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최하위권, 매출총이익률 -270%
차량 1대 생산할 때마다 55만달러 손실
가파른 현금 소진, 추가 증자 가능성 거론
"기술 라이선스 방안, 주당 15달러 가치"
테슬라 강세론자 "목표가 3달러, 숏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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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픽' 루시드 ①계속되는 경영 고전, 한 주 20% '털썩'>에서 이어짐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루시드의 전기차가 훌륭한 성능을 갖췄음에도 수요가 저조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소위 '가성비' 문제가 있다. 루시드 차량의 평균 가격이 10만달러를 넘어서는 가운데 최고급 차종인 루시드에어 사파이어의 가격은 24만9000달러다. 모델S 플레이드의 가격은 13만14400달러달러로 절반가량이다. 모델S 플레이드 성능이 루시드에어 사파이어보다는 낮기는 하나 큰 차이는 없다는 점에서 소비 유인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루시드는 이달 초 저렴한 차종인 세단 에어퓨어를 내놓았지만 그 가격이 7만74000달러로 모델S 기본형 7만5000달러보다 비쌌다.
루시드 매장 [사진=블룸버그통신] |
루시드의 수익성은 최하위권이다.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총이익이라는 첫 손익 지표에서부터 적자다. 매출총이익의 분기별 적자폭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으로 올해 2분기 매출액 대비 매출총이익을 뜻하는 매출총이익률(그로스마진)은 약 -270%다. 테슬라가 보급형 차량인 모델3의 생산 문제로 고전하던 2018년 당시에도 매출총이익률은 약 14%였다. 올해 2분기 총비용이 약 10억달러, 매출액은 약 1억5100만달러로 손실폭이 8억4900만달러였음을 고려할 때 차량 1대를 생산할 때마다 무려 55만달러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루시드의 보유 현금은 가파르게 소진되고 있다. 2021년 상장 당시 루시드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사우디 PIF의 출자에 힘입어 당해 말 62억6000만달러였으나 올해 3월 말 9억달러로 1년여 만에 85%가 소진됐다. 이로 인해 루시드는 올해 증자(5월31일 발표)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사우디 PIF가 추가 출자에 나서 자금을 수혈했다. 루시드의 지분 현황에서 사우디 PIF의 비율은 60.5%로 최대(2018년 첫 투자)다. 사우디 PIF가 계속 투자하는 한 존립 문제는 크게 우려되지 않는다 해도 추가 증자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5월31일 증자 발표 다음 날 루시드 주가는 16% 폭락했다.
루시드에는 돌파구가 없는 것일까. 팁랭크스에 따르면 루시드에 대한 담당 애널리스트 10명의 평균 목표가는 올해 8월 주가 수준인 7.15달러로 현재가 대비 65%의 회복이 점쳐지고 있지만 10건의 투자의견 중 4명이 중립이고, 3명이 매도 의견이다. 매수 의견은 3명에 불과했다. 아울러 평균 목표가는 2021년 12월 44달러대에서 고점을 찍고 하향하는 추세다. 평균 목표가가 현재가보다 높다고 해서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CFRA는 "저조한 수요와 지속적인 가격 인하 압력으로 인해 단기간 '엄청난'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본다"고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루시드가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아예 포르쉐나 페라리처럼 완전한 고가의 전략을 쓰거나 가격을 대폭 인하해야 한다고 본다. 일단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만 고성능·고급 차량의 점유율이 약 2%(콕스오토모티브 추산) 밖에 되지 않다. 루시드가 타깃팅하는 시장 자체가 작은 까닭에 어정쩡한 고급화 전략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예로 페라리는 올해 2분기 판매량이 3392대에 불과했는데 매출총이익률은 약 50%였다. 평균 가격이 루시드의 최고급 차종인 사파이어의 2배가량인 47만8000달러였다. 다만 브랜드 인지도가 포르쉐나 페라리에 비해 비교적 낮은 루시드에 이런 전략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테슬라처럼 아예 평균 가격 밑에서 파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신차 평균 가격은 약 4만9000달러인데 포브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3와 모델Y는 각각 모두 약 3만8990달러와 4만4300달러다. 다만 가격을 크게 낮춰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양산과 수요가 전제가 돼야 한다. 테슬라는 분기당 10만대 차량을 판매할 때까지 일관된 수익성을 창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10만대는 올해 3분기 루시드의 출하량의 70배가량이다. 급격한 가격 전략의 전환은 종전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수요 진작 효과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바클레이스는 루시드가 애스턴마틴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올해 6월 발표) 것처럼 기술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조언했다. 그 예로 제시된 것이 기술 라이선스다. 이에 대해 바클레이스는 "일반 소비자용 자동차 제조업체가 루시드 기술을 채택하면 영업손익이 50~70%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스는 목표가를 6달러로 제시하면서도 루시드의 기술력은 주당 15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바클레이스는 "루시드의 제품은 매력적이나 현재로서는 큰 가치를 보장할 만큼의 충분한 관심을 끌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기술력 가치의 높고 낮음을 떠나 루시드가 당면한 경영 고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리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의 자동차 구입 부담이 커진 가운데 업계 1위인 테슬라의 가격 인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부터 가격 인하에 나선 테슬라는 이달 들어서도 대량판매 차종이자 주력 모델인 세단 '모델3'와 다목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의 가격을 3~4% 인하했다. 자금력이나 시장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전기차 신흥기업에 일종의 혹한기가 찾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루시드와 함께 신흥 기업으로 거론되는 리비안에도 자금난 우려가 나오는 등 시련이 이어지고 있다.
루시드는 공매도 투자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마켓비트에 따르면 루시드의 유통주식 수(floating stock) 대비 공매도 물량 비율은 25.5%로 집계됐다. 공매도 물량은 약 2억2000만주로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약 9억3000만달러다. 지난주 테슬라 강세론자로 유명한 퓨처펀드의 개리 블랙 매니징파트너는 "루시드의 가장 마이너스는 10만달러가 넘는 세단 세그먼트에 초점을 둔 제품 전략의 실패"라면서 "루시드에 대한 숏포지션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의 루시드 목표가는 3달러다.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이달 18일부터 24일까지 한 주 동안 루시드 주식을 약 303만달러(약 41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지수펀드(ETF)와 개별 종목을 포함한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50위 가운데 14위다. ETF를 제외하면 개별 종목 중 6위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