥 별 소화기 작동점검 및 작동 불가 소화기 회수 등)을 실시해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주민들이 지적한 전선주 고압전선의 경우 조치 시 위험성으로 인해 한전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내 주거 취약 계층, 노후화된 시설과 관리 미비로 '불안'

비단 전원마을뿐만 아니라 도심 내 다수 취약 주거 계층은 여전히 화재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지난 1월 20일 오전 6시27분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는 43가구를 태우고 59명의 이재민을 만들었다. 구룡마을은 2011년 이후 총 26건의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뉴스핌 취재 결과 서울 내 대표적인 주거 취약 시설로 알려진 서울역 인근 쪽방촌은 건물 내 소화전 비치가 미비하고 화재 발생 시 대피가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서울역 인근 쪽방촌 내부. 화재 발생으로 인한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정작 건물 내부에 비치된 소화기는 사용 연한이 지나고 안전핀도 뽑힌 상태다. 2023.11.13 dosong@newspim.com

182세대가 거주하는 남대문 쪽방촌은 건물 외벽에 소화기와 대피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정작 건물 내부에 비치된 소화기는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심지어 소화기 중에는 소화기 사용 연한을 넘긴 채 안전핀마저 뽑혀 있는 소화기도 보였다.

지난해 11월 20일 건물 2층 화장실에서 발생한 불을 끈 주민 권영태(70) 씨는 "화장실에 누가 버린 담뱃불로 계단 앞 화장실에 불이 확 나고 연기가 쏟아졌다"며 "또한 쪽방촌 자체가 오래된 전기 배선과 시설로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 자나 깨나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권씨의 말처럼 건물 곳곳에는 낙후된 채 먼지가 쌓여있는 전선들이 즐비했다. 한 복지전문기관 관계자는 "중부소방서와 연계해서 건물 외벽의 소화기를 설치하고 그 외 8개 기관이 모여서 지원하는 중"이라면서도 "건물 자체가 노후화되어서 전선의 경우 리드선만 교체해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건물 1층 안쪽에 거주하는 윤흥렬(74) 씨는 "따로 대피로가 없다. 창문으로도 탈출할 수 없다"며 "불이 나면 나는 못 나갈 거 같다"고 답했다.

윤씨와 같이 해당 건물 거주민 대부분은 만 65세가 넘은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개중에는 한쪽 다리를 다쳐 집 안에서만 거주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방 안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해 끼니를 해결하고 전기장판을 사용해 방한 대책을 마련하지만, 화재 예방을 위해 방 안 비치된 소형 스프레이 소화기는 보증기간이 2년이나 지난 경우가 대다수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지난 10월에 가스·전기 안전 공사와 점검을 마무리한 상태"라며 "중부소방서 등과 연계해 수시로 안전 점검을 하고 있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doso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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