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 프리미엄 상승 긴축 효과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 낮아져
대형 은행들 위기설도 한 몫
이 기사는 10월 12일 오후 3시53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연출했던 미국 국채시장이 10월10일(현지시각) 이후 급반전을 이루면서 그 배경과 앞으로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됐다.
업계에 따르면 4.8% 선을 뚫고 올랐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0월11일(현지시각) 4.571%까지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 5% 돌파가 점쳐졌던 상황에 방향이 급선회한 것.
최근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 선을 밟았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4.697%로 주저 앉았고, 정책 금리에 가장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불과 1주일 사이 5.289%에서 5.004%로 후퇴했다.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상승에 브레이크가 걸린 데 대해 월가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발동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추이 [자료=블룸버그] |
실제로 주말이었던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개시됐고, 10일부터 미국 국채 수익률의 하락이 본격화됐다.
삭소은행의 앨시아 스피노지 수석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갖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크게 높였다"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방어막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여건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
이보다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자들 사이에 제기된 금리 인상 중단 발언이 지목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가 장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라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렸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연준의 매파 정책자로 분류되는 로건 총재는 10월9일(현지시각)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가진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하지만 7월 이후 금리 동결에도 금융시장 여건이 팍팍해졌다"며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이 장기물 국채 수익률의 상승을 부추겼고, 이는 통화긴축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스틱 총재는 10월10일 인플레이션이 크게 진정됐다고 강조하며 기준금리가 물가 상승폭을 목표치인 연율 기준 2.0%까지 끌어내리는 데 충분히 긴축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월가는 이를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했다.
필립 제퍼슨 연은 부총재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그는 NABE 연설에서 "장기물 국채 수익률 상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긴축과 불충분한 긴축의 두 가지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이 2년여만에 처음으로 '서브 제로'를 탈출했다. 미 재무부의 장기물 국채 발행이 2024년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재정적자가 위험 수위라는 경고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프리미엄이 날로 높아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와 관련,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고금리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국채시장의 매도 심리를 부추겼다.
한편에서는 시장 금리가 지나치게 가파르게 상승, 실물경기와 금융시스템에 패닉을 일으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가 위축되게 마련이고, 이는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보스톤 소재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브리지 쿠라나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기간 프리미엄의 정상화가 지속되면 자산 인플레이션이 무너지면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 본부 [사진=블룸버그] |
연준 정책자들 사이에 비둘기파 목소리가 고개를 든 것은 수면 아래에서 전개되는 금융위기 조짐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채를 대량 매입했다가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다른 지역 은행 뿐 아니라 대형 은행권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대형 은행들 역시 보유한 국채 포트폴리오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신용카드부터 상업용 부동산 대출까지 연체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금융위기를 둘러싼 우려가 번지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조사 업체 트렙의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은행의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4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을 당시 기록한 고점보다 10% 높은 수치인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씨티그룹(C), JP모간(JPM)과 웰스 파고(WFC) 등 이른바 빅4 은행의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작게는 30%에서 크게는 반토막 가량 폭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에 따르면 KBW 나스닥 은행 지수에 편입된 미국 대형 은행주는 지난 1개월 사이에만 평균 8.5%의 주가 하락을 나타냈고, 수 십 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피델리티의 살만 아메드 글로벌 메크로 해드를 포함한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른 데 따라 뭔가 부러질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연이어 나온 것은 기간 프리미엄 상승의 긴축 효과 이외에 대형 은행권을 둘러싼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shhwang@newspim.com